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새롭게 부임해 삼성을 단숨에 프로야구 최고의 구단으로, 아시아 최고의 구단으로 올려놓으며 센세이션을 일으킨 장본인이 바로 류중일 감독인데요. 그에게 붙여진 별명은 ‘야통’, 바로 ‘야구 대통령’을 뜻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지난 시즌에는 부여 받은 별명에 어울릴 만큼 충분히 어필을 했습니다. ‘야신’ 김성근 감독도 최강 전력이라 불렸던 SK를 이끌고 몇 차례에 걸쳐 도전했지만 이루지 못했던 아시아 최고 구단의 자리에, 류중일 감독은 취임한 첫 해 단숨에 올려놨으니 말이죠. ‘대통령’이라는 별명이 어울릴만 했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의 삼성은 시작이 무척이나 좋지 못합니다. 핵심선수들의 부상공백과 부진이 맞물리면서 시즌 전 강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될 만큼 ‘공공의 적’이었던 삼성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으니 말이죠. 현재 6위에 머물며 자존심이 구겨질 대로 구겨진 상태입니다.
투-타의 불균형, 특히나 중심타선에서 터져줘야 하는 최형우의 부진과 지난 시즌 최고의 선발진을 구축했던 마운드의 위엄도 사라진 지금입니다. 특히나 최강 불펜을 바탕으로 ‘지키는 야구’로 유명했던 삼성 특유의 색깔이 현재는 많이 퇴색된 상태입니다.
지난 시즌 보여준 야통의 모습은 어디 간 것일까요? 그의 야구 스타일과 리더십 등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요? 현재 삼성의 모습은 색깔을 잃은 무미건조한 야구로 변해 있습니다. 한화나 KIA 만큼이나 ‘총체적 난국’에 빠져있는 지금이 아닐까 싶네요.
지난 시즌 삼성은 역전패가 20번으로 가장 적었고, 5회까지 경기리드 시 승률은 .891(57승 7패 1무)로 가장 높았지만, 올 시즌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지난 4일 한화에게 1-0으로 앞서 있다가 1-7로 역전패하면서 벌써 올 시즌 5번째 역전패를 당했고, 이는 8개 구단 중 가장 많은 회수입니다.
현재까지 삼성은 팀 타율 .242(7위), 팀 방어율 4.20(6위)의 좋지 못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 숫자들이 삼성의 현재를 그대로 나타내 주고 있습니다. 타선에서는 이승엽과 박석민을 제외하면 그다지 위협적인 타자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부상에서 돌아온 박한이가 가세하며 어느 정도 파괴력을 증가시키긴 했지만 아직 4경기만을 뛰었을 뿐이죠.
선발진에서는 외국인 듀오 탈보트와 고든이 어느 정도 제 몫을 해주고 있고, 토종 에이스 배영수 또한 준수한 시즌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팀의 주축 선발진을 이뤄줘야 하는 윤성환과 차우찬이 지금까지 승 없이 4패만을 합작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차우찬은 결국 2군으로 내려가기까지 했습니다.
불펜진에서도 권혁과 안지만 정도를 제외하면 불펜 왕국의 위용을 찾아보기 힘든 현실입니다. 팀이 이기는 경기가 많지 않다 보니 ‘끝판왕’ 오승환의 등판도 뜸할 수밖에 없고, 선발 투수의 부진을 중간에서 막아 내다보니 그 데미지가 그대로 쌓이고 있습니다.
이 난국을 타개해 나가기 위해선 선수들의 의지도 필요하겠지만, 선수단을 이끄는 감독의 대처가 더 중요합니다. 하지만 류중일 감독은 어떤가요? 팀이 부진에 빠져있는데 선수들만을 믿고 그대로 경기를 치르고 있습니다.
분위기 쇄신이 필요한 시기이지만, 그에 합당한 대응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른 팀들처럼 코치진을 개편 한다던가, 1군 엔트리에 큰 변화를 주면서 무언가 바꿔보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만 그렇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부진한 선수들과 부상 선수들이 많아 쉽사리 주전과 비주전을 적절히 기용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감독으로써 가끔은 힘든 결정을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팀을 위해서 또 선수들을 위해서라도 썩은 부분은 과감하게 도려내고, 또 새살이 돋아 나는 것을 잘 관리하는, 상황에 맞게 자신의 의지대로 팀이 움직이도록 흐름을 만드는 능력이 필요한 지금입니다.
‘야구 대통령’이라는 별명은 한 팀을 꾸리는데 있어서 그만한 능력을 가졌기에 붙은 별명이 아닐까요? 단순히 프로야구 통합 우승에 아시아 최고의 팀으로 올려놓았다는 이유만으로 그에게 ‘야통’이란 칭호를 선사해 준 것은 분명 아닐 것입니다.
2년차에 접어든 류중일 감독은 이제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는 것도 필요합니다. 작년에도 그랬고, 올해도 삼성 야구의 중심은 수년간 팀을 맡았던 선동열 전 감독이 정착시켜 놓은 ‘지키는 야구’인데요. 이 스타일을 그대로 밀고 나가기엔 현재 삼성의 전력으로는 힘들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다른 돌파구를 마련해야죠. 감독이라면 항상 여러 경우의 수를 생각해 언제나 팀이 최고의 전력을 유지할 수 있게끔 노력해야 할 겁니다.
지난해 우승의 프리미엄이 있다지만, 류중일 감독 역시 성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입니다. 지난 시즌에 비하면 올 시즌 성적은 충격에 가깝죠. 이대로 계속 이어진다면 팬들의 실망과 비난은 피할 수 없습니다. ‘야구 대통령’에게도 위기는 도래했습니다.
// 완소남 배재민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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