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서는 김경문 전 감독과 김광수 대행의 차이점에 대해 글을 작성했었다. 그리고 당시 김 대행의 선수 기용 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던바 있었지만 논점에서 다소 벗어난 내용이었기에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던바, 오늘 그에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한때 내가 즐겨했던 모 야구 게임이 있었다.(그 야구 선수들을 다 이진영, 김태균 머리크기로 만들어 놓고 막, 아우...) 현실감이나 타격감은 이전에 해왔던 야구 게임들에 비해 다소 부족한 점이 없지 않았지만 아기자기한 캐릭터와 다소 참신한 형식의 스포츠게임이었기에 당시 나를 비롯한 친구들 사이에서 굉장한 인기를 끌었다. (물론 이것은 국내에만 국한된 이야기다. 일본에는 이미 이 게임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게임이 존재해왔다.)
다만 이 게임의 안타까운 점이라면 여타 게임과는 달리 한 장의 선수 카드는 정해진 포지션으로밖에 출장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두산의 붙박이 중견수인 이종욱이 중견수로 카드가 나오게 되면 그 외에는 그 어떤 포지션으로도 출장이 불가능하다. 현실에서라면 중견수를 보던 선수가 좌익수도 보고, 주 포지션이 유격수인 선수가 2루나 3루로 출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만, 이 게임에서는 통하지 않는 이야기다. 물론 출장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주 포지션이 아닌 다른 위치에 출장 시키게되면 에러 두세개쯤은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위험을 감수해가면서 까지 포지션을 파괴하는 유저들이 종종 있다. 한가지 예를 들자면 지금은 아니지만 예전에 롯데 올스타덱(특정팀 선수들로 구성시 세트덱 효과가 발생)에는 마땅한 3루 자원이 없었다. 하지만 1루에는 마해영과 이대호라는 걸출한 자원이 둘씩이나 존재했다. 결국 수많은 유저들이 마해영을 3루로 돌리는 모험을 강행해야만 했다.
지금은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지 않고있다. 이미 이대호가 3루수로 두 시즌이나 출장해주는 덕분에. 하지만 이것은 비단 이대호의 3루 캬드가 나왔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에따른 위험부담이 너무 큰 탓이다.
최근 김광수 대행이 들고 나오는 라인업을 보면 이전과는 상당한 차이가 존재한다. 일단 김 대행의 성향으로 판단되고 있는 빠른 선수들에 대한 높은 선호도가 있겠고, 또 한가지는 수비보단 공격력과 주루센스에 능한 선수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 대행은 지휘봉을 잡음과 동시에 고영민을 1군으로 복귀시켰고, 최근 두산의 라인업은 빠른 선수들이 기라성처럼 늘어서 있는 형국이다.
물론 부상에서 회복중인 이성열이나 임재철 같은 선수들이 복귀한다면 라인업은 어떻게 변동될지 모른다. 하지만 작전 구사가 잦은 김 대행의 스타일로 봤을 때 지금과 같은 라인업은 꽤 오랜기간 지속 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행이 자신이 선호하는 유형의 선수를 주로 기용하는 것에 대해선 감히 왈가왈부 할 수 없는 문제라 칠 수 있다. 하지만 야구 게임에서 일명 ‘포지션 파괴’로 불리는 다소 무리한 선수 기용은 분명 무리가 따르는 작전이다. 이 전 글에서도 언급했다시피 2루수와 유격수는 좌-우 시프트를, 1루수와 3루수는 전-후 시프트를 기본으로 한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유격수 출신이 3루를 못보는 것 아니고 3루 출신이 2루를 못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렇게 되기까지 어느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갑작스레 3루를 보던 선수를 2루로 출장시키고, 유격수를 보던 선수를 핫코너로 몰아넣는다면 선수 본인에게 역시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오재원은 대학 시절까지 주로 유격수를 보던 선수였다. 그리고 그가 팀에 입단했던 2007년 당시 팀은 주전 유격수 손시헌의 입대로 인해 마땅한 유격수 자원이 없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자원들은 다수 보유하고 있었으나 당장 주전으로 내세울 만한 능력을 갖춘 선수가 부족했다는 이야기다. 당시 두산은 신인 오재원, LG에서 영입한 안상준, 유망주 나주환 등 여러 선수들을 시험했으나 여의치 않자 결국 SK에서 이대수를 트레이드 해오기에 이른다.
이미 이 당시부터 팀 내부에서는 오재원을 유격수 자원으로 생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 뒤 오재원은 다른 포지션으로 꾸준히 포지션 이동을 거쳤지만 한 때 그에게 가장 적합한 포지션은 1루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오재원은 건실한 수비를 갖춘 선수라 보기에는 어려웠다. 하지만 그런 오재원이 최근 들어서는 3루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유격수로 경기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유격수로써는 이미 예전에 기량 미달임이 드러났던 바 있다. 그럼 다른 포지션은 어떨까? 사실 1,2루를 제외하면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기본적으로 오재원은 어깨가 그리 좋지 못하다. 손목 스냅을 이용한 송구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2루와는 달리 3루에서부터 1루까지의 거리는 상당하다. 약 38m 가량으로 타구를 포구한 뒤 재빠른 동작으로 글러브에서 공을 꺼낸 뒤 50m 이상의 거리를 라이너로 송구할 능력은 되야 안정적인 송구가 가능하다 볼 수 있다. 여기에 타자 주자가 발이 빠른 선수라면 더욱 빠른 타이밍의 송구가 필요할 것이다.
3루 뿐만이 아니다. 유격수 자리 역시 역동작 뒤 이어지는 송구 등 빠르고 정확한 송구를 요하는 자리다.(물론 유격수 자리는 수비력에서 이미 미달이지만) 오재원의 위치가 2루까지만으로 제한되어야 하는 이유다.
이기기 위해서는 점수를 내는 것도 중요하고, 또 실점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 이전에 기본적인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 실책 한두개가 다소 하찮게 여겨질 지도 모를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이것은 중요한 순간의 팀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