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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국민타자’ 이승엽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by 카이져 김홍석 2012. 6. 14.

2012시즌을 앞두고 4명의 해외파 스타가 복귀했다. 메이저리그 출신의 투수 박찬호(한화)와 김병현(넥센), 그리고 일본에서 뛰었던 타자 이승엽(삼성)과 김태균(한화)까지. 팬들은 이를 두고 판타스틱 4의 귀환이라 부르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들 중 이승엽에 대한 팬들의 감회는 남다른 데가 있었다. 이승엽은 한국에서 활약했던 시절 국민타자라 불렸던 선수였다. 한국 프로야구를 지배했다고까지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인기와 실력 면에서 단연 역대 최고의 위상을 지녔던 선수가 바로 이승엽이었다.

 

하지만 팬들은 9년 만에 돌아온 라이언 킹의 복귀를 두고 큰 기대만큼이나 우려의 뜻도 함께 나타냈다. 20대 시절에 한국을 떠났던 이승엽은 어느덧 36살의 노장이 되어 있었고, 일본에서도 2008년부터 2011년까지의 4년 동안은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을 내고 있었기 때문.

 

줄곧 이승엽을 응원해온 팬들은 그의 귀환에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혹시나 국민타자의 명성에 흠집이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이승엽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일본에서 실패하고 돌아온 타자라며 이승엽의 복귀를 고깝지 않은 눈길로 바라봤다. ‘이제 와서 돌아와봤자 잘 하겠냐는 식의 삐딱한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이승엽은 여전히 이승엽이었다. 어쩌면 우리는 이승엽이라는 타자의 가치를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9년 만에 한국에 돌아온 이승엽은 개막 이후 계속해서 좋은 타격을 선보이며 각종 타격 부문 타이틀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기록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승엽은 현재까지 53경기에 출장해 208타수 73안타 13홈런 44타점 37득점, 타율 .351의 아주 훌륭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타율-최다안타-장타율(.611) 2, 홈런-타점-출루율(.415) 3, 득점 5위 등 타격 7개 부문에서 모두 5위권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심지어 도루까지 5번 시도해서 모두 성공, 예사롭지 않은 주루 능력까지 과시하고 있는 중이다.

 

9년이란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그의 상징과도 같은 3할 타율, 4할 출루율, 6할 장타율을 동시에 기록 중이며, 현재 타율은 그의 커리어 하이 기록(97 .329)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올 시즌 이승엽의 홈런과 타점 페이스를 133경기로 환산하면 32홈런 108타점이 된다. 전성기 시절에 비하면 조금 부족해 보일지 모르지만, 어디에 내놔도 부족함이 없는 리그 최고 타자의 성적이다.

 

이렇게 이승엽은 아직까지 4할 타율을 유지하고 있는 김태균, 홈런 1위인 넥센의 강정호(17홈런)와 더불어 리그 타격 판도를 주도하고 있다. 4월부터 6월 현재까지 흔들림 없는 타격 페이스로 팀 타선의 기둥 역할을 하고 있으며, 특히 6월 들어서는 11경기에서 4홈런을 터뜨리며 홈런왕 레이스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 태세다.

 

이승엽은 1995년부터 2003년까지의 9년 동안 통산 1286안타 324홈런 948타점 883득점의 기록을 남겼다. 이후 일본에서 8년을 보내면서 686안타 159홈런 439타점 394득점을 기록했다. 올 시즌 성적까지 합친 이승엽의 한-일 통산 성적은 2,045안타 496홈런 1,431타점 1,314득점이다.

 

현재 한국 프로야구의 각종 타격 부문 통산 기록은 대부분 은퇴한 양신양준혁이 가지고 있다. 양준혁은 통산 2,318안타 351홈런 1,389타점 1,299득점을 기록, 이들 4개 주요 부문에서 모두 역대 1위에 올라 있다.

 

이승엽의 한-일 통산 기록은 안타를 제외하면 이미 양준혁의 그것을 훌쩍 뛰어넘은 상태다. 일본에서의 성적이 포함되어 있기에 공식적으로 인정받진 못하지만, 한국보다 한 수 위로 평가받는 일본에서의 성적이 더해진 만큼 더욱 의미 있는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이승엽은 현재 한-일 통산 500홈런에 4개만을 남겨두고 있으며, 7경기만 더 출장하면 개인 통산 2,000경기 출장이라는 위업을 세우게 된다. 한국에서의 기록만 놓고 봐도 의미 있는 이정표가 기다리고 있다. 사상 8번째로 1,000타점까지 8타점만을 남겨두고 있으며, 남은 시즌 동안 15개의 홈런을 추가하면 양준혁을 넘어 역대 홈런 1위로 올라서게 된다. 지금의 페이스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역대 프로야구에서 만 35세를 넘긴 한국 선수가 규정타석을 채우고 3할 타율을 기록한 사례는 총 5명에 의해 6차례 나왔다. 프로원년에 백인천이 감독 겸 선수로 4할을 기록했고, 그 후로는 양준혁(2006~7), 최동수(2007), 전준호(2008), 이병규(2011)가 그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백인천을 제외하면 그 누구도 올 시즌 이승엽만큼의 위용을 보여주진 못했다. 초창기 프로야구의 수준을 감안하면, 지금 이승엽의 존재감은 더욱 두드러진다.

 

강산이 한 번 변할만한 세월이 지났음에도 국민타자의 실력은 여전히 리그 최고수준이다. 과연 그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올해로 벌써 프로 18년차가 된 이승엽의 전성기는 지금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가 한국 프로야구 사상 역대 최고의 선수라 평가 받는 이유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 이 글은 <마니아리포트>에 기고한 글입니다.(링크)

 

P.S. 이승엽의 복귀가 확정된 후, 주위 사람들에게 이승엽이 얼마나 잘 할 것 같냐?’는 식의 질문을 상당히 많이 받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30홈런은 충분히 때린다!”라고 자신 있게 답해주었습니다. 하지만 그 앞에는 타율은 몰라도…”라는 단서를 붙였었죠. 지금 이승엽의 타격 페이스는 그를 높게 평가했던 저의 예상조차 훨씬 뛰어넘고 있습니다. 정말 굉장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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