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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흔들리는 두산 김진욱 감독의 야구철학

by 카이져 김홍석 2012. 5. 19.

두산이 달라졌다. 하지만 두산 팬들은 달라진 응원팀의 모습이 한없이 낯설기만 하다. 김경문 감독 재임 시절 두산은 화끈한 공격야구를 표방하는 팀이었다. 부임 초기에는 상대 배터리를 정신 없게 만들며육상부야구를 하더니, 후기에는 타구를 담장 밖으로 보내며씨름부야구를 했다. 공격력이 가장 좋았던 2010년에는 육상부와 씨름부가 조화된 환상적인 공격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해에 두산은 20개 이상의 홈런을 친 타자 다섯 명을 배출하며우동수 트리오(우즈, 김동주, 심정수가 활약했던 2000시즌 기록한 150개의 팀홈런에 불과 1개가 부족했으며 85리의 OPS는 팀 역사상 가장 높은 수치였다.

 

▲ 세밀함은 살아 있지만, 중량감은 사라지고

 

지난 시즌, 팬들의 많은 지지를 받았던 김경문 감독이 두산을 떠났고, 김광수 감독대행이 나머지 시즌을 책임졌다. 하지만 대행기간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는데 실패한 김광수 대행은 감독으로 승격하는 데 실패했고, 두산 구단은 김진욱 1군 투수코치를 감독으로 임명했다. 김진욱 신임 감독은 취임하면서우승을 노리겠다.”라며세밀하고 중량감 있는 야구를 구사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올 시즌이 개막하고 30경기를 치른 현재, 김진욱 감독의 두산 베어스는세밀함은 있을지언정중량감은 느껴지지 않고 있다. 단적인 기록이 장타력의 급감이다. 지난 시즌 성적이 좋지 못한 와중에도 두산 타선은 리그에서 세 번째로 높은 3 8 8리의 장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리그에서 두 번째로 낮은 3 6 4리의 장타율에 그치고 있다.

 

장타율에서 타율을 빼서 타자들의 순수한 파워를 측정하는 순수장타율(IsoP)만 보더라도 올 시즌중량감이 느껴지지 않는 두산 타선을 설명할 수 있다. 지난해 두산의 IsoP 1 1 7리였고, 올해는 현재까지 9 2리를 기록하고 있다. 불과 2년 전인 2010년의 IsoP 1 5 9리였던 점을 감안할 때, 두산 타선의 급격한 장타력 감소는 팀 득점 하락에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어째서 두산의 장타력이 감소한 것일까? 주축 타자 김동주의 노쇠화와 최준석의 체중관리 실패를 우선적인 원인으로 꼽을 수 있지만, 김진욱 감독의 야구 철학이 반영된 결과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김진욱 감독은삼진이 줄면 타율 2푼이 오른다. 2 8푼 치는 선수는 3할을 칠 수 있고, 3 2푼을 치는 선수는 3 4푼을 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이성열이다. 이성열의 타석당 삼진율은 지난해 30.9%에서 올해 19.3%로 감소했고, 타율은 지난해 2 5 3리에서 무려 3 9리 상승한 2 9 2리를 기록하고 있다.

 

삼진은장타를 노리는 큰 스윙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부산물이다. 삼진을 당하지 않으려면 타자는 2스트라이크 이후에 스윙을 간결하게 가져 나오면 된다. 이 같은 김진욱 감독의 철학이 반영된 덕분인지, 지난해 15.4%를 기록했던 타석당 삼진율은 올해 11.4%까지 줄었다. 그러나 김 감독의 말대로 줄어든 삼진만큼 타율이 오르진 않았다. 두산의 팀타율은 작년 2 7 1리보다 1리 오른 2 7 2리에 머물러있다.

 

또한, 삼진을 당하지 않기 위한 간결한 스윙은 타격의 정확성은 높여 주지만, 타구를 멀리 뻗지 못하게 하는 부작용을 가져온다. 두산의 팀타율이 지난해와 대동소이하지만, 경기당 평균득점이 작년 4.62점에서 올해 4.48점으로 감소한 것은 장타율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한 이성열도 타율은 크게 상승했지만, 순수장타율은 작년 .136에서 올해 .083로 감소했고, 아직까지 단 한 개의 홈런도 치지 못하고 있다.

 

일부 두산 팬들은삼진으로 아웃 당하나 땅볼 치고 아웃 당하나 같은 아웃인데 어째서 삼진을 두려워하는지 모르겠다라며, “간결한 스윙이 당장의 타율 상승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장타가 터지지 않아 한 이닝에 안타 3개가 터져도 득점에 실패하는 광경을 종종 보게 됐다고 김진욱 감독의 타격 철학에 불만을 제기했다.

 

▲ 김경문 감독에게선 볼 수 없었던 번트 작전도 늘어나

 

현재 보스턴 레드삭스 주루코치로 뛰고 있는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은, 메이저리그식 야구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우리나라 땅을 떠났다. 로이스터 감독 체제 하에서 롯데 타자들은 호쾌한 스윙을 바탕으로 장타를 양산했고, 번트를 대지 않는 적극적인 공격 야구로 팬들을 즐겁게 했다.

