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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김병현! 희망이 없는 피츠버그에서 돌파구를 찾아라

by 카이져 김홍석 2008. 2. 21.

오래도록 기다린 끝에 김병현의 새로운 팀이 결정되었다. 내셔널 리그 중부지구에 소속되어 있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다.


뉴욕 양키스와 LA 다저스 등 주로 언론에 많이 노출이 되는 대도시 지역 연고 팀의 이름 정도만 알던 팬들에게는 다소 낯설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팀은 메이저리그 베이스볼이 태동하던 시기부터 함께해 왔던 팀으로 120년이 넘는 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앞으로 ‘김병현의 팀’으로서 많은 방송경기를 보게 될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현재 김병현에게 가장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는 팀이라는 점에서, 그의 피츠버그 행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 미래가 없는 팀

사실 피츠버그는 희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팀이다. 한마디로 이 팀의 미래는 어둡다. 아니 아예 돌파구를 찾을 수조차 없다. 십 수 년 전 팀의 기둥이었던 배리 본즈가 이적한 이후 무려 15년 동안 포스트 시즌 진출은커녕 5할 승률도 기록해 본 적이 없다. 6개 팀이 모여 있는 내셔널 리그 중부지구의 최약체 팀. 이것이 피츠버그의 현실이다.


그러한 전망은 올해도 다르지 않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 사이트인 SI.com에서는 피츠버그의 스토브 리그를 결산하면서 ‘They've done nothing.(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이라고 표현했고, 그것은 사실에 가깝다. 김병현을 영입했다고 해서 그 평가가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현재의 김병현은 한 팀의 전체적인 전력 평가에 있어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기 때문.


지난 시즌 94패를 당하며 내셔널 리그에서 가장 많은 패를 당한 팀이 새로운 시즌을 맞이하면서 전력 보강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것은 올해의 결과도 뻔히 짐작케 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미 올 시즌 100패가 유력한 팀으로 피츠버그를 첫손에 꼽고 있을 정도다. 메이저리그의 30개 팀 중에서도 가장 전력이 떨어지는 팀, 이것이 피츠버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일 것이다.


하지만 시각을 달리해서 김병현을 중심으로 바라본다면, 이 보다 더 좋은 팀이 있을 수 없다. 약하고 부족한 점이 많기 때문에 더욱 많은 기회가 찾아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팬들에게는 희망을 줄 수 없는 피츠버그지만, 김병현에게는 재기를 노릴 수 있는 희망의 땅이 될 수도 있다.



▷ 최악의 투수진

지난해 피츠버그가 100패를 면할 수 있었던 것은 이안 스넬(9승 12패 3.76)과 탐 고젤라니(14승 10패 3.88)라는 두 명의 젊은 투수들이 예상보다 잘 던져줬기 때문이다. 이 둘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선발 투수들은 처참하게 무너졌다.


개막전 선발이었던 자크 듀크(3승 8패 5.53)를 비롯해 폴 마홈(10승 15패 5.02), 토니 아마스 주니어(4승 5패 6.03) 등은 모두 제몫을 해주지 못했고, 베테랑 선발로서 기대를 하고 시즌 중반에 트레이드해왔던 ‘왕년의 20승 투수’ 맷 모리스도 이적 후의 11경기에서 6.10의 방어율로 주저앉고 말았다.


올 시즌 선발은 스넬과 고젤라니의 원투펀치의 뒤를 이어서 모리스-마홈-듀크로 일단 내정되어 있다. 하지만 시즌이 진행되어감에 따라 언제 어떻게 바뀔 지는 아무도 모른다.


구원 투수진도 그다지 미덥지 못하다. 지난해 중반부터 마무리 자리를 꿰찬 맷 캡스(4승 7패 18세이브 2.28)와 다마소 마테(2.38)를 제외하면 쓸만한 투수가 없다. 때문에 일단 구원투수로 기용될 것이라고 알려진 김병현은 팀에 합류함과 동시에 핵심 셋업맨의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캡스의 컨디션에 따라 시즌 중에 주전 마무리 자리를 노려볼 수도 있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이 정도로 투수진이 망가진 팀은 흔치 않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김병현에게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며, 스스로가 그 주어진 역할을 잘 소화내기만 하면 다시금 팬들에게 크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다.


▷ 중요한 것은 방어율이다

지난해 10승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팀을 찾기 위해 이토록 긴 시간을 돌아와야 했던 이유는 그의 2007년 방어율이 6.08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방어율이 6점대인데 10승을 거둔 것은 결코 자랑할 일이 아니다. 주위에서는 ‘실력은 없는데 단지 운이 좋았을 뿐’ 이라는 냉정한 시선을 보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병현이 올해 가장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은 바로 방어율이다. 선발로 나서게 되던 구원투수가 되건 메이저리그에서는 그 선수의 능력을 평가함에 있어 다승에는 그다지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투수는 방어율로 그 실력을 말한다.


피츠버그는 능력에 따라 승수를 쌓을 수 있을만한 여건도 되지 않는다. 지난해 똑같이 32경기에 등판해 각각 3.76과 3.88의 비슷한 방어율을 기록했음에도 스넬은 9승이었고 고젤라니는 14승이었다. 투구 내용을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모든 편에서 스넬이 더 우수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그와 같았다. 피츠버그 같은 약팀에서는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김병현 스스로가 잘 던졌다고 해서 승수가 따라오지는 않을 것이다. 원래부터 빈약한 타선이다 보니 그것을 원망할 수도 없다.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딱 한 가지, 낮은 방어율밖에 없다. 구원투수 김병현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김병현은 선발로 나섰을 때와 구원으로 나섰을 때의 성적이 판이하게 다른 선수다. 87번의 선발 등판에서 김병현이 기록한 방어율은 5.07 피안타율은 .277에 달한다. 하지만 구원투수일 때의 김병현은 .204의 언터처블급 피안타율에 3.58이라는 준수한 방어율을 기록 중이다. 선발로 돌아 선지도 몇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구원투수’ 김병현은 위력적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이제 남은 것은 김병현의 몫이다. 뛰게 될 팀이 늦게 결정되는 바람에 스프링캠프에도 뒤늦게 합류하게 되었다. 일주일만 지나면 시범경기가 열리기 시작한다. 조금 늦은 감이 없잖아 있지만 하루 빨리 새로운 팀에 합류해서 처음 만나게 되는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어야만 한다.


연봉이나 조건 등은 논외의 문제다. 중요한 것은 당장 메이저리그가 보장되는 계약을 맺었다는 것이고고, 앞으로도 많은 기회가 보장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제는 그 기회들을 어떻게 살리느냐가 중요하다.


결과적으로 김병현의 피츠버그 행은 나쁘지 않다. 이제는 실력으로 세상을 놀라게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