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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선동열의 KIA 타이거즈에 거는 기대

by 카이져 김홍석 2011. 10. 19.



선동열 삼성 감독이 1995년을 마지막으로 입지 못했던 타이거즈의 빨간 유니폼을 16년 만에 다시 입게 됐다. KIA 구단은 어제 오후 1년의 계약기간이 남은 조범현 감독 대신 선동열 삼성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타이거즈 역사상 아니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뛰어났던 전설적인 투수이자, 삼성 재임시절 두 번의 우승과 한 번의 준우승을 일군 명장의 부임으로 많은 타이거즈 팬들은 환호성을 보내고 있다.

 

KIA의 고질병, 불펜 문제 해결의 적임자

 

많은 팬들이 선동열 신임 감독을 환영하는 이유 중 하나는 최근 2년간 반복되고 있는 KIA의 불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선동열 감독은 삼성의 사령탑으로 앉아 있던 시기에 강한 불펜진을 구축하며 재임 6년간 우승 2, 준우승 1, 포스트시즌 진출 5회에 빛나는 성적을 올린 바 있다.

 

2005년부터 작년까지 삼성 구원진은 3.05(2), 3.32(2), 2.92(2), 3.45(리그 3), 4.76(5), 3.35(1) 등의 평균자책을 기록,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던 2009년을 제외하면 매 시즌 상위권에 해당하는 성적을 기록했으며, 준우승에 그친 작년에는끝판 대장오승환이 없었음에도 5회 이후 리드를 잡은 경기에서 53경기 연속 무패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특정 투수에게 과부하를 주지 않고 불펜진을 잘 관리했다는 점도 선동열 감독의 능력을 높이 사는 부분이다. 지난해 삼성 불펜투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92이닝을 소화한 안지만은 단 한 번도 3일 연속 등판한 적이 없으며, 67차례의 등판 가운데 2일 연속 등판도 9차례에 불과했다. 권혁은 4일 연속 등판도 있었지만, 이 한 번을 제외하면 60번의 등판 가운데 연투한 경기는 14경기뿐이다. 한 때국노(국민노예)’라는 별명이 붙은 정현욱 역시 61차례의 등판 가운데 연투 13, 3일 연속 등판 1회에 불과하다.

 

선동열 감독의 철저한 투수 관리는 올 시즌 삼성이 불펜진의 힘(불펜 평균자책 2.44)을 바탕으로 정규시즌 우승까지 이른 환상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만약 선동열 감독이 우승이라는 명목 하에 특정 투수에게 무리한 투구를 지시했다면, 올해 삼성은 기존 안지만, 정현욱, 권혁이라는 든든한 삼각 편대 체제에서끝판 대장오승환의 복귀라는 시너지 효과를 누리지 못했을지 모른다.

 

반면, 조범현 감독 체제 하에 KIA는 우승을 차지한 2009년을 제외하면 매 시즌 불펜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조범현 감독의 부임 첫 해인 2008 KIA의 불펜 평균자책은 4.57로 리그에서 두 번째로 좋지 못했고, 2009년에는 유동훈과 손영민의 활약으로 리그에서 두 번째로 뛰어난 3.89의 평균자책을 기록했지만, 이 전력을 유지하지 못하고 이듬해 바로 추락, 2010시즌에 KIA 26차례의 블론세이브라는 치욕적인 역사를 경험했다.

 

올해도 작년의 모습에서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블론세이브는 작년 26개에서 올해 10개로 크게 줄었지만, 단지 그 뿐, KIA 불펜진은 리그에서 두 번째로 좋지 못한 4.40의 평균자책을 기록하며, 작년의 모습에서 크게 나아지지 못했다. 특히 다수의 KIA팬들은 지난해 최악의 불펜진을 보유했음에도 올 시즌 이에 대한 문제점을 적절히 해결하지 못한 조범현 감독의 지도력에 의문을 표했다. 투수 운용에 있어서도 투수교체가 한 박자 늦다는 평을 듣는 등, 좀처럼 팬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KIA는 후반기 핵심 선수들의 잇단 부상으로 최고의 전반기에서 최악의 후반기를 경험했지만, 선발진의 평균자책은 리그에서 두 번째로 뛰어나고, 퀄리티스타트 횟수도 세 번째로 좋았다. 공격력도 팀타율 3, OPS 2, 득점 2위를 기록하는 등, 최강의 공격력을 갖춘 롯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리그에서 두 번째를 다투는 공격력을 보여준 바 있다. 올 시즌 KIA는 준수한 선발진과 공격력을 보유했음에도 불펜의 약점을 끝내 극복하지 못한 셈이다. KIA 구단이 전격적으로 선동열 감독을 선임한 배경에는 그가 불펜진 구축과 투수 운용에 있어서 뛰어난 성과를 올렸다는 사실이 크게 반영되었을 것이다.

