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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KIA의 호흡기마저 떼버린 이범호의 부상

by 카이져 김홍석 2011. 8. 8.



후반기 들어 주축 선수들의 이탈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던
KIA가 다시금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팀의 중심타자로 한 시즌 내내 뛰어난 활약을 이어가던 이범호가 지난 일요일, 홈으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부상을 당한 것. 이범호는 절룩거리며 덕아웃으로 들어왔고 진단 결과 허벅지 근육파열로 4주의 진단을 받았다. 상대 포수의 기민하지 못한 행동으로 인해 야기된 부상이었기에 팬들의 아쉬움은 더욱 컸다.

 

후반기 시작과 함께 찾아온 부상의 악령

 

최근 KIA 타이거즈의 모습을 보면, 부상이 어떻게 한꺼번에 몰아서 올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전반기가 끝나기 앞서 김선빈이 알드리지의 강한 타구에 얼굴을 맞으면서 시작된 부상의 악령은, 후반기 시작하자마자 삼성과의 3연전에서 로페즈가 옆구리 염증으로 중도 강판당했고, 최희섭이 자신의 파울 타구가 엄지 발가락에 맞아 미세골절로 인해 라인업에서 제외됐으며 후반기 두 번째 대진이었던 넥센과의 3연전에서 김상현이 상대 투수 김상수의 직구에 얼굴을 맞아 광대뼈 함몰 부상이라는 중상을 입게 됐다.

 

기존 선수들도 모두 한 두 차례의 부상을 당하며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안치홍은 두산과의 3연전에서 도루를 시도하다가 허리 근육을 다쳐 두 경기를 쉬었으며 이용규는 지난주 금요일 SK와의 경기에서 상대 투수 이영욱의 직구를 피하지 않다가 무릎을 다쳐 한 경기에 결장하기도 했다. 트레비스 역시 지난주 화요일 투구하는 과정에서 마운드에 미끄러지는 바람에 허벅지를 다쳐 4이닝만을 소화하고 마운드를 내려왔고, 트레비스의 몸 상태가 좋지 못해 서재응이 3일만을 쉬고 마운드에 오르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야속하게도 다른 팀들은 적절하게 비가 와서 휴식을 취하는 와중에도 KIA는 어김없이 경기를 치러 부상 선수들이 휴식을 취하는 여유를 누리지 못하기도 했다. 지난 주 기상청은 금요일을 제외하면 모두 비가 올 것이라 예보했지만, 비는 KIA 타이거즈를 비껴갔고, KIA 선수들은 단 한 경기도 쉬지 못하고 지난 주 6경기를 모두 소화했다.

 

잇단 부상 악재 속에서 전반기까지만 하더라도 2위 삼성에 2경기 앞선 채 올스타전을 맞이했지만, 지금 현재는 1위 자리를 삼성에 내주었을 뿐 아니라, 2.5경기 차이까지 벌어졌고, 3 SK에 두 경기 차이로 쫓기는 신세에 처하게 됐다. 여기에 KIA 99경기를 소화하는 동안 삼성은 이보다 7경기 적은 92경기를 소화했고, SK 12경기나 적은 87경기 소화에 그치고 있다. 현실적으로 2위 자리를 지키기 어려운 상황까지 내몰리게 된 것이다.

 

기존 선수들마저 체력적으로 지쳐

 

부상 선수들의 공백은 건강한 선수들에게도 부담이 되어 찾아왔다. 김선빈의 부상은 초반 이현곤과 김원섭의 활약으로 메워지는 듯 보였지만, 이현곤과 김원섭은 각기 지병을 가지고 있어서 많은 경기를 소화할만한 체력을 갖추지 못했다. 한 때 2 8푼을 넘겼던 이현곤의 타율은 현재 .270까지 떨어졌고, 2번 타자 역할을 잘 해주었던 김원섭도 타격 부진에 빠지면서 최근 두 경기에서는 상위타순이 아닌 하위타순에 배치되기도 했다.

 

한 차례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지만 매경기 1번 타자겸 중견수로 출장해 체력소모가 큰 이용규의 페이스도 떨어진 상황이다. 한 때 4할 타율 이야기까지 나왔던 이용규지만 후반기 치러진 11경기에서는 타율이 .270에 불과하다. 여기에 이용규 역시 이영욱에게 사구를 맞으면서 무릎 상태가 좋지 못하다.

