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가 드디어 지긋지긋한 연패를 끊었다. 지난 25일(금)에 펼쳐진 넥센과의 경기에서 6연패를 마감 짓는 승리를 올렸다. 연장 10회 백승룡의 결승타에 힘입어 5-4로 승리를 챙긴 한화는 일단 한 숨을 돌린 상태다. 하지만 문제점은 또 다시 돌출됐다.
송신영의 징계로 경기 출장이 제한된 까닭에 마무리 바티스타가 8회부터 나와 넥센의 타선을 막았다. 8회 중심타선을 잘 막아냈지만 9회에도 올라온 바티스타는 2점차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결국 동점을 허용,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다. 덕분에 125개의 공을 던지며 10개의 탈삼진을 기록한 류현진이 호투하고도 시즌 3승을 눈앞에서 놓치고 말았다.
경기를 끝내기 위해 올린 마무리 투수가 불을 지르며 경기를 계속해서 이어지게 만들었다. 만약 한화가 승리하지 못했다면 모든 비난의 화살은 어디로, 또 누구에게 쏠렸을까? 당연히 바티스타다.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며 연패를 끊지 못하게 만들었으니 비난 받아 마땅한 경기가 될 뻔 했다.
여기서 생각해 볼 것이 바로 바티스타에 대한 것이다. 지난 시즌 중반 팀에 합류해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올 시즌 무난하게 재계약에 성공한 바티스타였다. 하지만 현재, 지난 시즌과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문제다.
지난 시즌 27경기에 나와 3승 10세이브 2.0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바티스타는 대단했다. 주목할 점은 블론 세이브가 ‘0’개였다. 피안타율도 .153으로 극히 낮았다. 35.2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탈삼진은 61개나 솎아내면서 K/9(이닝당 탈삼진비율) 또한 15.39로 무척 높았다. 150km/h가 넘는 강속구를 던지는 좋은 마무리 투수로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그와 비교해 올 시즌 성적을 한 번 보자. 25일까지 16경기에 출장했고 1승 2패 6세이브(1홀드) 5.06의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벌써 블론 세이브도 2개나 기록 중이다. 피안타율이 .258에 육박하고 있다. 전체적인 능력 하락이 좋지 못한 성적을 만든 원인이기도 하겠지만 또 다른 이유도 존재한다. 바로 볼넷 숫자다.
지난 시즌 22개의 볼넷을 내 준 반면 올 시즌은 벌써 17개를 내줬다. 지난 시즌의 절반정도에 해당하는 17.2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내 준 숫자치고는 엄청난 수준이다. 거의 이닝당 한 개의 볼넷을 내주고 있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가 높아졌다. 지난 시즌 1.15를 기록했지만 올 시즌 1.87로 수직 상승했다.
지난 시즌의 바티스타를 떠올려보자. 큰 키와 높은 타점에서 뿜어져 나오는 150km/h를 가뿐히 넘는 속구와 140km/h를 넘는 예리한 커터, 그리고 130km/h대 구속의 낙차 큰 커브로 타자를 압도했다. 타자들은 서서 삼진을 당하기 일쑤였다. 그만큼 바티스타의 능력은 지난 시즌 세이브 왕 오승환과 비교될 정도로 평가가 좋았다.
바티스타에 대한 정보부족과 상대해 보지 못한 낯선 투수의 공이 눈에 쉽게 들어올 리가 없었다. 속구와 변화구의 구속차이가 20km/h이상 나는 것도 극복하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렇게 그는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도 충분히 우리나라 프로야구를 지배할 수 있는 투수로 보였고, 충분히 존재 가치를 입증하며 한국에 연착륙하는 듯 했다.
하지만 공은 보면 볼수록 눈에 익는 법. 바티스타의 공을 우리나라 타자들이 적응해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는 여전히 위력적인 공을 뿌리고 있다. 하지만 지난 시즌보다 더 좋지 못한 제구력으로 타자를 상대하고 있고, 우리나라 타자들이 또 충분히 대비와 대처를 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라는 것이다.
많은 외국인 투수들이 우리나라 타자를 상대하면서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바로 정교하고 끈질기며 적극적인 타격을 한다는 것이다. 전력 분석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이긴 하지만, 어쨌든 우리나라 타자들의 능력에 대해선 다들 놀라움을 표현할 만큼 좋은 능력을 보유한 선수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런 타자들과의 싸움에서 공의 스피드와 변화구로 승부를 보는 것에는 한계가 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바티스타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 제구력을 가다듬는 것이다. 150km/h가 넘는 공을 던지면서 원하는 코스로 공을 던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게 말처럼 그렇게 쉽지 않다. 실투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구속을 좀 줄이고 제구력에 신경을 써야하는 것이다. 최대한 맞지 않는 투구를 해야지 빠르게만 던지는 것이 필요한 게 아니다.
바티스타의 투구내용을 보고 있자면 말 그대로 서커스를 하는 분위기다. 주자 한 두 명은 꼭 루상에 내보내야 세이브 모드가 발동하는 모습인데, 평범한 세이브 기회를 스스로 터프 세이브로 둔갑을 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로인해 구단과 팬들이 항상 가슴을 졸이고 있다.
올 시즌 그는 주춤하고 있다. 공의 스피드와 구위 모든 게 지난 시즌과 달라 보이지 않지만 흔들리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팀 성적 부진과 함께 최근 올 시즌 합류한 또 다른 외국인 투수 배스가 퇴출 수순을 밟고 있는 상황에서 그 또한 성적이 좋지 못해 언제 심판대에 오를지 모른다. ‘흑판왕’ 재림을 이끌어 내야 한다. 그래야 한화도 살고 자신도 살 수 있다.
// 완소남 배재민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블로거는 독자 여러분의 추천(View On)을 먹고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