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잠실의 가을 찬가, 내년엔 울릴 수 있을까?

by 카이져 김홍석 2011. 9. 27.



지난 24, SK KIA가 나란히 승리를 거두면서, 올 시즌 4강이 확정됐다. 올해의 특징이라면 LG, 두산, 넥센 등 서울 팀들의 몰락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잠실야구장을 홈구장으로 쓰는 LG와 두산의 부진이 눈에 띈다. LG는 올 시즌 스타트는 좋았지만,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시즌 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던 두산은 안팎의 소란을 견디지 못하고 좌초했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두 팀이 동시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것은 2006년 이후로 5년 만이다. 또한, 두 팀이 모두 5할 승률에도 못 미친 적은 2003년 이후 8년 만이다. 하지만 LG와 두산이 내년에도 하위권에 있으리란 법은 없다. 두 팀 모두 다음 시즌에 돌아오는 자원, 성장세를 보여준 유망주들이 있어 2012년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다. 이들이 내년 시즌을 자신할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 있을까?

 

LG, 성적 발목 잡은 투수진 재건 성공

 

4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먼저 30승을 달성했을 정도로 초반 LG의 페이스는 뛰어났다. 이러한 LG 상승세의 원동력은 재건된 마운드에 있다. LG는 삼성, SK에 이어 리그에서 세 번째로 낮은 4.05의 평균자책을 기록하고 있으며, 선발진에 10승 투수도 세 명(박현준 13, 리즈주키치 10)이나 포진돼 있다. 10승 이상 투수를 셋 이상 보유하고 있는 팀은 롯데(장원준, 송승준, 사도스키)와 함께 LG가 유이하다.

 

지난 5년간 LG의 평균자책이 2005 8, 2007 6, 2008 8, 2009 7, 2010 7위로 바닥을 기었다는 점을 생각해볼 때, 올 시즌 투수진의 반등은 크나 큰 수확이다. 여기에는 지난해 SK에서 트레이드로 영입한 박현준의 성장과, LG 역사상 가장 뛰어나다고 할 수 있는 외국인 투수 두 명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더불어서 신인 임찬규의 활약, 한희의 성장, 송신영 영입 등도 LG의 평균자책이 리그 평균 이하로 수준으로 나아진 원인이 됐다.

 

주키치와 리즈를 눌러 앉힌다면, 내년 시즌 LG 투수진의 전망은 더욱 밝다. 팀이 어려울 때 홀로 분전하며, 리그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선발 투수로 꾸준히 활약했지만, 올 시즌 4경기 등판에 그쳤던 봉중근이 내년 시즌 복귀하기 때문이다. 박현준, 주키치, 리즈가 올 시즌 만큼 활약해주고 봉중근이 건강만 되찾으면 LG 10승급 투수 네 명을 보유하게 된다. 이들이 건강하게 시즌을 보내준다면, 선발진만큼은 큰 걱정 없이 꾸릴 수 있다.

 

문제는 불펜진이다. 올 시즌 LG가 강력한 선발진을 바탕으로 시즌 초반 선전했지만, 더 치고 나가지 못했던 이유는 마무리 투수의 부재가 컸다. 시즌 전 구상을 통해 김광수가 마무리 투수로 낙점됐지만, 불안한 모습만 노출시키며 한화로 트레이드 됐고, 이후 박병호와 심수창을 내주고 송신영과 김성현을 영입하면서, 뒷문 강화에 성공했지만, 때 늦은 감이 있었다. 하지만 베테랑 송신영의 존재와 한희의 성장, 임찬규의 발견은 내년 시즌 LG 불펜진의 전망을 밝게 한다.

 

시즌 초의 분위기를 이어가지 못했지만, 모두 건강하다는 전제 하에 LG 타선은 여전히 위력적이다. 이택근, 이진영, 박용택, 이병규(9), 이병규(24)는 어느 팀에 가더라도 클린업을 칠 능력을 갖춘 선수들이고, 정성훈과 조인성 등도 하위타선에 있긴 아까운 선수들이다. 이병규(9)와 조인성의 적지 않은 나이가 걱정거리지만, 올 시즌 활약만 놓고 보면 당장 내년에 노쇠화가 올 가능성은 낮으며, 선수들이 집중력만 유지할 수 있다면 리그 최강의 공격력을 보이더라도 이상하지 않다.

 

LG는 올 시즌 초반 선전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의 잇단 부상과 투수진의 후반기 체력 저하로 4강 진출에 실패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가을 잔치에 가까이 다가갔던 시즌이니만큼 LG 팬들이 느끼는 실망감은 크지만, 팀이 발전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성과가 없지는 않았다. 문제는 현재 LG의 사령탑에 앉은 박종훈 감독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 시즌 확실한 성적을 올리고 싶다면, LG 구단은 팬들의 신임과 성적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다.

