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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과 오타, 그리고 '기자'

by 카이져 김홍석 2007. 8. 7.
 

Daum 스포츠 해외야구 파트의 칼럼리스트로서 그리고 인터넷 신문 데일리안의 객원기자로서 칼럼과 기사를 쓰기 시작한지 1년이 다 되어간다.


짧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이런저런 고비를 맞이한 적도 있지만 역시나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두 가지.


하나는 무시무시한
댓글과의 전쟁이요, 다른 하나는 바로 오타와의 싸움이다.


처음에는 악플이 정말 싫었다. 네티즌들이 흔히 일컫듯이 ‘스포츠 찌라시’의 대충 쓴 (듯 보이는 엉성한) 기사와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대여섯 시간을 투자하며 힘들게 쓴 칼럼이 몇 사람의 손놀림에 의해 부정되었을 때 느낀 상실감은 말로 표현할 수도 없을 정도다.


하지만 칼럼의 수가 하나씩 쌓이게 되고 악플에 점차 담담하게 반응할 수 있게 된 이후로는, 그 모든 것이 결국
독자와의 호흡의 일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오히려 신경이 쓰이는 것은 아무런 반응이 없을 때다.


가끔 그럴 때가 있다. 단 하나의 댓글도 달리지 않는 그런 경우가. 이때의 허무함은 악플이 주는 순간적인 기분 나쁨과는 차원이 다르다.


나 자신에 대한 회의부터 생긴다. ‘이렇게까지 아무런 반응이 없는 글을 쓰기 위해 그 많은 시간을 소비 했던가’ 하는 생각이 들면 스스로가 한심해 보일 뿐이다.


그러다보니 마침내는
‘무플보다는 악플이 차라리 낫다’ 라는 결론에 이르고 말았다. 그나마 반응이 있는 글이 자기 자신에 대한 반성이라도 가능하게 해준다.


또 악플이 달리다 보면 그것에 눈살을 찌푸리는 몇 안 되는 고정 독자분이 힘들게(?) 로그인하며 힘내라며 격려를 해주는 경우도 있다. 처량하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그러한 격려는 생각보다 큰 힘이 되기도 한다.(^^;)


최근엔 이런 댓글보다는 오타에 더 많은 신경이 쓰인다. 이제 조금이나마 ‘프로 기자’ 로서 자각이 생기는 것일까?(물론 내 자신이 100% 프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굳이 따지자면 '준프로' 정도가 적당하겠다)


속보를 요하는 보도기사보다는 칼럼 형식의 글을 많이 쓰는 편이라 글을 퇴고할 시간은 충분한 편이다. 적어도 서너 번은 다시 읽어보고 확인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타는 항상(!!) 존재한다.


많은 사람들이 보기 전에 누군가가 숨은 그림 찾기 하는 기분으로 오타를 찾아서 지적해주면 오히려 감사하다.(그러한 실수는 독자분들의 지적으로 인해 수정할 수 있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 글을 통해 그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한다.)


오타를 내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꼭 기자가 아니더라도 글을 쓰는 입장에서라면 그 누구라도 오타 없는 글을 쓰고 싶을 것이다.
오타는 단순한 실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장문의 칼럼인 경우 열심히 퇴고를 한다 해도 실수는 생기기 마련이고, 스피드가 생명인 보도기사의 경우 오타가 날 가능성이 있어도 그것을 감수하고 기사를 송고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사정이 있는데도 오타를 트집 잡아 ‘기자로서의 자격’ 까지 걸고넘어지는 악플을 보게 되면 그 이상의 상처가 없다. 글 내용에 대한 악플은 무시라도 할 수 있지만, 오타에 관한 지적은 아무리 변명을 해봐야 구차하게 보일 뿐이니 말이다.


하지만 결국은
기자 스스로가 개선하고 극복해야 하는 문제임은 틀림없다.


게다가 한국인의 경우 문자화 되어 있는 내용에 대한 신뢰도가 굉장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같은 인터넷 기자의 경우는 활자 매체에 비해 그 정도가 덜하겠지만,
기사 내용에 대한 사실성과 표현에 있어서의 정확성은 전문 기자이든 블로거 기자이든 반드시 추구해야할 요소임에 분명하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혹시나 또 다른 오타가 있지는 않을까, 알 수 없는 곳을 찔러 오는 악플이 달리지는 않을까, 혹은 아무도 보지 않는 죽은 글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이제 시작이지만 ‘기자’로서의 첫 발을 내딛은 것에 대한 각오를 다짐과 동시에, 나 자신만큼은 악플과 오타로 부터의 위협에서 스스로 이겨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일 것이다.


모든 제도권 기자로부터 Daum의 블로거 기자까지, 모두모두 파이팅이다~!(^^)



PS. 사족을 좀 덧붙이자면, 기자가 기사를 쓸 때 그 제목은 자신이 정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대략의 제목을 정해서 윗선에 보내지만, 그 최종 결정권은 편집 데스크가 쥐고 있다. 일명 '낚시성 제목'으로 기자들이 욕을 먹을 때가 많은데, 욕을 하더라도 한 가지만 알아주면 좋게다. 그 욕을 먹을 당사자는 기자가 아니라, 그 기자의 상관겪인 편집자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