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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팀 내 타점 1위 박종윤, 갈수록 높아지는 그의 위상

by 카이져 김홍석 2012. 6. 28.

롯데 자이언츠가 6연승의 쾌속 질주를 거듭하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1위 등극의 가장 큰 원동력은 현재 8개 구단 중 1위의 팀 평균자책점(3.60)을 기록 중인 투수진의 힘이지만, 승리에 필요한 점수를 꼬박꼬박 내주고 있는 타선의 공헌도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의 타자들 가운데 가장 크게 성장한 선수는 1루수 박종윤이다. 올해로 만 30세가 된 그에게 성장이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지만, 이제서야 풀타임 주전 첫 시즌을 맞이하는 박종윤으로선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팬들 역시 박종윤을 향한 기대가 크다.

 

서른이 돼서야 날개를 펴기 시작한 박종윤

 

박종윤은 현재 팀이 치른 65경기 중 1번만 빼고 모두 출장해 236타수 64안타(.271) 8홈런 38타점을 기록 중이다. 타율은 평균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지만, 홈런은 강민호(9)에 이어 팀 내 2, 타점은 홍성흔과 강민호(이상 36)를 제치고 팀 내 1위에 올라 있다. 현재까지 23개의 장타(2루타 12, 3루타 3)를 때려냈는데, 이 역시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수치다.

 

박종윤은 현재까지 득점권 상황에서 62타수 22안타를 기록, 득점권 타율이 .343에 이른다. 이는 팀 내에서 김주찬(.375) 다음으로 뛰어난 기록이며, 그가 많은 타점을 생산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희생번트 능력도 뛰어나 현재 팀에서 가장 많은 8번의 번트를 성공시키고 있다.

 

롯데 팬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박종윤을 향해 안타까운 선수라 여기고 있었다. 충분히 1군에서 뛸 수 있는 기량을 갖추고 있음에도 이대호라는 높은 벽 때문에 좀처럼 기회를 얻기가 힘들었기 때문. 그나마 이대호가 3루수로 뛸 때는 좀 나았지만, 황재균의 합류로 인해 이대호가 1루수로 자리를 옮기면서는 출장 횟수가 더 줄고 말았다.

 

2010년에는 주전 1루수로 출장할 기회를 자주 잡으면서 322번의 타석에서 8홈런 51타점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지만, 이대호가 1루수로 자리를 옮긴 지난해에는 전년도의 절반인 162타석 출장에 그치고 말았다. 111경기에 나섰지만, 그 대부분은 대타 혹은 경기 후반 이대호의 대수비 요원으로 출장하는 경우였다.

 

그런 박종윤이 이대호가 일본으로 건너간 올해는 팀의 주전 1루수 자리를 꿰차며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있다. 주로 5번과 6번 타순에 배치되어 알토란 같은 타점을 올려주는 박종윤이 있기에 전준우가 부진하고 홍성흔이 부상으로 빠져 있는 동안에도 롯데 타선이 힘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특히 박종윤의 주전 등극은 올 시즌 롯데에 있어 두 가지 측면에서 큰 변화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진정한 수비요정

 

올 시즌 롯데 팬들은 1루수가 파울존으로 높이 뜬 타구를 안정적으로 잡아낸다던가, 아니면 1-2루 간을 꿰뚫을 것 같은 강습타구를 재빨리 몸을 날려 잡아내는 장면을 자주 목격할 수 있게 됐다. 일부 팬들의 말에 의하면 이대호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수비를 박종윤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각 팀의 주전 1루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6번의 실책을 범했지만, 그건 그만큼 수비이닝이 독보적으로 많았기 때문이다. 수비이닝과 기여도를 합친 종합적인 수비력을 놓고 보면 박종윤의 수비력은 어디에 내놔도 뒤쳐지지 않는 수준이다. 큰 키를 활용해 다른 야수들의 실책성 송구를 잡아낸 것만 해도 벌써 수 차례에 이른다.

 

올 시즌에도 롯데는 수비력에 있어서는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전체적인 수비진의 짜임새가 다소 떨어지는 편이라 선수 간의 연계 플레이에서 나오는 실수가 많은 편이기 때문. 그래도 1루와 3루의 코너 내야수들이 모두 준수한 수비력을 보여주고 있어, 그나마 투수들에게 심적 안정감을 주고 있다.

 

-우 균형을 맞춰줄 수 있는 2번째 좌타자

 

지난해까지 롯데 타선은 우타일색이었다. 1번부터 9번까지 9명의 주전 타자 가운데 손아섭을 제외한 나머지 8명이 모두 오른손타자였다. 이대호와 홍성흔을 중심으로 한 그 우타자들의 위력이 너무나 대단했기에 잘 드러나지 않았을 뿐, 타선이 한쪽으로 편향되어 있다는 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잘 칠 때는 상대를 가리지 않고 무너뜨리던 롯데 타선이 가끔씩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침묵에 빠졌던 것도 그만큼 타선의 좌-우 균형이 잘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는 박종윤이 5~6번에 배치되면서 주전 라인업에 최소 2명의 좌타자가 포진하게 됐다. 이로써 상대팀은 좌타자를 상대하기 위한 원포인트 릴리프를 기용할 때도 1명이 아닌 2명을 염두에 둬야 하고, 그로 인해 투수 운용에 훨씬 더 애를 먹게 됐다. 작년까지는 롯데를 상대할 때 구원투수의 운용이 한결 수월했지만, 올해는 전혀 다른 양상이 된 것이다.

 

이대호는 존재 자체만으로 팀 타선에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수준의 타자였다. 하지만 박종윤은 상대팀의 투수운용을 흐트러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대호와는 또 다른 색깔의 긍정적인 효과를 내는 선수다. 지나치게 신경 쓰면 독이 될 때도 있지만, 야구에서 -우 균형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이제는 롯데 자이언츠의 핵심 선수가 된 박종윤.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그가 마침내 팀의 주력 선수로 투-타에 걸쳐 맹활약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롯데 팬들은 즐겁기만 하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 이 글은 <마니아리포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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