 

알을 깨지 못한 젊은 투수들의 성장에 대한 기대

 

투수 운용능력과 함께 선동열 신임 KIA 감독이 높은 평가를 받는 부분이 투수진 조련에 일가견이 있다는 것이다. 선동열 감독은 삼성에 투수코치로 부임하며 본격적으로 현장에 뛰어든 2004년부터 2010년까지 무수히 많은 삼성 투수들을 리그 최고의 투수로 성장시켜왔다.

 

투수코치로 활약한 첫 해 MVP까지 차지했던 배영수를 비롯해, 끝판 대장 오승환, 최고의 왼손 셋업맨 권혁, 오승환에 가려져 있을 뿐, 리그 최고의 우완 셋업 중 한 명인 안지만, 공만 빠른 투수에서 조련을 거쳐 늦은 나이에 잠재력을 터뜨린 정현욱, 삼성의 새로운 좌완 에이스로 떠오른 차우찬과 정교한 컨트롤과 커브가 돋보이는 윤성환 등, 현재까지 삼성 투수진을 지탱하고 있는 모든 선수들이 선동열 감독 재임 시절 탄생했다.

 

비록 불펜투수들에 비해 선발투수를 양성해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윤성환과 차우찬을 발굴해내면서, 선발투수를 키우지 못한다는 비판을 불식시키기도 했다. 게다가 삼성은 꾸준히 강팀으로 군림해온 탓에 드래프트에서 상위픽을 잡지 못했고, 연고 자원 역시 빈약했기 때문에 이른바 탈아마추어급 투수 유망주를 수급하지 못했다. 초고교급투수라는 평을 들으며 5억의 계약금을 받은 이정호가 있긴 했지만, FA로 영입한 심정수의 보상 선수로 현대로 건너간 이후 지금까지도 끝내 빛을 보지 못하고 현재는 국내 프로야구 무대를 떠나 있는 상태다.

 

다른 팀은 드래프트에서 최상위픽을 쥐거나 연고 지역에 뛰어난 자원이 튀어나와 해당 팬의 큰 기대를 받았지만, 선동열 감독 재임 시절 삼성은 단 한 번도 탈아마추어급이라는 평가를 받은 투수 유망주를 스카우트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투수력을 갖춘 팀을 완성시킨 성과는 선동열 감독의 빛나는 업적 중 하나다.

 

흥미롭게도 선동열 감독이 16년 만에 다시 돌아온 KIA 타이거즈에는초고교급 투수평가를 받은 두 명의 투수가 아직까지도 알을 깨지 못하고 있다. 7억 계약금을 받고 입단한 김진우와 역대 최고인 10억 계약금을 받고 입단한 한기주가 그 주인공들이다. 두 투수 모두 한 때 좋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김진우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한기주는 부상의 후유증으로 현재는 입단 당시에 기대치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

 

많은 KIA 팬들은 선수 시절 역대 최고의 투수로 군림한 선동열 감독의 경험과 삼성 감독 재임시절 보여준 투수 육성 능력을 보고 김진우와 한기주가 기대치에 걸맞은 투수로 성장시켜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상대 타자들의 방망이를 제압할 정도로 위력적인 구위를 갖췄지만 아직 완성형이라고 평가 받지 못하는 임준혁이나 2009년과 2010년에는 좌완 에이스의 모습을 보였지만 올 시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 양현종, 2008년 센세이셔널한 모습을 보였지만 부상 등의 사정으로 공익생활을 하고 내년에 팀에 합류하는 이범석, 지난해 1라운드로 지명한 한승혁 등 많은 유망주들이 선동열 감독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선동열 감독의 실패, 개선될 수 있을까?

