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거꾸로 가는 시간’을 보여주다.
2012년 4월 12일, 프로야구 역사에 남을 일이 벌어졌습니다. 바로 ‘코리안 특급’ 박찬호의 선발 등판 경기가 있었는데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동양인 최다승(124승)을 기록한 우리나라의 살아있는 야구영웅이 고국으로 돌아와 갖는 첫 공식무대 데뷔전이었습니다. 첫 등판경기 성적은 6.1이닝 2실점으로 QS(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는 빼어난 피칭을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위기론’은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한경기 호투했다고 모든 우려를 떨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죠. 정규시즌이 시작되기 전 있었던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불안한 모습 때문입니다. 시범경기 2경기에 등판해 12.96의 높은 평균자책점을 기록 했습니다. 당연히 아직은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시범경기에서는 컨디션 점검과 더불어 구종에 대한 점검이 주를 이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는 않았습니다. 또한, 당시 박찬호의 투구패턴은 빠른 공 보다는 변화구 위주의 피칭이 주를 이뤘습니다. 하지만 변화구가 맞아나가는 게 좋지는 않았습니다. 실투에 의한 것이 많았기 때문이죠.
그러나 그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박찬호는 정규시즌 첫 등판 경기에서 호투를 펼쳤습니다. 7회 1사 1,2루의 상황에서 2번째 투수 송신영에게 마운드를 넘겼는데요, 마운드를 내려오는 그의 얼굴에는 진한 아쉬움이 묻어 있었습니다. 송신영이 맞이한 타자 고영민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하면서 무실점 경기는 아쉽게 무산됐습니다. 하지만 인상적인 투구내용을 보여준 것만은 확실했습니다.
타선까지 뒷받침을 해주면서 팀은 3연패를 벗어났습니다. 자신의 데뷔 등판 경기이자 팀의 연패도 끊어야 했던 박찬호에겐 꽤 부담스러울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아주 잘 이겨내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냈습니다. 모든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박찬호가 슈퍼스타다운 모습을 보여준 셈입니다.
하지만 박찬호의 롱런 가능성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40세의 나이가 걸리기 때문입니다. 물론 과거 프로야구에도 박철순, 김용수, 송진우등 대투수들이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활약했지만, 송진우(현 한화 2군코치)를 빼곤 눈에 띄일 만한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했습니다. 1군에서 활약하는 자체가 대단했던 것이죠. 선발투수로써 말입니다.
어쩌면 박찬호는 위대한 도전을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두 자릿 수 승수를 기록한 투수들이 더러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선 아직 송진우만이 유일하기 때문입니다. 그게 박찬호에겐 자극제이자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목표일 수도 있습니다. 한국이 낳은 최고의 투수답게 말이죠.
지금은 시즌 초반이고 체력적으로도 부담이 없을 시기입니다. 박찬호의 구속과 구위가 상대하는 타자를 압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가고 여름이 오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자신보다 체력적으로 훨씬 더 강한 나이 어린 후배들조차 고전하는 게 바로 전반기에서 후반기로 넘어가는 사이입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여름이 기다리고 있죠.
물론 박찬호가 더위에 강했다는 것은 익히 잘 아는 사실입니다. 무더위에 좋은 성적을 냈던 ‘여름 사나이’ 박찬호의 모습을 바로 메이저리그에서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올해 우리 나이로 마흔이 된 그에게 10년 전과 같은 체력을 기대한다는 건 무리한 요구일 수 있습니다. 풀타임 선발투수로 활약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어쨌든 지금 당장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만은 엄연한 사실이고, 이는 한국프로야구의 호재이기도 합니다. 시범경기에서의 나빴던 투구내용으로 언론과 팬들의 평가도 명감이 갈렸었는데요, 박찬호도 신경이 많이 쓰였을 겁니다. 그러나 역시 프로는 실력으로 말하는 법, 박찬호는 공식전에서 제실력을 보여주며 우려를 종식시키고 있습니다.
과연 박찬호가 성공적으로 첫 시즌으로 마칠 수 있을까요? 당장은 걱정스러운 부분과 긍정적인 부분이 공존하는 상황입니다. 확답을 내놓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야구는 ‘멘탈 스포츠’라 했습니다. 우선적으로 그의 의지가 중요합니다. 더불어 체력관리와 부상만 방지할 수 있다면, 그에게 두자릿 수 승수도 꿈만 같은 시나리오는 아닐 것입니다.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을 거치며 투구한 선수는 있었지만 그 모든 리그에서 선발승을 맛 본 선수는 박찬호가 유일합니다. 박찬호의 열정이 묻어나는 끝없는 도전, 그 끝은 마지막까지 가봐야 알 수 있겠죠?
// 완소남 배재민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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