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FA 시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KBO는 FA 자격 대상자 가운데 신청서를 접수해 9일 FA 신청 선수 17명의 명단을 게시했다. FA 신청선수는 오늘부터 19일까지 열흘간 원 소속구단과 계약 협상을 펼치게 되며, 협상이 결렬되면 11월 20일부터 12월 9일까지의 20일 동안 원 소속구단을 제외한 나머지 7개 구단과 계약할 수 있다. 이마저도 무위에 끝나면 12월 10일부터 내년 1월 15일까지 원 소속구단을 포함한 모든 구단과의 계약을 맺을 수 있다. 하지만 만약 그때까지도 계약을 하지 못하면, 자유계약선수로 공시돼 내년 한 해는 뛸 수 없다.
FA 선수를 영입하는 구단은 해당 선수의 전 소속 구단에 현금 또는 현금과 선수를 묶어 보상해야 한다. 전액 현금으로 보상하면 해당 선수 전년도 연봉의 300%를, 아니면 전년도 연봉의 200%와 보호선수 20명을 제외한 선수 한 명을 보상선수로 보내야 한다. 이 같은 보상제도 탓에 준척급 FA 선수가 아니면 팀을 옮기기란 요원하다.
프로야구 8개 구단이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현재, FA 시장에 뛰어든 선수들은 어떤 팀의 구애를 받을 수 있을까?
▲ 한화 신경현(포수, 75년생)
- 2010년 성적 : 119경기 10홈런 40타점 .249/ .318/ .419(타율/출루율/장타율) 도루저지율 .287
- 2011년 성적 : 103경기 1홈런 27타점 .266/ .335/ .318 도루저지율 .207
1998년 입단해 13년 동안 프로무대를 뛰어 온 신경현은 많은 경험을 쌓은 베테랑이지만, 사실 장점은 그게 전부다. 특별히 공격력이 뛰어난 편은 아니며, 규정타석을 채운 적이 단 한 시즌도 없다. 최근 3시즌 동안은 300타석 이상 나오지도 못했으며, 내년에 38살이 된다. 도루저지율도 낮다. 현실적으로 팀을 옮길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하지만 수준급 포수가 부족한 한화이기에 지난해의 이도형과 같은 처지가 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삼성 진갑용(포수, 74년생)
- 2010년 성적 : 100경기 10홈런 28타점 .263/ .375/ .409 도루저지율 .287
- 2011년 성적 : 112경기 10홈런 42타점 .273/ .357/ .402 도루저지율 .354
3년만 젊었어도 다른 팀으로의 이적 가능성이 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74년생인 진갑용은 내년에 한국나이로 39세가 된다. 최근 3년간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출장하지 못했다는 점도 마이너스 요인, 120경기 이상 출장한 시즌은 2007년이 마지막이다. 나이만 빼면 공격력과 수비력, 경험적이 요소까지 모두 빠지지 않는 진갑용이지만, 마흔을 앞둔 나이와 17명의 FA 신청 선수 가운데 네 번째로 많은 올 시즌 연봉(3억5천만)은 이적의 걸림돌이다.
▲ 두산 임재철(외야수, 76년생)
- 2010년 성적 : 96경기 3홈런 18타점 .292/ .453/ .431
- 2011년 성적 : 36경기 2홈런 10타점 .321/ .431/ .488
임재철의 불행은 야수진이 두터운 두산 소속이라는 점이다. 선수층이 얇은 팀이라면 얼마든지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임재철이지만, 작년과 올해를 합쳐 300타석도 채우지 못했다. 장타력이 뛰어난 선수는 아니지만, 선구안에 눈을 뜬 2009년 이후 소리소문 없이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출루머신’으로 자리잡았다. 비율스탯도 매우 훌륭하다. 연봉도 1억이 되지 않아 보상금액도 적다. 문제는 그의 나이와 건강이다. 게다가 그의 뛰어난 비율스탯은 ‘백업선수’로 나왔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가 조금만 더 어린 선수였다면, 그리고 소속팀이 두산이 아니라 야수층이 얇은 다른 팀이었다면, FA 시장의 블루칩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 삼성 강봉규(외야수, 78년생)
- 2010년 성적 : 89경기 4홈런 26타점 8도루 .237/ .353/ .341
- 2011년 성적 : 52경기 1홈런 18타점 3도루 .267/ .347/ .349
2009년의 강봉규는 리그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외야수였다. 20홈런-20도루도 달성했다. 대기만성형 타자의 표본으로 불렸다. 하지만 영광은 오래 가지 못했다. 작년과 올해, 강봉규는 2009년의 반도 재현하지 못했다. 34살의 나이와 1억1천만원의 저렴한 연봉은 이적의 방해요소가 아니지만, 최근 2년간의 부진한 활약은 강봉규의 가치를 크게 낮췄다.
