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동화(SK), 역대 첫 연장끝내기 ‘삼중살’
5월 8일 KIA 타이거즈전. 1-1로 맞서던 양팀은 11회초 김주형의 좌중간 적시타가 터지며 KIA가 한점을 앞서갔다. 11회말 마지막 공격에 나선 SK도 이호준과 정상호가 KIA 마무리 유동훈에게 연속 안타를 뽑아내 무사 1,3루로 결정적인 찬스를 맞이했다. 동점은 물론이고 역전도 가능한 상황.
SK의 다음 타자는 팀배팅이 빼어난 조동화. 2-3 풀카운트에서 SK 벤치는 런&히트를 지시했다. 그러나 조동화가 때린 빗맞은 타구는 투수 유동훈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갔고, 유동훈이 3루에 공을 던져 홈으로 쇄도하던 대주자 김연훈이 횡사했다.
이때 1루주자 박진만까지 이미 2루에 거의 도달해있던 상황. 병살에 만족하던 KIA 3루수 이범호는 동료 야수들의 고함에 퍼뜩 정신을 차렸고, 결국 주자가 귀루할 틈도 없이 그대로 송구가 1루에 도달하며 박진만까지 아웃, 야구에서 보기 드문 삼중살 플레이가 나오면서 경기는 그대로 종료됐다. 9회 끝내기 삼중살은 3차례 있었지만, 조동화와 SK는 사상 첫 연장전 끝내기 삼중살의 피해자가 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 임찬규(LG), “야구는 9회말 투아웃부터죠”
6월 17일 LG-SK전, 신예 임찬규를 단숨에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희대의 사건. 두 팀은 ‘야구는 9회 투아웃부터’라는 평범한 진리를 몸소 실천했다. LG는 4-1로 이기고 있던 9회초 박정권을 1루수 땅볼로 잡은 뒤 임훈을 볼넷으로 내보냈으나, 다시 대타 박윤을 삼진으로 잡았다. 2사가 되면서 LG 승리가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이 때부터 대반전이 일어났다. 마무리 임찬규가 박진만에 안타, 조동화에 볼넷을 허용, 2사 만루를 초래한 뒤 정근우와 박재상, 최정에 연속 밀어내기를 내줬다. 4-4가 되며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임찬규에 이어 대신 다신 이대환이 나섰으나 첫 타자 이호준에 밀어내기 볼넷으로 결승점을 허용했고 이어 박정권에 쐐기 적시타까지 얻어맞았다. 프로야구 사상 첫 ‘4연속 밀어내기’ 역전패가 일어난 날이었다. 이 사건은 이후 ‘임찬규 사태’ 또는 ‘6-17 참사’로 명명될 만큼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악의 역전패로 역사에 남았다.
▲ 다리풀린 김준호(한화), “이거 웬지 씁쓸하구먼”
9월 24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두산전. 5-7로 뒤지던 한화는 9회말 2사 1,2루의 마지막 찬스를 잡았고, 볼넷으로 출루한 카림 가르시아를 대신해 김준호가 1루 대주자로 출장했다. 이어 마지막 타자인 이대수가 두산 페르난도를 상대로 극적인 적시타를 터뜨렸다. 타이밍상 김준호도 충분히 홈까지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동점을 눈앞에 두고, 별안간 김준호가 홈플레이트 앞에서 그만 넘어졌다.
김준호가 넘어진 건 다리 근육통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랜 부상과 재활 등으로 최근에는 주로 대주자 또는 대수비 요원으로 활약해왔던 김준호는 몸이 덜 풀린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투입되어 전력 질주하다가 근육이 올라오며 다리에 힘이 풀리고 말았던 것.
그사이 중계된 송구가 홈까지 이어졌고, 김준호는 다시 일어나 몸을 날렸지만 이미 기다리고 있던 포수에 의하여 태그 아웃되고 말았다. 다잡은 동점을 놓인 한화나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한 두산이나 피차 어이가 없어서 황당한 웃음을 머금을 수밖에 없었던 순간이었다. 허탈한 팀 패배보다 더 큰 마음의 상처를 안게 된 김준호를 두고 한화 선수들은 풀이 죽은 동료를 그저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
▲ 오지환(LG), 만루홈런을 초래한 야수선택.
9월 18일 광주 KIA-LG 전. 3-3으로 맞선 연장 11회 무사 1,2루에서 KIA 안치홍의 땅볼 타구를 잡은 LG 유격수 오지환은 공을 흘렸다가 다시 주워들었지만, 타이밍상 3루로 뛰던 주자를 여유 있게 포스아웃시킬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순간적으로 실수에 다급해져서 평정심을 잃어버린 오지환은 엉겹결에 2루를 선택해버렸고, 결국 수비 입장에서 크게 부담스러운 1,3루에 주자들이 남게 됐다.
위기에 몰린 LG는 결국 후속 타자 이범호를 고의4구로 거르는 만루 작전으로 마지막 승부수를 띄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무리 투수 임찬규가 차일목에게 끝내기 만루홈런을 맞으며 승부는 그대로 끝났다. 흐름의 스포츠라고 불리는 야구에서 한번의 잘못된 야수선택이 불러온 대형 참사였다.
▲ 정수빈(두산), 오승환의 세이브 기록을 어시스트하다.
8월 2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두산전, 1-1로 팽팽한 승부를 이어가던 11회초 1사 2루에 삼성 오정복의 타구를 안타성 타구를 두산 우익수 정수빈이 잡아냈다. 그러나 정수빈이 아웃카운트를 착각해 중계플레이를 하지 않았고, 방심하는 사이 2루 주자가 3루를 돌아 홈까지 쇄도했다.
정수빈은 뒤늦게 2아웃인 것을 알고 중계플레이를 이어갔지만, 이미 주자를 잡기에는 역부족이었고, 그것이 이날의 결승점이 되었다. 삼성은 잽싸게 마무리 투수 오승환을 투입하여 승부를 결정지었는데, 공교롭게도 이날은 오승환이 최다 경기 연속 세이브 신기록을 세운 날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오승환의 기록 경신을 도운 정수빈은 경기가 끝난 후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숙여야 했다.
▲ 눈뜬 장님이 되어버린 심판, “빨리 퇴근하고 싶었어요”
올해 최악의 실수는 선수가 아닌 심판에 의하여 끝나버린 경기였다. 6월 8일 한화의 LG의 경기에서는 5-6으로 뒤진 한화의 9회초 2사 마지막 공격, 3루 주자 정원식이 홈스틸을 시도하다가 아웃되어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 하지만 한화 구단은 그전에 이미 LG 투수 임찬규가 보크를 저질렀다고 격렬하게 항의했다.
임찬규의 보크가 인정되었다면 승부는 동점이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박근영 주심을 비롯하여 당시 경기장에 있던 심판 중 누구도 임찬규의 보크를 발견하지 못했고, 결국 경기는 그대로 LG의 승리로 끝났다. 비디오 판독 결과 결국 심판의 오심이 밝혀졌지만, 이미 끝난 경기결과를 뒤바꿀 수는 없었다. 빨리 퇴근하고 싶었는지 단체로 정신줄을 놓아버린 심판들의 직무유기가 경기의 승패 자체를 바꿔버린 올해 최악의 오심이었다고 할만하다.
// 구사일생 이준목 [동영상=YouTube, 사진제공=LG 트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