지난 13일 팀의 성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 한 김경문 감독이 팀을 떠난 지도 어느덧 2주 가량이 지났다. 그리고 그를 대신해 사령탑에 오른 김광수 감독대행은 서서히 자신만의 색체를 드러내고 있다.
일단 김경문 전 감독이 자신의 전임 감독이었던 김인식 전 감독(현 한국야구위원회 규칙위원장)의 영향을 받았듯, 김광수 감독대행 역시 김경문 전 감독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김경문 감독의 야구는 김인식 감독의 야구와는 그 스타일이 달랐다. 마찬가지로 김광수 대행 역시 자신만의 스타일이 뚜렷한 감독이다.
기본적으로 감독으로서의 성향 자체가 다르다. 김경문 감독이 카리스마로 팀 전체를 아우르는 스타일이라면, 김광수 대행은 다소 친근하게 선수들에게 다가가는 타입이다. 어느 쪽이 더 낫다고 할 수는 없으나, 올 시즌 두산이 여러가지 복합적인 문제로 팀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었던 만큼, 김광수 대행과 같이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줄 수 있는 감독이 좀 더 적합하지 않나 싶다. 채찍질보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필요한 두산이었기 때문이다.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두 감독의 차이점은 역시 경기를 풀어나가는 스타일이다.
김경문 감독은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드러났듯 한 번 믿음을 준 선수들은 끝까지 믿고 가는 편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평균자책점이 계산도 되지 않았던 한기주를 고집스럽게 등판시켰을 리가 없다. 이 부분은 김광수 대행 역시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8년이란 긴 시간 동안 김경문 전 감독을 보좌했으니 어찌 닮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것은 큰 틀일 뿐, 세밀한 부분에서는 분명 큰 차이를 보인다.
김경문 감독 같은 경우는 별다른 작전 구사 없이 선수들 스스로에게 맡기는 유형이다. 이것은 투수 운용에서도 드러나는데, 불펜을 운용할 때 원포인트의 투입을 최대한 자제하는 편이고, 필승조들에게는 보통 한 이닝 이상을 책임지도록 하면서 경기를 풀어나가는 타입니다. 심지어는 추격조로 등판하는 선수 역시 한정되어있을 정도였다. 사실 이러한 점 때문에 김경문 감독의 마운드 운용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고, 두산의 주력 불펜요원들은 쉴 틈이 많지 않았다.
이에 반해 김 대행은 좌타자를 상대로 한 원포인트 릴리프의 기용이 잦은 편이다. 더불어 김강률, 노경은과 같은 선수들을 꾸준히 기용하면서 필승조에게 휴식을 줌과 동시에 그들의 가능성을 발견, 새로운 불펜자원을 얻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야수 기용에 있어서도 김광수 감독대행은 김경문 전 감독과 차이를 보인다.
김광수 대행은 김경문 감독의 신임을 한 몸에 받던 윤석민을 대신해 오재원을 3루로 보내고 2루에는 고영민을 안착시켰다. 사실 이것은 상당한 도박이 아닐 수 없다. 부진한 고영민을 1군으로 복귀시켜 주전으로 기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딱히 왈가왈부하지 않겠다. 하지만 오재원의 3루 기용은 다소 위험부담이 큰 결정이다.
오재원은 3루수로 출장한 경험이 많지 않다. 대학시절에는 주로 유격수로 활약했고, 프로 데뷔 이후에도 5년 동안 3루수로 출장한 경기는 고작 61경기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3루수와 2루수는 수비에 있어 기본 개념 자체가 다르다.
일단 기본적으로 2루수와 유격수는 수비를 할 때 좌-우 시프트를 기본으로 하지만, 3루수는 전-후 시프트가 더욱 중요시 된다. 별거 아닌 듯 보일지 몰라도, 사실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일례로 LG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유지현은 포지션 이동을 해야 했던 선수 생활 말년에 3루수의 움직임이 부담스러워서 2루수로 옮겼다는 후문이다.
부진한 고영민을 주전으로 출장시키고, 다소 무리를 하면서까지 오재원을 3루수로 기용하는 것은 김광수 대행의 색깔을 잘 나타내주는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자신이 현역시절에 보여줬던 빠른 발을 앞세운 플레이를 팀 스타일에 접목시키기 위한 포석이기 때문이다.
김경문 감독 역시 빠른 선수들을 활용한 ‘발 야구’를 두산의 트레이드 마크로 내세운 적이 있었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기본적으로 ‘선 굵은 야구’를 추구했던 인물이다. 반면 김광수 감독대행은 꾸준히 작전을 내는 등, 훨씬 더 ‘세밀한 야구’를 추구한다는 것을 지난 2주 동안의 경기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김경문 감독은 주자 1루 상황에서 별다른 지시 없이 빠른 주자들에게 그린라이트를 허락하거나 타자들에게 맡기는 타입이었다면, 김광수 대행은 히트&런(혹은 런&히트) 등을 통한 꾸준한 작전을 시도하는 타입이라고 할 수 있다.
선수들을 믿는다는 면에서는 두 감독에게서 큰 차이를 발견 할 수 없다. 하지만 선수 기용과 마운드 운용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현 시점에서 누가 더 나은 감독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감독으로서의 업적만 놓고 본다면, 아직은 비교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침체되어 있던 두산에 활력을 불어넣은 장본인은 초보 감독인 김광수 대행이란 점이다. 김광수 감독대행이 김경문 전 감독과 닮은 듯 하면서 다른 자신만의 스타일을 무기로 꺼져 가던 두산의 희망등불 이 될 수 있을지, 지금부터가 초보 감독의 진정한 시험무대일 것이다.
// 버닝곰 김성현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블로거는 여러분들의 추천(View On)을 먹고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