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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2차 드래프트 시행, 선수 권익 향상의 첫 걸음!

by 카이져 김홍석 2011. 11. 25.



9구단 NC 다이노스의 창단을 계기로 시행된 프로야구 2차 드래프트가 22일 시행됐다. 2차 드래프트는 각 팀에서 FA 또는 군입대 선수와 신인을 제외한 40인의 보호 선수를 선정하고, 이 보호명단에서 제외된 선수들을 대상으로 올 시즌 성적의 역순(1순위는 NC)으로 3(NC 6)까지 선발이 가능하다. 단 한 명도 뽑지 않은 넥센과 2명을 뽑은 롯데를 제외한 나머지 구단은 3명의 지명권을 모두 행사했고, 선수가 부족한 NC는 당연히 6명의 선수들을 모두 뽑았다.

 

처음 제도의 시행을 알렸을 때, 40인 외의 선수로는 쓸 만한 선수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 야구팬들 사이에서 일반적인 반응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1군 경험이 풍부한 최동수, 유재웅, 김성배, 김일경, 신용운, 최승환 등이 드래프트에서 타 구단의 선택을 받았고, 이두환이나 김강 같은 거포 유망주들이 타 구단으로 이적하는 등, 처음 야구팬들의 예상과는 다른 결과를 보여주었다.

 

2군 선수층 두터운 삼성과 두산, 중량급 선수 내줘

 

삼성과 두산은 2군 시스템이 잘 정비되어 있기로 이름 나 있다. 이 같은 결과는 실제 2차 드래프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두 팀은 가장 많은 5명의 선수들이 타 구단의 부름을 받았다. 특히 두산은 올 시즌까지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31경기에 등판한 김성배(81년생, 평균자책 5.88),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간 .267의 타율과 15개의 홈런을 친 쏠쏠한 왼손 대타요원인 유재웅(79년생) 40인 내에 포함되지 못했을 정도로 두터운 선수층을 자랑했다.

 

뿐만 아니라 2군 유망주들 가운데 가장 파워 포텐셜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들었던 이두환(88년생)마저 KIA로 떠나면서 그의 성장을 기대했던 많은 두산 팬들은 충격에 휩싸이기도 했다. 여기에 2010년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10순위에 지명한 우완 사이드암 이재학(90년생)과 주로 백업 포수로 206경기에 나선 최승환(78년생)까지 내주며 팬들 사이에서 가장 선수 유출이 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도 경찰청 입대를 앞둔 오정복(86년생) NC에 내줬다. 비록 올 시즌에는 배영섭에 밀려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지난해 좋은 활약을 펼치며 주목을 받았던 오정복이 40인 보호선수 명단에 들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삼성팬들은경찰청 입단 때문에 신경 쓰지 않았던 것이 아니냐면서 당황스러운 반응을 감추지 않았다. 여기에 전년도 드래프트 2라운드에 뽑은 윤영삼, KIA에서 방출된 후 영입한 왼손투수 문현정(이상 NC), 지난 드래프트에서 9라운드에 뽑았지만 내심 장타자로 성장을 기대했던 이경록(KIA)과 내야 유망주 임익준(한화)까지 삼성을 떠나 다른 팀의 품에 안겼다.

 

KIA 투수들의 삼성 거포 유망주들의 이적

 

2군 전력이 튼튼한 삼성과 두산의 선수들의 높은 인기는 예상됐지만, 2년 연속 퓨처스리그 승률이 3할대에 그칠 정도로 2군이 부실하다는 평가를 들은 KIA 역시도 삼성, 두산과 같은 5명의 선수가 타 구단의 부름을 받았다. 흥미로운 부분은 삼성에서 영입한 3명의 선수가 모두 KIA 소속이었다는 점이다. 이 같은 결과는 얼마 전까지 KIA에 몸을 담은 황병일 전 KIA 수석코치와 장재중 배터리코치의 영향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름값에서는 삼성에서 영입한 신용운이 당연 돋보인다. 신용운은 2년차였던 2003년에 무려 70경기에 나와 119이닝을 투구하는 등, 2006년까지 리그 정상급 불펜 투수로 활약한 바 있다. 하지만 2007시즌을 끝으로 군에 입대한 신용운은 혹사의 영향으로 부상을 당했고, 올 시즌도 거의 재활에만 전념하며 1,2군을 합쳐 14⅓이닝을 던진 것이 전부였다. 삼성이 그런 신용운을 1순위로 지명한 데에는 그의 재활 성공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마찬가지로 삼성이 뽑은 박정태는 2006 1군에서 3.57의 평균자책점(40⅓이닝)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인 왼손 강속구 투수다. 부상 이후 구위가 하락해 올해는 2군에서도 실망스런 투구로 일관했지만, 재활 시스템에 높은 평가를 받는 삼성이 이들을 택했다는 것은 충분히 재기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이 외에 지난해 드래프트에서 4라운드의 지명을 받은 우병걸도 삼성의 부름을 받았으며, KIA의 마지막 1차 지명자인 정성철은 끝내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NC 5순위로 지명돼 팀을 옮겼다.

