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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양승호구’부터 ‘유다만수’까지, 팬들에 울고 웃는 감독님들

by 카이져 김홍석 2011. 9. 5.

양승호 롯데 감독은 시즌 초반만 해도 마음고생이 심했다. 롯데가 시즌초반 극심한 부진을 겪으며 하위권으로 추락하자 팬들은 양승호 감독 퇴출을 요구하며 무관중 경기를 추진하기도 했다. 양승호 감독은 팬들 사이에서 '양승호구'라는 인신공격적인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당시 양승호 감독은 "부산의 야구사랑이 대단한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인줄은 몰랐다. 휴대폰 번호도 어떻게 알았는지 밤마다 전화를 걸어 욕을 하거나 협박문자를 보내는 팬들도 있다. 사람많은 곳은 가기도 무섭다."며를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하지만 롯데가 7월들어 가파른 상승곡선을 벌이며 상황이 달라졌다. 롯데가 2위까지 치고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가자 양승호 감독의 능력을 재평가해야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기도 했다. 호구라는 치욕적인 별명은 어느새 '양승호굿'으로 바뀌었다.

 

양승호 감독은 "얼마전까지 덕아웃에 앉아있으면 팬들이 욕하는 소리가 귀에 들려왔는데, 요즘은 감독님 파이팅이라고 외치거나 선물을 주는 팬들도 있다. 얼마전까지 그렇게 욕을 먹었는데 이런 반응이 나도 신기하다"며 껄껄 웃었다.

 

양승호 감독을 대신하여 요즘 홈팬들의 격렬한 애정을 독차지(?)하고 있는 인물은 바로 이만수 감독대행이다. 최근 경질당한 김성근 전 감독의 뒤를 이어 SK의 지휘봉을 잡은 이만수 감독은 취임식에서 한번 분위기파악못하고 '잘못 웃은 죄'로 첫 홈경기에서부터 팬들의 욕설과 불쇼를 감상하며 화끈한 데뷔 신고식을 치러야했다.

 

일부 과격한 SK 팬들은 이만수 감독대행이 구단 프런트와 결탁하여 김성근 전 감독을 밀어냈다고 주장하며 '유다 만수'(성서에서 예수를 배신한 것으로 알려진 제자)라는 별명을 붙이며 비난을 퍼붓고 있다.

 

SK가 이만수 감독 취임후 4 10패로 추락하며 4위자리까지 안심할수 없는 상황에 되자 이만수에 대한 비난 여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일부 안티팬들은 인터넷 게시판이나 방송중계에서 이만수의 호칭에 관하여 '감독대행'이라는 정식 명칭이 아닌 감독이라는 표현을 했다 것만으로도 딴지를 걸며 과잉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김성근 전 감독에 대한 그리움을 넘어 이만수 감독대행을 절대 감독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거부감의 표시이기도 하다.

 

박종훈 LG 감독도 시즌 초반 선전이 무색하게 4강진출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면서 팬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박종훈 감독은 특별히 개인 별명은 없지만 올시즌 무리한 투수운용과 실패한 작전구사등으로 논란의 도마에 오르며, '산책야구' '6-17참사'같은 많은 신조어를 창출해냈다는 비아냥을 들으며 '유행어 제조기'라는 달갑지않은 평가를 받고 있다. 8월 이후 LG의 성적이 점점 추락하자 박종훈 감독은 성난 팬들의 항의시위로 인하여 직접 확성기를 들고 '청문회'에 끌려나가 사과를 해야하는 웃지못할 체험도 겪었다.

 

최근 스포츠에는 '행동하는 팬'들이 대세다. 과거에처럼 단순히 극단적인 군중심리로 버스에 불을 지르고 소란을 피우는 것과는 또다른 개념이다. 팬들이 단지 결과 그 자체만을 두고 수동적으로 야구를 감상하는 팬 자체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팬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팀의 현실에나 비전에 관여하고 영향을 미치려는 '관리자' 혹은 '주주'로서의 모습도 보인다. 팬들의 항의 방식 역시 인터넷이라는 도구를 매개로 여론이 예전에 비하여 훨씬 체계회되고 조직화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팬들의 반응이 지나치게 극단적으로 흐르는게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한 해설자은 "팀에 대한 팬들의 애정은 존중한다. 하지만 정도를 지나치면 그것은 애정이 아니라 폭력이 되기쉽다. 메이저리그에서 감독이 팬들에게 붙들여 사과를 하는 장면을 들은 일이 있는가. 홈구장에서 팬들이 자기팀의 감독이나 선수들에게 손가락질하고 욕설을 한다면 과연 경기할 의욕이 나겠나. 팬들도 예의를 지켜야한다"고 아쉬워했다.

 

사람좋은 웃음이 트레이드마크였던 이만수 감독대행은 감독 취임이후 웃음을 잃은지 오래다. 취임 인터뷰에서 한번 잘못 웃음을 지었다가 팬들에게 호된 질타를 받은 뒤다. SK 관계자는 "팀의 부진에 감독님도 스트레스가 크다. 무슨 말을 하면 또 공연히 오해를 살까봐 요즘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인터뷰도 자제하고 말을 줄이고 계신다."며 안타까워했다.

 

김성근 전 감독은 과거 자신의 야구에 쏟아지는 비난 여론이 있을때도 결코 굴하지 않았다. "이런저런 주변의 말에 휘둘리다보면 내 원칙이 흔들리게 된다."는게 이유였다. 그 지나친 고집스러움 때문에 마찰도 많았지만, 김성근 감독은 자신만의 소신과 꾸준한 성적으로 주변의 비난으 모두 불식시켰다. 김경문 전 두산 감독도 "감독이 욕을 안먹거나 책임을 안지려고 하면 오히려 팀이 위태로워진다."며 자신의 지도철학을 피력했다.이만수 감독대행이 김 전 감독에게 진정 배워야할 것도 어설픈 야구전술이 아니라 팬들이나 여론의 눈치를 보지않고 자신의 소신대로 야구를 밀고나갈수있는 뚝심인지 모른다.

 

결국 최선의 해결책은 성적이다. 조범현 KIA 감독은 지금은 조갈량이기도 불리지만 2009년 우승을 시키기 전까지 조뱀이라는 비하적인 별명이 따라다녔다. 지금도 성적과 상관없이 꾸준히 조범현 감독에 대한 안티여론은 존재하지만 KIA는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양승호 감독도 시즌 초반 지금의 이만수 감독 이상의 ''폭탄을 들어야했지만 지금은 비난을 찬사로 바꾸어가고있는 중이다. 비난과 찬사는 종이 한 장차이다.

 

// 구사일생 이준목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SK 와이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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