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이 막바지에 치달으면서, 프로야구의 순위 다툼도 한층 열기를 띄고 있다. 최근 삼성이 상승세를 타는 동안, KIA는 부상, SK는 사령탑 교체라는 악재를 겪으며 정규시즌 1위의 주인공은 점차 삼성으로 굳어지는 모양새지만, KIA와 SK 모두 1위를 포기하기엔 이르다. 여기에 최근 LG를 따돌리고 호시탐탐 2위 자리를 노리는 롯데까지 있어 새로운 관전 포인트를 제공하고 있다.
선수들의 개인성적도 관심거리다. 이대호와 최형우가 펼치고 있는 홈런, 타점 타이틀 경쟁과 최근 이용규의 부진으로 혼전을 띄고 있는 타격왕 경쟁도 흥미롭다. 윤석민의 투수 부문 3관왕 등극 여부도 관심거리다. 여기에 올해 골든글러브의 주인공이 누가 될 지도 팬들의 흥미를 끄는 부분이다. 현 시점에서 골든글러브에 가장 가까운 선수들이 누구인지 정리해보았다.
▲투수 - 트리플 크라운 도전 윤석민 아성 누가 깰 것인가?
현 시점에서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에 가장 가까운 선수는 KIA의 우완 투수 윤석민이다. 윤석민은 현재 다승, 평균자책, 탈삼진 등 주요 세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으며, 골든글러브뿐 아니라 MVP에도 도전장을 내민 모양새다. 다승 부문은 박현준, 로페즈의 부상으로 2위권을 3승 차이로 따돌리고 있어 사실상 경쟁자가 없는 상황이고, 탈삼진 타이틀 역시 이 부문 단골 수상자인 류현진이 몸 상태가 좋지 못하고, 2위 주키치보다 26개나 많은 탈삼진을 잡은 상황이라 특별한 이변이 없다면 다승과 탈삼진 타이틀은 윤석민 차지가 될 확률이 높다.
가장 치열하게 윤석민의 뒤를 쫓고 있는 것은 평균자책 부문에서 니퍼트이다. 니퍼트는 2.73의 평균자책을 기록하며 윤석민(2.42)을 바짝 쫓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윤석민이 어느 정도 격차를 두고 있어, 급작스러운 부상 등의 사정만 아니라면 트리플 크라운 획득 가능성은 높다. 선발투수들 가운데 윤석민을 위협하는 선수는 없지만 오히려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삼성의 마무리 투수 오승환이다.
오승환은 37번의 세이브 기회에서 단 한 번을 제외하면 모두 성공시키고 있으며 46이닝 동안 평균자책이 0.59에 불과하다. 삼성이 우승을 하고 윤석민이 투수 부문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오승환에게도 골든글러브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 하지만 역대로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구원 투수의 숫자는 극히 적다.
▲포수 - 치열한 3파전
치열한 4위 다툼을 하고 있는 두 팀의 주전 포수와 두산의 양의지가 맞대결을 펼친다. 현재까지는 강민호가 개인성적과 팀성적에서 모두 다른 후보들을 앞서고 있다. 강민호는 .299의 타율과 .869의 OPS를 기록하고 있으며 강민호의 OPS는 리그에서 8번째로 좋은 기록이다. 조인성 역시 리그 14위의 OPS(.829)를 기록하고 있으며 강민호와 그 격차가 크지 않지만, 조인성이 골든글러브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소속팀이 롯데를 제치고 4강에 진출하는 것이 선결조건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 규정타석을 충족하며 혜성같이 등장한 선수가 양의지다. 지난해에 비해 장타는 줄었지만, .337의 고타율을 기록, 이 부문 3위를 달리고 있어 타격왕 타이틀을 획득한다면 양의지가 포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할 가능성도 무시할 순 없다.
▲1루수 - 당연히 이대호
1루수 포지션에서 이대호를 위협할 선수는 사실상 아무도 없다. 1위팀 삼성은 올 시즌 주전 1루수가 사실상 공석이고, KIA의 최희섭은 올해 결장경기가 많다. SK도 박정권이 올해 극심한 슬럼프를 보이고 있고, 이호준의 최근 활약은 눈부시지만, 초반에 까먹은 부분이 많다. 최준석이 그나마 이대호에게 도전장을 내밀만하지만, 이대호의 성적과 비교하면 초라한 것이 사실이다. 강력한 MVP 후보로도 거론되는 이대호의 골든글러브 수상을 점칠 수밖에 없는 부문이다.
▲2루수 - 수성의 정근우? 신예 안치홍?
