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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SK가 김성근 감독과의 재계약을 망설이는 이유

by 카이져 김홍석 2011. 8. 17.



SK
와이번스가 김성근 감독의 재계약 문제를 놓고 때 아닌 몸살을 앓고 있다. KIA가 흔들리고 있는 지금이 SK 2위로 올라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을 고려하면, 그 시기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언제고 터질 일이었고, 한번쯤은 이러한 심각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왜 김성근 감독의 재계약 문제가 논란이 되는 것일까? 김성근 감독은 2007 SK에 부임한 이후 지난 4년 동안 3번의 한국시리즈 우승과 1회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그리고 올 시즌도 3위를 달리고 있으며, 여전히 우승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성과만 놓고 본다면 김성근 감독과의 재계약은 당연한 수순이다. 절대다수의 SK 팬들이 원하는 일이며, 구단 수뇌부가 머리에 총이라도 맞지 않는 이상 이런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할 리가 없다.

 

그런데도 SK 구단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재계약 협상이 점점 뒤로 늦춰지고 있으며, 이것이 김성근 감독의 심기를 어지럽게 하고 있다. 협상이 미뤄진다는 건, 그만큼 재계약 여부를 두고 구단 내에서 찬반양론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지난 5년간 최고의 성과를 거둔 감독을 두고 대체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한국에서는 야구 감독도 광고모델이다

 

이것은 단순히 SK 구단과 김성근 감독, 그리고 SK 팬들의 입장에서만 바라볼 일이 아니다. 그렇데 단순한 문제였다면 SK 구단이 재계약을 두고 고민할 이유가 없다. 최고의 감독과의 재계약을 앞두고도 구단 수뇌부가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 그것은 한국 프로야구의 특수성에서 찾아야 한다.

 

한국의 프로야구는 메이저리그와 다르다. 메이저리그는 각각의 구단이 하나의 완성된 사업체다. 구단을 운영하여 얻는 수익(입장권, 중계권료 등등)만으로도 얼마든지 흑자를 낼 수 있으니, 프로야구 자체가 하나의 돈벌이 사업인 셈이다.

 

하지만 한국은 다르다. 한국의 프로야구는 모 기업 프로모션의 일환이다. 야구단 운영만으로는 수익이 나지 않는다. 각 구단의 모 기업은 1년에 80~12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액수를 야구단 운영에 투자하고 있으며, 이것은 모 기업의 이미지 쇄신을 위한 투자로 봐야 한다.

 

, 각각의 구단은 자신들을 응원하는 팬들만 바라보는 운영을 할 수가 없다. SK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리 와이번스가 지난 5년간 최고의 성과를 냈고, 팬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김성근 감독이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다 하더라도, 그것이 재계약의 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한국 야구의 경제적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김성근 감독을 비롯한 모든 프로야구 선수 및 코칭스탭은 광고모델이다. 그리고 광고모델을 뽑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아닌 이미지. SK가 김성근 감독과의 재계약을 두고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성근 감독은 나머지 7개 구단의 팬들 사이에서 만들어진 이미지가 너무 나쁘기 때문이다.

 

SK 그룹은 SK 팬들은 물론 나머지 7개 구단의 팬들에게도 어필해야만 한다. 그것이 프로야구단을 운영하는 목적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아니라 해도 각 구단의 이미지가 어떠한가는 팬들의 무의식 속에서 작용하기 마련이며, 결국 그것이 각 모기업의 장사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SK 와이번스라는 구단이 하나의 독립된 사업체였다면, 김성근 감독과의 재계약은 고민할 필요도 없는 문제다. 하지만 그가 단순한 감독이 아닌 광고모델인 이상 SK 그룹은 김 감독의 대중적 이미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김성근 감독은 오해를 많이 사는 인물이다. 직설적인 화법도 그렇지만, 경기 중에 벌어진 몇몇 사건들 때문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입혀진 결과다. 여기에서 실제로 김성근 감독이 더러운 야구를 하느냐의 여부는 중요치 않다. 이미 그렇게 각인되어 버렸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한번 결정된 대중의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으며, 그렇게 만들어진 이미지는 고정화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는 롯데 양승호 감독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부임 직후부터 그의 이미지는 최악이었고, 엄청난 욕을 먹더니 결국 무관중 운동까지 벌어졌다. 그러다 보니 롯데가 잘하고 있는 지금도 양승호 감독을 칭찬하는 롯데 팬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미 호구로 낙인 찍었기 때문이다. 그걸 뒤바꾸려면 자신의 판단이 틀렸음을 인정해야 하는데, 대중은 자신의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어지간해선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SK 구단에 대한 아쉬움