 

하지만, 선동열 감독의 부임이 KIA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으리라 장담할 수는 없다. 게다가 선동열 감독은 삼성 재임 시절 연속 우승을 차지한 2005년과 2006, 우승팀 SK를 위협한 2010년은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지만, 4강 턱걸이에 그친 2007년과 2008, 숱한 부상 악재가 원인이라지만 12년 동안 계속된 삼성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끊어진 2009년은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여기에 김성근 감독과 함께 잦은 퀵-(선발 투수가 3실점 이하를 기록했음에도 6회 이전에 내리는 것)과 뛰어난 구위를 갖춘 투수를 불펜진에 우선적으로 기용한 사례는 팬들을 불만을 샀다. 뒤로부터 계산하는 야구는 승리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흥행에는 도움이 되지 못했고, 계속된 퀵-훅은 서서히 불펜진의 피로 누적을 불러와 오승환, 권오준, 권혁 등 삼성의 주축 불펜투수들은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매 시즌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는 데에는 실패했다. 선발진을 완성시키지 못하고 매 시즌 반복된 불펜 위주의 야구가 장기적으로 팀에 해악을 끼친 셈이다.

 

구위가 뛰어나지 못한 대신 5이닝 2, 3실점 정도 계산이 되는 선수를 선발로 배치하고 구위가 뛰어난 선수를 뒤에 배치한 방법은, 한 시즌은 몰라도 오랜 기간 써먹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올 시즌 삼성의 류중일 감독은 선동열 감독의 이러한 단점을 개선하고 리그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선발진을 완성해 불펜진의 부담을 최소화했다. 만약 선동열 감독이 과거의 시행착오를 계속 반복한다면 아무리 불펜진을 잘 갖추어 놓아도 장기적으로는 실패로 끝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할 것이다.

 

다만, 다음 시즌부터 지휘할 KIA 타이거즈는 당시 삼성과 달리 선발진이 어느 정도 완성되었다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선동열 감독 역시 뛰어난 구위를 갖춘 선수를 불펜으로 먼저 써먹었을지언정, 한 번 선발투수로 정착이 끝난 선수를 불펜으로 써먹은 사례는 없었다. KIA는 윤석민, 양현종, 서재응이라는 검증된 토종 선발진을 보유하고 있으며, 과거의 뛰어난 선발투수로 활약한 김진우, 이범석마저 대기하고 있다. 여기에 KIA 스카우트진은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매 시즌 뛰어난 외국인 투수를 데려오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브라운, 하리칼라 정도를 제외하면 외국인 투수에 재미를 보지 못한 선동열 감독의 약점을 가려줄 수 있으리라 기대되는 부분이다.

 

실제로 선동열 감독은삼성에서는 지키는 야구를 했는데 당시 팀 사정상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KIA는 좋은 선발 자원이 많기 때문에 특성에 맞는 야구를 하겠다"고 언급하며, KIA에서는 삼성에 있을 때와는 다른 방향의 야구를 추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는 그간 선동열 감독의 상징이나 다름없었던불펜야구의 노선을 더 이상 추구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선동열 감독이 극복해야할 것이 또 하나있다. 그건 타이거즈 팬들의 높은 기대감에 따르는 부담감을 이겨내는 것이다. 선동열 감독 역시 취임 인터뷰에서고향팀 감독을 맡게 돼 개인적으로 너무 기쁘고, 또한 부담감도 크게 느껴진다고 말하며 좋은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고 있음을 밝혔다.

 

여기에 KIA는 전임 조범현 감독이 착실하게 전력을 다진 덕에 우승 전력을 갖췄다는 평을 받고 있다. 선동열 감독 역시 내년 시즌 목표는 우승이라고 밝혔으며, KIA팬들 역시 현재 팀이 갖춘 역량이라면 우승을 노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목표가 크면 클수록 부담감 역시 높아지고 부담감이 커지면 시즌을 망칠 위험성도 커진다. 선동열 신임 KIA 타이거즈 감독이, 진정으로 금의환향하는 날은 모든 부담감을 떨쳐내고 고향 팀에 열한 번째 우승 트로피를 안기는 바로 그 날이 될 것이다.

 

// Lenore 신희진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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