조성환과 정근우가 번갈아 수상했던 2루수 골든글러브 부문에 젊은 선수가 불쑥 등장했다. 아니,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팀의 주전 2루수 자리를 꿰찼으니 ‘불쑥’이라는 부사는 어울리지 않는다. 올해 안치홍은 현재까지 .299의 타율과 .776의 OPS를 기록하고 있다. 정근우는 각종 비율스탯에서 안치홍보다 근소하게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현재는 개점휴업 상태다. 도루성공률도 예전만 못하다. 26번의 도루를 시도해서 17번 밖에 성공하지 못해 도루성공률이 65.4%에 불과하다. 그러나 안치홍도 최근 슬럼프에 허덕이고 있는 탓에 누가 2루 골든글러브의 주인이 될지 한 치 앞도 가늠할 수 없는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3루수 - 유력했던 이범호, 부상 암초에 걸려
올 시즌 이범호는 자신의 커리어 하이를 새로 쓰고 있는 중이었다. 타점도 현재 이대호와 치열한 1위 다툼을 펼치고 있었으며, KIA의 선두권 경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지난 7일 4주 회복을 요하는 부상을 당하면서, 골든글러브 수상이 요원해졌다. 이로써 최정의 수상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최정은 이범호의 활약에 살짝 못 미칠 뿐, 타율 6위, 출루율 5위, 장타율 4위를 달리는 등 리그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활약을 보이고 있는 중이다. 다만, 이범호보다 홈런과 타점이 부족한 것이 문제였지만, 이범호의 부상은 최정에겐 호재다. 특별히 부진하지만 않으면 최정은 처음으로 골든글러브를 수상하게 된다. 박석민과 정성훈도 맹활약 중이지만, 이범호와 최정을 넘기 위해서는 조금 더 뛰어난 활약이 요구된다.
▲유격수 - 강정호의 2연패, 김상수가 막는다?
시즌 초만 하더라도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는 KIA의 김선빈과 삼성의 김상수가 펼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자 강정호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5월까지만 하더라도 2할 초반대의 타율과 1홈런에 그쳤던 강정호지만, 4번 타자의 부담감을 벗어던진 6월 이후 .338의 고타율과 935의 OPS를 기록하며 현재는 모든 타격 스탯에서 김상수를 앞서고 있다.
수비에서도 김상수는 17개의 실책을 저지르며 리그 최다 실책을 기록하고 있다. 강정호는 반면, 작년보다 나아진 수비 실력을 뽐내며 9개의 실책에 그치고 있다. 올해도 이 페이스면 강정호의 2연패가 유력해지지만, 삼성이 좋은 성적으로 시즌을 끝낸다면, 김상수에게 표가 갈 가능성도 높다. 김선빈은 최근 큰 부상에서 돌아와 맹활약하고 있지만, 규정타석을 충족해야만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외야수 - 이용규, 최형우 유력, 남은 한 자리의 주인공은?
외야수 부문에는 일단 이용규와 최형우의 자리는 곤고해 보인다. 이용규는 최근 타격감이 주춤해도 .342의 타율로 타격 1위를 질주 중이다. 유력해 보였던 출루율 타이틀을 최근 부진으로 인해 팀동료 이범호에게 2리 뒤진 상황이지만, 지금의 슬럼프만 극복하면 출루율 타이틀은 무난하게 획득할 것으로 보인다. 최형우는 이대호가 주춤한 사이 어느새 OPS 1위, 홈런 공동 1위에 올랐고, 타점에서도 이대호에 불과 6점이 부족한 상황이다. 여기에 팀성적도 좋아 골든글러브는 물론이거니와 MVP 경쟁도 가능하다.
나머지 한 자리를 두고 이병규와 손아섭, 김현수 등이 경쟁을 펼치고 있다. 시즌 초만 하더라도 이병규의 페이스는 좋았지만 7월 이후 .237의 타율에 그치면서 경쟁자에게 추격의 여지를 남겨주었다. 이 틈에 치고 올라온 선수가 손아섭이다. 손아섭은 현재 .323의 타율을 기록하며 타격 5위에 올라 이병규 바로 뒤에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이병규라는 네임밸류가 가져다주는 효과는 무시할 수 없다. 손아섭이 LG 트윈스를 대표하는 얼굴인 이병규를 제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뛰어난 활약이 요구된다.
▲지명타자 - 홍성흔 골든글러브 4연패 정조준
시즌 초만 하더라도 홍성흔의 골든글러브 4연패는 비관적이었다. 하지만 여름 들어서 방망이가 좋아지며 홍성흔의 골든글러브 4연패는 다시 가시권으로 들어왔다. 5월까지만 하더라도 홍성흔은 타율 .274에 장타율 .337에 그쳤다. 하지만 6월부터 현재까지 타율 .360의 맹활약을 보이고 있다. 작년만 못한 장타율이 옥에 티지만, 적어도 정확성에 있어서는 여전히 홍성흔답다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다.
경쟁자들도 확실한 성적을 보이고 있지 못하다. 김동주와 박용택 정도가 홍성흔의 잠재적인 경쟁자라 할 수 있겠지만, 홍성흔보다 확실하게 앞서 있다 말하긴 어렵다. 김동주는 타율을 제외한 비율스탯이 경쟁자들 가운데 가장 뛰어나지만, 기자단 투표에서 가점을 많이 받는 타율(.284)이 3할에 못 미친다. 여기에 팀 부진과 맞물려 준수한 활약에도 확실한 주목을 받고 있지 못하다.
시즌 초만 하더라도 박용택의 수상이 가장 유력했지만, 홍성흔과 반대로 6월 이후 성적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 상황이다. 6월 이후 박용택의 OPS는 .657에 불과하며 현재는 중심타자다운 모습을 잃고 있다. 장타력이 급감하긴 했지만 최근 페이스를 보면 홍성흔의 지명타자 골든글러브 4연패가 가장 유력해 보인다.
// Lenore 신희진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롯데 자이언츠, 삼성 라이온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