 

하지만 이러한 이유가 있다 하더라도 김성근 감독과의 재계약을 꺼리는 SK 그룹과 구단의 입장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느껴진다. 결국 그 이유라는 것이 순수한 프로야구 내부의 문제가 아닌, 외부적인 그룹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최고의 성적을 낸 감독이 재계약에 실패할 수도 있다는 것, 이건 현장에서 뛰고 있는 모든 감독들을 슬프게 만드는 일이다.

 

김성근 감독의 이미지가 부정적인 것은 사실이다. SK 팬들은 인정하기 싫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사실 여부가 아닌 대중의 인식이다.

 

그렇다면 SK 구단은 그런 김성근 감독의 이미지를 되돌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을까? 아니 노력을 하긴 했던가?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발을 동동거리며 행여나 이 때문에 기업 이미지가 더 나빠지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하기에 앞서, 자기 측 사람인 김성근 감독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기 위한 작업을 그룹 차원에서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김성근 감독은 매우 깐깐한 인물이다. 할 말을 똑 부러지게 하지만, 거기에 꾸밈이나 자세한 부연 설명이 없기 때문에 오해를 받기 딱 좋은 타입이다. 그럼 거기에 대한 꾸밈과 부연 설명은 구단 차원에서 했어야 했다. 이 부분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김성근 감독과 구단 프런트의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뜻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현장 기자들을 만날 때면 항상 듣는 이야기가 있다. SK 구단이 가장 까다롭다고. 구단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이나 사건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듣기 어려워서 항상 애를 먹는다고. 어쩌면 그런 문제 때문에 SK에 대한, 그리고 김성근 감독에 대한 오해와 불신이 더욱 커지는 지도 모른다.

 

SK 그룹은 그 동안 스포테인먼트를 내세우며 SK 와이번스를 비롯한 SK 스포츠단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사람의 이미지가 구단의 이미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몰랐던 걸까? 구단 차원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김성근 감독을 보좌해주지 않았으면서, 지금에 와서 김성근 감독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놓고 왈가왈부한다는 것은 팬들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들 수밖에 없다.

 

SK 구단도 나름의 사정은 있을 것이다. 특히 메이저리그에서 정식 코치로 잘 나가던 이만수 2군 감독을 데려올 때, 아무런 약속 없이 데려왔을 리는 없다. 하지만 그런 약속을 했다는 것 자체가 현임 감독에 대한 실례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 SK의 사령탑은 김성근 감독이고, 그는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으며, 김응용 감독 이후 최고의 성과를 내고 있는 인물이다. 나머지 7개 구단 팬들이 바라보는 이미지까지도 신경 써야 하는 구단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자신들을 응원하고 있는 팬들의 마음도 사로잡지 못한다면 어찌 프로야구 전체 팬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겠는가!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SK 와이번스]

 

 

P.S. 개인적으로는 이만수 2군 감독이 SK의 감독이 되어 지금과 전혀 다른 컬러의 야구를 하는 것을 보고 싶은 맘이 (간절히) 있다. 하지만 그것과 이번 일은 별개의 문제. 어디까지나 김성근 감독이 지난 5년간 보여준 성과를 생각한다면, 김성근 감독이 은퇴할 생각이 없는 한 재계약은 당연한 수순이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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