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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롯데 무관중 운동, 팬들은 왜 그렇게 화가 났을까?

by 카이져 김홍석 2011. 7. 1.



롯데 팬들이 드디어 칼을 뽑아 들었다
. 일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양승호 감독이 퇴진하지 않으면 7 26일부터 열리는 홈 3연전에 무관중 운동을 펼치기로 하고 본격적인 움직임에 돌입한 것이다. 하루 종일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고, 그 여파 또한 상당할 전망이다.

 

첫 단추부터 어긋났던 양승호 감독

 

우리 속담 중에 말 한 마디에 천냥 빚 갚는다.’는 말이 있다. 옛말 틀린 것 하나도 없다. 양승호 감독이 롯데 팬들에게 그토록 미움을 받는 이유는 결국 을 잘못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첫 시작부터.

 

로이스터 감독의 뒤를 이어 롯데 감독이라는 중책을 맡았기에 어깨가 무겁다. 로이스터 감독은 롯데의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일궈낸 좋은 감독이고, 나 역시 그를 존경한다. 로이스터 감독이 롯데에 남긴 야구 스타일의 장점은 계승하고, 단점은 보완하여 내년에는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가르시아는 지난 3년 동안 롯데에 정말 큰 공헌을 해준 좋은 타자다. 하지만 지금의 선수 구성은 가르시아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쉽지만 그를 떠나 보낼 수밖에 없다.”

 

만약 양승호 감독이 취임 직후에 있었던 각종 인터뷰에서 위와 같이 말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지금처럼 롯데 팬들이 양승호 감독을 비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 속의 양승호 감독은 로이스터 감독과 가르시아에 대해 아래와 같이 말했다.

 

“롯데 구단이 나를 선택한 것은 전임 로이스터 감독이 준플레이오프의 벽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년 시즌 무조건 우승에 도전하겠다. 충분히 가능하다.”

 

롯데의 투수력이 약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투수들을 믿음을 가지고 썼다면 2010년 포스트시즌 같은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롯데는 충분히 우승할 수 있는 전력이다. 다음 시즌에는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가르시아만한 국내 타자는 많다

 

양승호 감독은 롯데 감독으로 취임한 것 자체만으로도 별 잘못을 하지 않고도 욕 먹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롯데 프런트는 팬들이 원했던 로이스터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했고, 이미 그 상황에서 롯데 팬들은 기분이 상했다. 말을 잘 해도 얼마나 잘하는지 두고 보자는 삐딱한 시선을 피하기 어려웠는데, 저런 식으로 말을 했으니 화난 롯데 팬들의 기분에 기름을 붓는 결과밖에 되지 않았던 셈이다.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인선이었다면 팬들이 좀 더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줬을 지도 모르지만, 그렇지도 않았다는 점이 문제였다. 사실 위와 같은 말을 능력과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감독이 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지난해 뜬소문처럼 나돌았던 김경문 감독이 실제로 롯데의 지휘봉을 잡고 저렇게 말했다면 팬들 역시 지금과 같은 반응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양승호 감독에겐 능력으로 인정될 만한 실적도, 프로구단을 정식으로 이끌어 본 경력도 없었다. 물론, 양승호 감독은 프로야구단에 신임 감독이 선입되었을 시 지휘봉을 잡을 가능성이 높은 인물 중 하나였다. 하지만 팬들은 그런 속사정을 알지 못하고, 굳이 알 필요도 없다. 단지 팬들이 보기에 양승호 감독은 우승시킬 수 있는 감독이 필요하다며 로이스터 감독을 내친 롯데 프런트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삽질이었을 뿐이다.

 

그리고 나타난 결과는 지금과 같다. 양승호 감독이 시즌 전부터 준비했던 수많은 구상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고, 지금의 롯데는 4강 진출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양승호 감독의 투수 운영은 그 기용 방식과 잦은 보직이동으로 인해 혹사 논란에 시달렸고, 그러면서도 정작 성적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결국 팬들은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감독-프런트에 맺힌 한이 많은 롯데 팬들

 

이번 롯데 팬들의 움직임을 본 다른 구단의 팬들 중에는 지금은 너무 이른 시점이 아니냐?’는 반응도 존재한다. 적어도 한 시즌은 지켜보고 나서 판단해야 하지 않느냐는 시각이다. 이 또한 일리가 있는 의견이다. 하지만 롯데 팬들이 이렇게까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에도 이유는 있다.

 

롯데 팬들은 상처가 많다. 그리고 그 상처의 대부분은 자신들이 응원했던 팀의 감독과 프런트로부터 받은 것이다.

 

어떤 감독은 당장의 우승을 위해 어린 선수의 미래를 희생시켰고, 어떤 감독은 선입견에 사로 잡혀 타격에 재능이 있는 선수를 뚱뚱하다는 이유로 경기에 출장시키지 않았다. 또 다른 누군가는 권위적인 태도로 선수들의 기만 죽였고, 패배의 원인을 선수의 잘못으로 돌리기에 급급했다.

