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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Hall of Fame?? or Hall of Shame??

by 카이져 김홍석 2007. 4. 28.

피트 로즈를 아는가?? 메이져리그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당연히 알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죽어도 깰 수 없을 거라던 "전설" 타이 캅의 통산 최다 안타 기록(4256개 - 종전 4191개)을 갈아치워 버린 히팅머신, 눈에 확 들어오는 엄청나게 큰 턱, 허슬 플레이를 넘어 다소 오버로 보이는 화이팅 넘치는 플레이.

분명 피트 로즈는 메이저 리그의 한 역사를 장식하는 걸출한 플레이어임에 틀림없다. 허나 다들 알다시피, 그는 그 영광스러운 수많은 발자취들을 모두 수포로 돌려버리고서, 야구계에서 완전히 추방당해버렸다. 그 놈의 도박때문에...

그의 허슬 플레이는 역사가 증명한다. 그가 말하길

"야구는 맹렬한 운동이다. 맹렬하게 사랑하면 야구도 널 맹렬하게 사랑할 것이다"(이상한 상상은 마시라~)

어쨌든 그의 이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주위의 사람들이 심하게 오버한다고 느낄 만큼 과격하고 맹렬하게 플레이했다. 그의 데뷔 시즌인 1963년, 뉴욕 양키스와 가졌던 스프링 캠프 시범경기에서, 당시 최고의 스타였던 양키스의 미키 맨틀은 볼넷을 얻고 1루까지 단 3.1초만에 달려가는 턱 큰 애송이를 보게 된다. 그리곤

"녀석...참 오바하는군.."

이라고 말하면서, 로즈에게 'Charlie Hustle' 이라는 별명을 붙혀주게 된다. 아마 그 당시 최고의 선수였던 맨틀도 이 젊은 친구가 자신의 뒤를 이어 메이져리그 최고의 스타로 군림하며, 메이저리그 역사를 송두리째 바꾸어 버리리라곤 상상도 못했으리라.

63년 시즌 타율 .273, 2루타 25개, 101득점으로 신인왕을 차지한 우리의 로즈, 이후 매해 팀에 화이팅을 불어 넣고 그 특유의 정교한 타격으로 60년대 말부터 70년대까지 전성기를 구가했다. 쟈니 벤취, 켄 그리피(켄 그리피 쥬니어의 아버지) 등과 함께 "빅 레드 머신"의 위용을 과시하는 등 역사 속에 그 이름 넉자(?)를 확실히 각인시켜가고 있었는데...

4256개로 통산 최다안타 1위, 3652경기로 최다 출장경기수 1위, 2165개로 통산 득점 5위, 5929번으로 통산 출루회수 1위, 746개로 최다 2루타 부문 2위, 5752개로 토탈 베이스 7위, 타석에 들어선 회수도 15861번으로 마찬가지로 역대 1위다. 시즌 별로 봐도 타격왕 3회, 최다 안타왕 7회, 득점왕 4회, 2루타 수위 5회, 출루 회수 수위에 9번이나 오르는 등 캐리어 성적 만큼이나 화려한 시즌 성적을 가지고 있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63년 ROY를 비록해, 올스타전 17회 출전, 73년 MVP, 75년 월드시리즈 MVP, 두 번의 골드글러브와 한번의 실버슬러거도 수상했다. 게다가 사회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는 도덕적인 선수에게 수여되는 '로베르토 클레멘테 상' 마져도 76년에 두 손에 거머쥐고 만다. 그야말로 안받아 본 상이 없는 최고의 선수로 각인되는 중이었다.

그런데... 뭐, 다들 알다시피 메이저리그에는 선수들의 도박과 여성 편력, 마약, 술 등이 언제나 끊이지 않는 문제이고, 그러한 것은 당시도 다르지 않았다. 수많은 선수들이 제 실력을 발휘도 해보지 못하고 악의 구렁텅이에 빠져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였는데, 특히 로즈가 점점 하향세를 긋기 시작 하던 당시 마약, 술, 도박 문제가 절정에 다달았었었다. 몇년 전 은퇴한 팀 레인즈는 당시를 회고하길,

"선수들이 유니폼 뒷 호주머니에 들어있는 코카인이 부서지는 걸 막기위해 모두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할 지경이었다."

이 무슨 어이없음인지. 그러나 다행히도 로즈는 술이나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던 모범적 선수였다(여자 뒤꽁무니 쫓아 다닌 걸 빼면말이다). BUT! 그러나! 그에게 참으로 좋지 않은 버릇이 하나 있었으니, 그게 바로 그의 인생 자체를 망쳐버린 도!박! 이었다.

경마나 카드로 날린 돈이 하루사이 5만불(당시 화폐가치를 생각한다면...)이 넘을 때가 흔했다는 말도 전해져 온다. 끝내는 이미 은퇴한 이후인 1989년 그가 선수 시절에 자신이 뛰었던 경기에 도박을 했다는게 만천하에 알려지게 된다. "난 억울해~" 하며 온갖 난리를 쳤지만, 당시 커미셔너 지아메티가 보여준 피도 눈물도 없는 단호한 사정의 칼부림 앞에 용서받지 못하고 야구계에서 영구제명 당하고 말았다.

그의 기억에 1985년 9월 11일은 잊을 수 없는 감격의 순간으로 남아있다. 객석을 가득 메운 수만명의 관중 앞에서 저 위대한 타이 콥의 기록을 깨고서 눈물을 펑펑 흘리던 피트 로즈. 2004년 자신의 자서전 '창살없는 감독(My Prison Without Bars)' 에서 결국 자기 스스로 경기를 놓고 도박을 했음을 인정하고 말았던 그가, 순간의 실수로 수십년간 보여주었던 자신의 야구에 대한 열정이 땅바닥에 떨어진 현실을 보면서 과연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사진속의 아들 피트 로즈 주니어역시 야구선수다. 메이져리거에서 뛴 적도 있었으나 잠깐 뿐이었고, 마이너리그에서 20년 가까운 세월동안 20여개 팀을 전전하며 선수생활을 했다. 그러던 중 작년에 스테로이드 복용 사실이 드러나 한동안 창살 신세를 지기도 하며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걸어가고야 말았다.)

매년 명예의 전당 투표가 열리면 그 시기를 전후해서 피트의 복권을 요청하는 탄원서가 줄을 잊고, 일부 메이져리그 전문 칼럼리스트들 역시 피트만큼 '명예의 전당'에 어울리는 선수는 없다며 위대했던 선수의 기억을 '정식' 기록으로 남기길 원한는 칼럼을 쓰곤 한다.

여러분은 그가 'Hall of Fame' 에 헌액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영원한 'Hall of Shame'의 대상으로 남겨야 한다고 보는가?? 이 질문은 피트가 살아 있는한, 아니 어쩌면 그 이후에도 계속 해서 이어질 끝없는 물음일지도 모른다. 과연 역사는 어느쪽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P.S. 다음 주 에는 메이져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또 하나의 큰 사건 "블랙삭스 스캔들"에 관한 에피소드를 소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