 

가장 큰 타격을 준 것은 로페즈의 공백이다. 리그 최고의 이닝이터로 군림하면서 KIA의 상대적으로 얇은 불펜진을 커버해주던 로페즈였지만,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KIA 불펜진, 그 중에서도 손영민에게 가는 과부하가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손영민은 후반기 치러진 12경기 가운데 6경기에 등판했으며 불펜 투수임에도 팀내 투수 가운데 세 번째로 많은 이닝을 투구했다.

 

손영민의 잦은 등판은, 구위의 저하를 가져왔다. 전반기까지만 하더라도 .208에 지나지 않았던 손영민의 피안타율은 후반기 들어서 .275까지 상승했다. 현재 KIA는 손영민 말고는 확실하게 믿음을 줄만한 구원투수가 부족한 상황이다. 심동섭은 좋은 공을 던져주고 있지만 아직 신인 투수에 불과하며, 한기주는 확실한 믿음을 주고 있지 못하다. 이런 상황들이 손영민의 혹사로 이어지고 있고, 손영민의 피로가 계속 누적된다면 KIA는 작년 16연패의 과정이 되풀이될 위기에 빠지게 된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텨야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이라면 최희섭이 다음 주에 복귀하고, 로페즈 역시 2군 피칭을 재개한다는 점이다. 최희섭이 복귀하면 이범호의 공백을 어느 정도 덜어줄 것이고, 로페즈가 건강하게 복귀만 한다면, 손영민에게 몰려 있는 과부하가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이 둘이 복귀한다해도 KIA는 여전히 많은 선수들의 공백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기존 선수들의 부상으로 인한 공백은 젊은 선수들이 해결해줘야 한다. KIA에는 나지완과 안치홍, 김주형이라는 젊은 거포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김상현과 이범호가 없는 동안 잠재력을 폭발시켜준다면 KIA는 어려움을 덜어낼 수 있다. 현실적으로 기대야할 부분이 이들이 전부이기 때문에 나지완과 안치홍, 김주형에게 주어진 역할이 무겁다.

 

로페즈의 공백 역시, 양현종이 해결해줘야 한다. 양현종은 후반기 첫 등판에서는 넥센을 상대로 좋지 못했지만, 두 번째 등판에서는 비록 패전의 멍에를 쓰긴 했지만 난적 SK를 상대로 6이닝 동안 2점만을 내주는 호투를 보여주며 살아나는 기미를 보였다. 전반기 활약이 미미했던 양현종이었기 때문에 남은 경기 활약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양현종, 김주형, 나지완 젊은 세 선수가 분발해주면, 현실적으로 멀어보이는 정규시즌 1위 자리도 불가능한만 것은 아니다. 그리고 강팀이라면 주축 선수들의 이탈도 이겨나야 한다. 실제로 2009 SK는 에이스 김광현과 주전 포수 박경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맹활약한 전병두가 모두 제외됐지만 후반기 20연승을 달렸으며, 2위에 그쳤지만 한국시리즈 7차전까지 KIA의 우승을 위협하기까지 했다.

 

작년 삼성도 마찬가지다. 오승환, 진갑용, 최형우가 빠진 시기에 12연승을 달리기도 했다. 물론, KIA는 재작년 SK와 작년 삼성보다도 상황이 나쁘다고 할 수 있다. 베스트 라인업에서 최소한 네 명이 빠진 상황이며 리그 최고의 이닝 이터와 리그 최고의 3선발 마저도 최상의 몸 상태가 아니다. 그러나 아직 포기할 단계는 아니다. KIA가 올 시즌 진정한 강팀으로 거듭나고 싶다면 기존 선수들이 아닌 백업 선수들의 활약도 중요하다. 이제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다.

 

타이거즈 팬들은 스스로 올 시즌 최고의 우승 기회를 잡았다고 평하고 있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서 잇단 부상으로 KIA 3위 자리까지 떨어질 위기에 직면했다. 이런 어려운 시기 속에서 KIA가 지난 일요일 경기처럼 서재응의 투혼과 이범호의 전력 질주와 같은 모습을 계속 보여준다면 후반기 대반격도 꿈같은 일만은 아닐 것이다.

 

이범호의 부상으로 호흡기마저 떼어진 KIA이지만, 아직 34경기가 남아있다. 2009 SK와 같은 모습을 재현하지 못하리란 법도 없다. KIA가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치고 나간다면, 조범현 감독의 지도력이 팬들에게 강인하게 각인될 것이다.

 

// Lenore 신희진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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