 

선수협 활동을 주도했기 때문에 팬들이 자랑스럽게 여겼던 두 명의 선수(최동원, 마해영)는 모두 구단의 보복성 트레이드로 팀을 떠났고, 그라운드 위에서 쓰러져 팬들의 피눈물을 쏟게 만들었던 임수혁은 사실상 구단 측에 버림받은 채로 있다 작년에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롯데 프런트는 한 때 부산 팬들의 심장이나 마찬가지였던 박정태를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트레이드 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였었다.

 

선수들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근시안적인 태도로 당장의 결과에만 집착하는 감독, 그리고 팬들의 바람은 외면한 채 잇속 챙기기에 급급한 구단. 물론 일부 예외적인 감독도 있었지만, 이런 감독과 프런트를 바라봐야만 했던 팬들의 해 묶은 상처는 꽤나 깊다.

 

로이스터 감독이 롯데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로이스터 감독은 항상 선수들에게 엄지 손가락을 들어주는 인물이었고, 패배에 대해 구차한 변명을 하지 않았다. 구단의 의견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는 인물이었고, 주위에서 뭐라고 하든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며 결과를 낸 사람이었다.

 

그런 인물이 또 다시 구단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팀을 떠났는데, 우승하자며 데려온 감독은 완전 초짜였고, 그 초보 감독은 팬들이 아끼고 사랑하는 선수들을 데리고 이해할 수 없는 야구를 하고 있다. 이것이 개막 3개월 만에 롯데 팬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만 이유다.

 

감독이 바뀌면 해결될까?

 

개인적으로는 양승호 감독에 대한 기대가 매우 컸다. 그가 롯데 감독이 되기 전부터 여러 지인들의 입을 통해 좋은 말을 들어 왔었고, 때문에 그런 인물이 나중에 롯데의 감독이 되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양승호 감독이 실제로 롯데의 감독이 되었고, 개인적으로는 기대를 감추지 않으며 그 선택을 추켜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드러난 결과는 지금과 같다. 맘에 안 드는 일을 열거하려면 너무 많아서 끝도 없다. 개인적으로도 무척 실망감을 느끼지만, 한편으론 아쉽다는 생각도 든다. 그가 로이스터의 후임이 아니었다면, 팬들의 사랑을 받는 전임 감독의 그림자를 떨쳐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다면, 과연 이렇게까지 무리수룰 두었을까 싶은 생각도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로스포츠는 팬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팬들과의 소통, 그리고 이해다. 양승호 감독과 롯데 프런트는 그 점에서 실패했다. 오랜 실패와 경험 속에서도 롯데 프런트는 이 점을 깨닫지 못하고 있으며, 양승호 감독은 이 부분을 너무 간과했다.

 

이번 무관중 운동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개인적으로도 정말 궁금하다. 지금 롯데의 문제는 감독이 바뀐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가장 중요한 것은 롯데의 프런트가 팬들의 마음을 좀 더 민감하게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인데, 결국은 또 다시 이 부분에서 난관에 봉착하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양승호 감독을 지지했던 한 사람으로서 이번 일에 대해 방관자적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갑작스레 태도를 바꾸는 것도 웃긴 일이고, 실제로 생각이 달라졌다고 해도 그걸 이유로 무관중 운동을 지지하는 것은 스스로에게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다만, 일의 결과와 관계없이 이번 사건을 통해 롯데 프런트가 팬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읽을 수 있길 바랄 뿐이다. 특히 구단의 높으신 분들 말이다.

 

롯데 팬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두 가지

 

무관중 운동을 펼치는 롯데 팬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2가지가 있다.

 

첫째, 다른 시각이 존재할 수 있음을 인정할 것

롯데 팬이라고 모두가 무관중 운동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양승호 감독에 대한 호볼호와 무관중 운동은 별개의 문제다. 분노가 극에 달한 팬들은 당장에라도 행동에 옮겨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좀 더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팬들도 (극소수일지라도) 존재한다. 그리고 그런 팬들은 실행 당일에도 경기장을 찾을 것이다. 무관중 운동을 준비하는 팬들의 분노가 프런트와 감독을 향한 것이라면, 적어도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팬들을 비난하고 욕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생각의 차이를 인정하는 성숙한 의식 속에서 자신들이 옳다고 믿는 것을 추진해야만, 모두에게 인정받는 올바른 투쟁으로 인식될 있을 것이다.

 

둘째, 진정한 팬이라면 적어도 선수들의 패배는 바라지 말 것

감독이 어떤 이해 못할 작전을 실행하건, 프런트의 행사가 맘에 들지 않건 간에, 정작 그라운드 위에서 땀을 흘리는 선수들은 단지 주어진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리고 그 경기의 결과에 따라 자신들의 가치와 연봉이 결정된다. 그런 선수들을 응원하는 팬들이라면, 아무리 감독이 바뀌는 맘이 간절하다고 한들 그들의 패배를 기원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말 무관중 운동의 이유가 성적 부진이 아니라면, 그라운드 위에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을 위해서라도 팀의 승리를 응원하는 가운데 의견을 관철시키는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아무쪼록 무관중 운동에 동참하는 롯데 팬들의 수준 높은 투쟁을 기대한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롯데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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