▲ 롯데 조성환(2루수, 76년생)
- 2010년 성적 : 111경기 8홈런 52타점 8도루 .336/ .390/ .469
- 2011년 성적 : 117경기 6홈런 36타점 9도루 .243/ .310/ .334
조성환은 불과 1년 전만 해도 리그 최고의 공격형 2루수로 각광받으며 골든글러브도 수상했다. 하지만 올해는 작년과는 너무 다른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는 정근우와 더불어 리그를 대표하는 2루수였지만, 내년이면 37세가 된다. 내야수는 외야수에 비해 선수생명이 짧은 편이고, 나이의 영향을 많이 받는 장타력의 감소가 특히 눈에 띈다. 게다가 조성환은 수비력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선수가 아니다. 많은 나이와 평균 이하의 수비력을 고려하면, 다른 팀으로 이적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
▲ 삼성 신명철(내야수, 78년생)
- 2010년 성적 : 125경기 9홈런 57타점 20도루 .280/ .369/ .408
- 2011년 성적 : 117경기 2홈런 39타점 13도루 .208/ .294/ .272
2009년과 2010년의 신명철은 공-수를 겸비한 좋은 2루수였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신명철은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약점을 노출했고, 도루 성공률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조성환보다 어리고 수비가 좋지만, 공격력은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타 팀으로의 이적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 LG 조인성(포수, 75년생)
- 2010년 성적 : 133경기 28홈런 107타점 .317/ .374/ .558 도루저지율 .323
- 2011년 성적 : 117경기 15홈런 59타점 .267/ .345/ .428 도루저지율 .313
2010시즌의 조인성은 뒤늦은 나이에 타격에 눈을 뜨며 ‘역대 포수 최다 타점 신기록’을 작성했다. 올해도 전반기까지는.283의 좋은 타율과 .840의 높은 OPS를 기록했다. 중심타선에 포진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 듯 보이며, 블로킹과 도루저지 능력은 여전히 명불허전이다. 포수가 약한 한화나 KIA라면 조인성이 탐나겠지만, 문제는 5억원이나 되는 조인성의 올 시즌 연봉이다. FA 계약 외에도 별도로 15억원(혹은 10억+보상선수)을 더 투자해야만 조인성을 노릴 수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조인성은 내년에도 ‘미스터 LG’로 활약할 가능성이 크다.
▲ 두산 김동주(내야수, 76년생)
- 2010년 성적 : 110경기 20홈런 67타점 .295/ .407/ .506
- 2011년 성적 : 120경기 17홈런 75타점 .286/ .393/ .475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뛰어난 오른손 타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김동주도 FA 신청을 했다. 현역 최고 연봉(7억원)을 받고 있다는 점은 걸림돌이지만, ‘역대 넘버원 우타자’의 위용은 어딜 가지 않는다. 사실 김동주도 세월을 피해가진 못했다. 작년만 해도 주로 3루수로 출장했던 김동주는 올해 지명타자로 더 많은 경기에 나섰다. 그 덕분에 2004년 이후 7년 만에 120경기 이상을 소화했지만, 야수가 수비를 하지 못하면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지명타자라 해도 군침이 도는 것은 마찬가지다. 올해도 김동주는 규정타석을 충족한 타자들 가운데 5번째로 높은 OPS를 기록했고, 넓은 잠실구장을 벗어나면 어떤 파괴력을 보여줄지 궁금한 선수 중 하나이기도 하다. 잔부상이 많고, 나이가 적지 않으며, 보상금액이 세다는 측면에서 실제로 김동주 영입에 나설 구단은 많아 보이진 않지만, 타 팀으로 이적한다면 적어도 2~3년 정도는 리그 정상급 타자로 계속 활약해줄 가능성이 높다.
▲ LG 이택근(내야수, 80년생)
- 2010년 성적 : 91경기 14홈런 50타점 14도루 .303/ .377/ .484
- 2011년 성적 : 85경기 4홈런 29타점 10도루 .297/ .377/ .388
이택근은 통산 3할 타율을 기록 중인 정교한 오른손 타자로 정평이 나있다. 비록 LG에서의 2년은 잦은 부상 때문에 썩 좋은 기억으로 남지 않았지만, 여전히 리그에서 그만한 정확성을 갖춘 우타자를 발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나이도 32세로 젊다. 최소한 4~5년은 전성기를 이어가도 이상하지 않은 시기다. 부상의 위험만 극복할 수 있다면 모든 팀들이 한번쯤은 고려해볼 만한 매력적인 카드다. 롯데의 경우 이대호를 놓친다면 이택근 영입에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이며, 이 밖에도 야수진이 두텁지 못한 KIA나 한화 등도 영입 경쟁에 뛰어들 만하다.
▲ 롯데 이대호(내야수, 82년생)
- 2010년 성적 : 127경기 44홈런 133타점 .364/ .444/ .667
- 2011년 성적 : 133경기 27홈런 113타점 .357/ .433/ .578
현역 프로야구 최고 타자가 FA로 시장에 나왔다. 작년에는 전대미문의 ‘타격 7관왕’에 올랐으며, 올해도 타율 등 3개 부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승엽(97~99년)과 타이론 우즈(98~01년)에 이어 역대 3번째로 3년 연속 100타점을 달성했으며, 2년 연속 3할5푼 이상의 타율을 기록한 것은 김현수(08~09)에 이어 역대 2번째다. 장타력과 정교함을 겸비한 당대 최고의 타자로 부족함이 없다.
FA로 풀린 선수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리며, 20억원에 가까운 보상금액(정확히 18억9천만원)을 감수하고서라도 잡고 싶은 선수임에 틀림 없다. 하지만 일본 프로야구의 구단들이 이미 이대호를 데려가기 위해 엄청난 자금력을 앞세워 경쟁하고 있다. 원 소속 구단인 롯데에서도 이대호를 잡기 위해 60억원 이상을 준비했다는 소문이다. 엄청난 규모의 ‘쩐의 전쟁’이 한국 프로야구의 겨울을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 Lenore 신희진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두산 베어스, 롯데 자이언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