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1년 전인 2011년 5월 12일. 잠실구장에서 LG와 한화의 맞대결이 펼쳐졌다. 8회말까지는 LG의 1-0 리드. 한 점을 뒤지던 한화는 9회초 2사 1,2루의 역전 찬스를 잡았다. 타석에 들어선 이여상은 좌측의 짧은 안타를 쳤고, 2루 대주자 전현태는 거침없이 홈으로 파고들었다. LG 좌익수 이병규의 정확한 송구와 포수 조인성의 뛰어난 블로킹으로 전현태는 홈에서 아웃됐고, 경기는 그대로 끝이 났다.
그리고 하루 뒤인 2011년 5월 13일. 장소를 홈인 대전으로 옮긴 한화는 삼성과 맞붙었다. 한화는 5회말 공격에서 선취점을 기록했고, 추가 득점의 찬스를 잡았다. 전날과 똑같은 2사 1,2루 상황에서 타자 강동우가 우전 안타를 때렸다. 2루에 있던 이여상은 3루를 돌아 과감하게 홈으로 돌진했지만, 삼성 우익수 박한이의 송구는 이미 포수에게 도달한 뒤였다. 결과는 아웃, 한화의 상승세 흐름은 종료됐다.
1년이 지난 2012년 5월 12일 롯데와 한화의 맞대결이 펼쳐진 대전구장. 한화는 2-2로 팽팽하게 맞선 8회말 공격에서 타자들이 집중력을 발휘했다. 고동진의 중전 적시타로 1점을 앞선 뒤, 2사 만루의 추가 득점 찬스를 잡았다. 대타 양성우는 롯데의 불펜 투수 최대성을 상대로 중전 적시타를 때렸다. 3루 주자 최진행은 가볍게 홈을 밟았고, 2루에 있던 고동진은 3루를 돌아 홈으로 돌진하다가 롯데 중견수 전준우의 정확한 송구에 아웃됐다.
4-2의 스코어가 되고, 계속해서 2사 만루의 찬스를 이어갈 수 있었던 기회가 순식간에 이닝 종료로 바뀐 것이다. 롯데 불펜이 최근 들어 줄줄이 난조를 보이고 있고, 이승호에 이어 마운드에 올라온 최대성은 극도의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기에, 한화로서는 굳이 모험을 할 필요가 없던 상황이었다.
한화의 그 주루사는, 경기의 흐름을 롯데에 내주는 데에 결정적인 몫을 하고 말았다. 결국 롯데는 9회초 공격에서 4점을 뽑아내며 6-4로 대역전승을 거뒀고, 한화는 너무나도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물론 마무리 바티스타의 난조와 중견수 양성우의 아쉬운 수비도 있었지만, 8회에 나온 ‘주루사’로 인해 완전히 흐름은 롯데 쪽으로 기울었던 것이다.
사실 하루 전 날이었던 5월 11일 경기에서도 한화는 위험천만한 순간을 맞이했었다. 0-7로 뒤지다가 5-7로 추격한 한화의 7회말 공격. 타선의 폭발로 7-7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고, 2사 1,2루의 역전 찬스까지 잡았다. 그리고 오선진의 우익수 앞 안타 때 2루 주자 최진행은 과감히 홈으로 돌진했고, 모두가 알다시피 역사에 남을 장면을 만들며 역전 득점에 성공했다. 심판의 판정 미스가 아니었다면, 롯데 우익수 손아섭의 정확한 송구와 포수 강민호의 블로킹으로 태그 아웃될 수도 있었던 최진행이다.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이런 주루사 장면은 유독 한화에게서 특히 많이 볼 수 있다. 한화 선수들이 날리는 타구가 항상 상대팀의 강한 어깨를 가진 선수들에게만 날아가는 것일까? 아니면 한화를 상대하는 팀들의 외야수들은 누구나 강철 어깨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2루에 있는 한화 주자들은 3루에 서는 법이 없다. 3루 코치는 항상 기운차게 팔을 돌리고 있고, 주자들은 3루를 돌아 홈으로 향한다. 거침이 없다.
도대체 한화의 3루 코치는 누굴까? 한화의 3루 코치는 올해로 코치 생활 3년차를 맡고 있는 작전 코치이자 수비 코치인 김민재 코치다. 그는 현역 시절 뛰어난 수비 능력을 지녔던 수비 전문 선수였다. 발이 빠른 선수도 아니었고, 한 시즌 평균 도루는 9개 정도에 불과했다. 주루 능력과는 그다지 가깝지 않았던 김민재 코치의 선수 시절이다.
그렇지만 김민재 코치는 한대화 감독의 취임과 함께 한화의 주루 및 작전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그 당시 그는 “공격적인 베이스러닝을 주문하겠다. 홈으로 쇄도하는 것을 빼면 다른 것은 선수들이 판단해야 할 부분이다. 한 베이스를 더 가는 야구를 하겠다”는 인터뷰를 남겼었다.
공격적인 베이스러닝도, 한 베이스를 더 가는 야구도, 분명 오늘날의 야구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또한 주루코치의 능력 외에도 선수들이 스스로 판단해서 해내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 그렇지만 그 자신이 이것만은 확실히 하겠다고 말했던 ‘홈 쇄도 판단’은 어떻게 된 것일까?
지난 시즌에도, 그리고 이번 시즌에도 한화의 주자들은 거침없이 홈으로 파고들다 아웃되고 있다. 그리고 그 아웃은 상대팀에게 완전히 흐름을 내주는 등의 치명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홈 쇄도 판단은, 홈으로 대쉬하라고 팔을 흔드는 것만큼은 순수하게 자신의 판단으로 결정을 내리고 있는 김민재 코치. 소속팀 선수들의 스피드와 상대팀 수비수들의 어깨를 고려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궁금하다.
많은 야구팬들이 알고 있듯이, 한화는 5월 12일 오전 코칭스태프의 보직을 대거 개편했다. 타격 코치도, 수석 코치도, 배터리 코치도 바뀌었다. 그렇지만 구조조정의 흐름 속에서도 김민재 작전코치는 오히려 수비코치까지 겸하게 됐다. 과연 한화의 코칭스태프 개편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
// SportsSoul [사진출처 : 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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