 

하지만 로이스터 감독 부임 이전에 벌써부터 메이저리그식의 호쾌한 공격 야구를 실현시킨 감독이 김경문 감독이었다. 김경문 감독은 두산 감독을 맡았던 2004년부터 2010년까지(2011년은 시즌 중 사퇴해서 제외) 7년 동안 평균 57.3개의 희생번트를 댔다. 이는 로이스터 감독이 롯데의 지휘봉을 잡았던 3년 동안의 평균 60.7개의 희생번트보다 적은 수치이다. 특히 2009년에는 역대 최소인 26개의 희생번트만을 댔다. 메이저리그에서 온 감독보다 번트작전을 더 꺼린 셈이다.

 

그러나 김진욱 감독의 두산은 다르다. 구단별로 최대 33경기에서 최소 30경기를 소화한 현재, 두산의 희생번트 숫자는 25개로 한화와 함께 공동 선두를 형성하고 있으며 지금과 같은 페이스를 시즌 끝까지 유지한다면 올 시즌 두산의 희생번트 숫자는 약 111개를 기록하게 된다. 작년 기록과 비교하면 SK(147), 한화(130) 다음으로 많은 숫자다.

 

문제는 삼진을 줄이고 타격의 정확성을 높이며, 번트로 착실하게 주자들을 진루시키는 김진욱 감독의세밀한 야구가 아직까지는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현재 두산은 .533의 승률을 기록하며 여전히 상위권에 위치해 있지만, 이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고 있는 선발진의 힘에 기인한 바 크다. 팀타율이 3번째로 높지만, 팀득점은 이에 부족한 5위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은, 김진욱 감독이 고민해야할 문제다.

 

▲ 두산의 선수 구성에 맞는 야구는?

 

번트는 비효율적이며 큰 스윙을 버리고 정교한 타격을 하는 이론을 무작정 나쁘다고 비판할 수는 없다. 선수 구성에 따라 번트 야구와 정교한 야구가 빛을 발하는 경우도 있다. 번트 야구가 비효율적이라면, 과거 김재박 감독 체제 하에 현대와 김성근 감독 체제 하에 SK가 오랜 기간 강팀으로 군림한 사실을 설명할 수 없다.

 

김성근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2007년부터 2011년까지 SK보다 많은 번트를 성공시킨 팀은 단 한 팀도 없다. 또한, 이 기간 SK가 기록한 희생번트의 숫자 589개 다음으로 많은 희생번트 숫자는 조범현 감독 체제 하에 KIA 타이거즈가 기록한 455개다. 두 팀의 희생번트 숫자의 격차는 무려 134개나 된다. 김재박 감독 역시 번트 작전을 즐겨 시도한 감독이며 아직도 단일시즌 최다 희생번트 기록은 2006년 김재박 감독의 현대 유니콘스(153)가 갖고 있다. 선수 구성만 올바르다면, 한 점씩 차곡차곡 쌓아가는 팀배팅은 팀 승률을 높이는 데 효율적인 방법이다.

 

그렇다면 희생번트 작전과 어울리는 팀 컬러는 어떤 색을 띠어야 할까? 우선 투수력이 강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팀의 근소한 점수 차이를 지켜줄 수 있는 불펜이 강해야 한다. 실제로 SK가 오래 강팀으로 군림한 것은 정대현을 위시한 정우람, 이승호, 채병용, 윤길현, 전병두 등을 위시한 강력한 불펜에 있었다. 1점의 가치는 경기 후반부에 다다를수록 커진다. 특히 상대팀의 불펜이 강하다면 쫓아가는 팀은 1점을 내주지 않기 위해 필요 이상의 긴장을 하게 된다.

 

현재 두산의 선수 구성은 희생번트로 인한 1점을 지킬만한 여력이 되지 못한다. 불펜이 약하기 때문이다. 올 시즌 현재까지 두산 불펜의 평균자책은 4.54 8개 구단 가운데 두 번째로 좋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산의 김진욱 감독은 번트 작전으로 차곡차곡 점수를 쫓아가기 위한 야구를 하고 있다. 번트 작전은 1점을 올리는 확률은 높여주지만, 대량득점의 가능성은 차단한다. 두산의 불펜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대량득점을 포기하는 작전야구는, 상대팀에게 추격의 여지만을 제공하고 있다.

 

▲ 김진욱 감독의 두산 베어스는 순항할 수 있을까?

 

현재 두산은 장타력의 부재와 구원진의 난조로 인해 5월 승률이 4할에 불과하다. 이보다 아래에 있는 팀은 선발 마운드가 흔들리고 타격 침체에 빠진 롯데가 유일하다. 선발진의 힘으로 리그 초반 선두권까지 치고 올라갔지만, 금세 위기를 맞이했다. 바꿔 말하면, 김진욱 감독에게는 지금이야말로 자신의 역량을 팬들에게 증명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은 셈이다.

 

현재 두산의 선수구성상 1점만을 추구하는 야구는 맞지 않다고 풀이했지만, 아직 정규시즌은 100경기 이상 남아 있다. 현재 1군 복귀를 눈앞에 두고 있는 정재훈과 재활중인 이재우가 돌아온다면, 그리고 여기에 고창성이 예년의 구위를 회복한다면 두산의 예전의 강력한 구원진을 회복하게 된다. 경기 후반을 지켜줄 불펜진이 있으면, 김진욱 감독의 철학도 성공적으로 귀결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 돌아오더라도 예년처럼 싱싱투를 보여줄 지는 현재로서는 섣부르게 예측할 수 없다. 김진욱 감독이 현재의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대처해 작년 삼성 류중일 감독과 롯데의 양승호 감독과 마찬가지로 신임 감독 돌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는 시간이 조금 더 지나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Lenore 신희진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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