 

두산, 상무-경찰청표 야수진 대거 합류

 

올 시즌 시작 전까지만 하더라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 두산은 니퍼트, 김선우를 제외한 나머지 선발 투수들의 부진, 최근 몇 년간 두산이 상위권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던 불펜진의 붕괴, 타선의 파괴력 저하 등으로 하위권에 쳐지게 됐다. 결국, 오랜 기간 두산의 지휘봉을 잡고 두산을 강팀의 반열에 올린 김경문 감독이 사퇴하는 지경까지 오게 됐다.

 

특히 지난해 두산의 자랑이라고 한다면, 이성열, 김현수, 최준석, 양의지, 김동주 등 다섯 명의 타자가 스무 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내며, 롯데와 함께 리그에서 가장 돋보이는 파워를 자랑한 점에 있다. 그러나 한 시즌 만에 두산의 방망이는 차갑게 식었다. 올 시즌 현재 두산에서 스무 개 이상의 홈런을 치고 있는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 두 자릿수 이상의 홈런을 기록한 선수도 지난해 다섯 명에서 올해 세 명으로 줄었다.

 

무엇보다도 지난 시즌 24개의 홈런을 날리며, 팀 내 최다 홈런 타자로 등극한 이성열의 부진이 눈에 띈다. 20개의 홈런을 때려 낸 양의지 역시 타율은 .303를 기록하며 고공행진 중이지만, 홈런은 4개에 그치고 있다. 김현수도 현재까지는 작년의 절반 수준인 12개의 홈런이 전부다. 전반적으로 타선의 파괴력이 떨어지면서 두산의 득점력은 약해졌다. 이 외에 가능성을 보인 이원석, 정수빈 역시 성장통을 겪고 있다.

 

하지만 상무와 경찰청에서 맹활약한 선수들이 얼마 전 제대하면서 두산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 가장 큰 기대를 받는 선수는 최주환이다. 최주환은 올해 퓨처스 리그 93경기를 뛰면서 .336의 타율로 리그 4, .506의 장타율로 리그 3위를 달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볼넷을 58개 얻는 동안 삼진은 28개 밖에 당하지 않았다. 1군과는 격차가 큰 2군 무대라 하더라도 이 같은 삼진과 볼넷 비율은 최주환의 전망을 밝게 하는 가장 큰 근거다. 현재 1군 주전 2루수인 오재원이 군입대를 앞두고 있고, 고영민이 좀처럼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상황이니만큼 최주환에게 거는 두산 팬들의 기대는 크다.

 

두산의 미래를 책임질 군인표(?) 야수는 최주환뿐 아니다. 10월에 제대 예정인 경찰청의 허경민과 최재훈도 있다. 청대 시절에도 안치홍, 김상수, 오지환 등 쟁쟁한 선수들을 물리치고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던만큼 허경민의 유격수 수비는 이미 정평이 나있다. 여기에 타격 능력까지 성장하며 올 시즌 경찰청에서 .332의 고타율과 28볼넷 8삼진이라는 뛰어난 볼넷/삼진 비율까지 보여주고 있다.

 

양의지가 굳건하게 버티고 있는 포수진에도 최재훈이라는 뛰어난 유망주가 합류한다. 경찰청 감독인 포수 출신 유승한 감독으로부터 수비능력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최재훈은 .598의 장타율을 기록하며 퓨처스 리그 장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양의지의 존재로 인해서 1군 무대 활약은 비관적인 처지지만, 올 시즌 이후 최재훈을 노리는 포수가 부족한 구단들의 러브콜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망주는 유망주일 뿐이지만, 최형우와 박석민, 김상현, 박병호, 박정권, 정상호 등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상무와 경찰청에서 빼어난 활약을 보인 타자들은 1군 무대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인 전례가 많다. 두산의 내년 시즌은 퓨처스 리그를 정복하고 올라온 야수들의 모습을 보는 재미로 쏠쏠할 것이다.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두산 역시 LG와 마찬가지로 내년 시즌 감독 선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올 시즌 최고의 외국인 투수라 할 수 있는 니퍼트가 잔류하지 못한다면, 올해 8개 구단 최고의 원투펀치라 할 수 있는 김선우-니퍼트 콤비가 해제될 위험도 있다. 두산이 투수력만 2010년 이전 수준으로 돌릴 수 있다면, 최준석과 오재원의 군입대 공백이 있더라도 야수진의 선순환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 Lenore 신희진 [사진제공=LG 트윈스, 두산 베어스]

 

 

 블로거는 여러분들의 추천(View On)을 먹고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