 

2군에서 거포 유망주로 손꼽힌 선수들의 대거 이적도 이번 2차 드래프트의 특징이다. KIA는 이두환의 영입으로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야수진의 깊이를 보강할 수 있었으며, 두산은 오장훈과 김강의 영입으로 군입대를 앞둔 최준석과 KIA로 떠난 이두환의 이탈 공백을 최소화했다. 선수가 부족한 NC는 중심타자로 성장이 기대되는 조평호를 얻었다. 이들은 모두 수비적인 능력은 떨어지는 대신에 장타력이 돋보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바꿔 말해 공격적 재능을 꽃피우지 못한다면 1군에서 살아날 확률이 현격히 떨어지기에 40인 보호 명단에 들지 못했다고 분석할 수 있다.

 

LG, 롯데, 한화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선수 지명해

 

FA 시장에서 주전 1루수 이택근, 마무리 투수 송신영, 주전 포수 조인성을 잃으며 막대한 손해를 입은 LG는 넥센에서 경험 많은 내야수 김일경을 영입, 박경수의 군입대로 빚어진 내야 수비 약화를 최소화했다. 또한, 최동수를 다시 영입하여 이택근과 박병호의 이탈로 허술해진 오른손 타자 보강에 성공했다. 마지막으로 KIA가 지난해 드래프트 3라운드에 지명했던 윤정우를 선택했지만, 그간 LG가 잃은 것에 비하면 그 보강은 미미한 수준이다.

 

임경완을 잃은 롯데는 같은 사이드암인 김성배를 영입했다. 군에서 제대해 팀에 합류한 김성배는 올 시즌 부진했지만, 아직 나이가 젊고 조련 여하에 따라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투수다. 히어로즈에서 방출된 후 LG에 몸 담았다가, 다시 이번 드래프트로 롯데의 부름을 받은 박동욱 역시 85년생의 젊은 나이로 빠른 공을 가지고 있다. 롯데는 임경완을 잃었지만 이승호, 김성배, 박동욱을 영입하면서 불펜진의 깊이는 올해보다 더 강해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화 역시 백업 포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경험이 많은 최승환을 지명했으며, 한상훈, 이대수를 제외하면 수비력이 뛰어난 내야수가 부족한 탓에 삼성에서 임익준, LG에서 이학준을 영입하며 야수진을 두텁게 했다. SK 1군 왼손 대타 요원으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유재웅과 아직 보여준 것은 적지만, 잠재력을 갖췄다는 평을 듣는 투수 오수호와 외야수 김도현을 롯데와 넥센으로부터 각각 수급 받았다.

 

2차 드래프트 제도적 보완은 필요 없나?

 

2차 드래프트가 끝나고 야구 팬들 사이에서는 이 제도에 대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특히 이번 드래프트에서 적지 않은 선수를 보낸 삼성과 두산 팬들 사이에서는 “2군 시스템에 투자해봐야 남 좋은 일만 해준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늦은 나이까지 팀에 자리 잡지 못한 선수들인 유재웅, 김일경, 최동수, 최승환 등의 경우, 제도의 수혜를 받았다고 평가되지만, 아직 기량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이재학, 윤영삼, 윤정우 등 신인급 선수들의 이적은 제도의 취지와 부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입단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신인들은 자동으로 보호하게끔 하고, 보호선수의 숫자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이 설득력 있게 제시되고 있다.

 

그리고 해당 팀에 굳이 필요하지도 않은데, 복권 한 장 긁는 심정으로 선수를 영입했다가 기회를 주지 않고 똑같이 2군에서 썩히면,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1라운드 지명 선수는 3, 2라운드 선수 2, 3라운드 선수 1억 원씩의 보상금을 지급하게 했지만, 강제적인 1군 등록일수가 아닌 현금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주장도 있다. 아울러 2군 시스템이 잘 정비된 특정 구단의 선수만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한국형 룰5 드래프트라 평가 받는 2차 드래프트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뗐다. 군 보류, FA 선수까지 제외한 40인 외의 선수라면 그 팀에서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는 선수라 봐야 한다. 선수 개개인의 미래를 위해서는 해당 선수가 더 필요한 다른 구단에서 그 기회를 잡는 것이 옳다. 1군에서 뛸 기회를 잡지 못하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없다. 지금 시점에서 2군 선수 유출로 인한 구단의 2군 육성에 대한 동기부여 약화나 신인 드래프트 픽 감소를 우려하는 시선은 기우에 가깝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런 변화도 찾아오지 않는다. 입단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신인급 선수들이 떠나는 등의 제도적 미비점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고민해봐야겠지만, 선수들에게 모처럼 주어진 ‘1군에서 뛰며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 제공의 장이 앞으로 성공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진득한 기다림의 자세가 필요하다. ‘한국형 룰5 드래프트 2차 드래프트 제도가 한국 프로야구에 정착되어 조금 더 많은 선수가 행복하게 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대해 본다.

 

// Lenore 신희진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삼성 라이온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