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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왜 프록터가 아니라 임태훈이 승리투수일까?

by 카이져 김홍석 2012. 6. 29.

지난 28일 경기가 끝난 후 두산과 넥센의 경기결과를 확인하던 팬들 중 상당수는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대부분의 팬들은 프록터가 승리투수, 임태훈이 세이브 투수로 기록되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정작 기록지에는 임태훈이 승리투수로 표기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두산은 선발 김선우의 7이닝 2실점(1자책)의 호투에 힘 입어 4-2로 리드하고 있던 상황에서 9회 말 경기를 끝내기 위해 마무리 프록터가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프록터는 2사 이후 갑자기 연속 안타와 보크 등으로 동점을 허용하며 블론 세이브를 범했다. 두산은 이어진 10회 초 공격에서 오재원의 밀어내기 볼넷 등으로 결승점을 뽑아 다시 리드를 잡고 결국 6-4 승리를 거뒀다.

 

팬들은 물론 일부 전문가들마저도 프록터가 행운의 승리투수가 되고, 10회 말을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마무리 한 임태훈이 세이브를 챙겼다고 생각했다. 비록 블론 세이브를 범하긴 했지만 프록터는 9회 말을 자신의 손으로 마쳤고, 이어진 10회 초 공격에서 결승점이 났기 때문에 이러한 예상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후 기록원은 프록터가 아닌 임태훈을 승리투수로 기록했다. 팬들은 일반적이지 않은 이 상황에 어리둥절했고, 일부 팬 커뮤니티나 SNS를 통해 이와 관련된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보통 구원투수가 이닝을 마무리 한 후 곧바로 이어진 공격에서 결승점을 뽑았다면, 일반적으로는 앞서 던진 투수에게 승리라는 기록이 주어진다. 실제로 2012년 공식 야구규칙을 봐도 구원투수가 던지고 있는 동안 리드를 잡고 그 리드가 경기 끝까지 유지되었을 경우 그 구원투수에게 승리투수를 기록한다.”고 되어 있다. 그렇게 보면 이 경기의 승리투수는 프록터가 되어야 옳다.

 

그러나 이 조항에는 예외가 있는데 바로 구원투수가 잠시 동안 비효과적인 투구를 하고 그 뒤에 나온 구원투수가 리드를 유지하는데 효과적인 투구를 하였을 경우 나중의 구원투수에게 승리투수를 기록한다.”는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기록원이 경기가 끝난 후 프록터가 아닌 임태훈을 승리투수로 기록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프록터의 투구를 비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임태훈은 세이브 상황에서 등판해 경기를 마무리했지만, 승리투수는 세이브를 동시에 기록할 수 없다. 세이브 기록을 얻기 위한 조건 중에는 승리투수의 기록을 얻지 못한 투수라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같은 프로야구지만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의 야구 규칙은 미세하게나마 조금씩의 차이가 있다. 이번의 경우 역시 미국이었다면 블론 세이브 여부와 관계 없이 프록터가 승리투수로 기록되었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는 저러한 예외 조항이 없기 때문. 그러나 한국 프로야구의 규칙에는 엄연히 저와 같은 규정이 존재하고, 기록원은 해당 규정에 근거하여 임태훈에게 승리를 부여했다.

 

그러나 비효과적인 투구라는 애매모호한 표현은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올 시즌에도 블론 세이브를 범한 구원투수가 이후 팀 타선의 도움을 얻어 승리투수가 된 경우가 몇 차례나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한화와 넥센의 경기에서는 한화가 4-2로 이기고 있던 상황에서 당시 한화의 마무리였던 바티스타가 8회부터 마운드에 올랐다. 바티스타는 8회는 잘 막았지만 9회 들어 갑자기 난조를 보이며 2실점, 경기는 동점이 되어 연장에 돌입했다. 한화는 연장 10회 초 2 1,2루서 나온 백승룡의 결승타 덕에 5-4로 역전했고, 마일영이 10회 말을 마무리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블론 세이브를 범한 바티스타가 승리투수, 리드를 지켜낸 마일영에게는 세이브가 주어졌다.

 

바로 뒷날인 5 26 LG KIA의 경기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KIA 5-4로 이기고 있던 8회 초 KIA의 핵심 셋업맨인 박지훈이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박지훈은 1점을 허용해 동점을 허용, 블론 세이브를 범하고 말았다. KIA 8회 말 공격에서 송산의 결승타로 6-5로 다시 앞서 나갔고, 9회는 한기주가 마무리했다. 이 경기 역시 블론 세이브를 범한 박지훈이 승리투수, 한기주의 기록은 세이브였다.

 

이처럼 똑같이 블론 세이브를 범했지만, 바티스타와 박지훈은 프록터와 달리 승리투수가 될 수 있었다. 이들이 프록터와 달랐던 것은 바티스타는 2이닝을 던졌고, 박지훈은 터프 세이브 상황에서 1점을 허용해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다는 점 정도였다. 이 차이 때문인지 기록원은 1이닝 만에 2점을 허용한 프록터에게만 비효과적인 투구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야구의 기록과 관련된 규정은 복잡하고 까다로운 경우가 많고, 이번 경우처럼 때로는 기록원의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되는 경우도 있다. 다만, 만약 이번과 같은 상황이 먼저 던진 구원투수의 시즌 20승이 걸려 있거나, 뒤에 던진 투수의 세이브 신기록이 걸려 있는 시즌 최종전이었다 하더라도 기록원이 동일한 판단을 내렸을까 하는 의문은 남아 있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 이 글은 <마니아리포트>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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