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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포인트 이야기

외국인 선수 차별, 이제 좀 그만둘 수 없나?

by 카이져 김홍석 2012. 7. 4.

6월 한 달 동안 맹타를 휘두르며 삼성 라이온즈의 상승세를 견인한 박석민이 6월의 월간 MVP에 성정됐다. KBO는 다소 늦은 7 3일이 되어서야 6월의 월간 MVP를 발표했는데, 박석민은 총 22표 중 15표를 얻는 압도적인 지지 속에 6월 최고의 선수로 뽑히는 영광을 누렸다. 4월의 정성훈(LG), 5월의 박병호(넥센)에 이은 3개월 연속 타자가 월간 MVP를 싹쓸이했다.

 

박석민의 수상은 이미 예견된 바였다. 24경기에서 8홈런 23타점 타율 .388을 기록, 타율-홈런-타점에서 모두 월간 1위였기 때문. 월간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셈이니 그의 수상은 당연한 결과였다고 할 수 있다. 선수들의 성적을 하나의 지표로 나타낸 카스포인트(CassPoint)에서도 박석민은 6월 한 달 동안 885점을 획득, 140포인트가 넘는 압도적인 차이로 독보적인 1위에 올랐다.

 

하지만 나머지 후보 3명의 득표율은 많은 의문점을 남겼다. 투표 결과를 보면 후보 선정 기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은 물론, 일단 후보로 선정된 선수들 간의 득표수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 결과를 보면 무엇보다 찜찜한 기분이 드는 이유는 그 속에 외국인 선수 차별이 극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6월의 월간 MVP 후보로 선정된 선수는 총 4, 박석민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의 선수는 모두 투수였다. 장원삼(삼성), 김광현(SK), 유먼(롯데)이 그 주인공들인데, 장원삼이 6표를 획득하여 2, 김광현이 나머지 1표를 얻었고, 투표인단 중 유먼을 택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장원삼(685) - 5경기 29이닝 27피안타 12사사구 26삼진 4 1패 평균자책 2.48

김광현(715) - 5경기 26이닝 21피안타 15사사구 25삼진 4 1패 평균자책 1.39

유먼(737) - 5경기 34이닝 25피안타 16사사구 28삼진 3승 무패 평균자책 0.78

 

위는 후보로 선정된 투수 3명의 6월 한달 간 성적이다. 저렇게 3명만 놓고 봤을 때 유먼이 나머지 2명에 밀려 단 한 표도 얻지 못할 정도로 부족한 성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김광현은 경기당 평균 5이닝을 간신히 넘겼고, 장원삼도 평균 6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퀄리티스타트라고 규정지은 것은 6이닝 이상을 던져야 선발투수로서 제 몫을 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들의 투구이닝은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 장원삼은 5경기에서 단 2번만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고, 김광현은 고작 1번뿐이었다. 게다가 이들은 난타당하다가 5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강판된 경기도 한 차례씩 있었다.

 

유먼은 3명 중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고, 제일 많은 삼진을 잡았으며, 평균자책점과 WHIP도 가장 낮다. 등판한 5경기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에 성공, 투구 내용에서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나머지 2명을 압도하고 있다. 경기당 평균 7이닝 가까이 소화했고, 6월의 월간 평균자책점도 전체 투수들 가운데 1위다. 차이가 나는 것은 승수에서 1승이 부족하단 점인데, 대신 무패라는 이점이 있다.

 

그나마 장원삼의 경우는 삼성이 6월 한 달간 최고승률을 거두며 1위로 올라섰고, 거기에 큰 공헌을 한 팀의 에이스라는 점이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김광현의 경우는 그것도 아니다. 팀 성적도 롯데가 훨씬 좋았고, 투구내용은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김광현이 유먼보다 나은 점은 단지 승수가 1승 많다는 점뿐이다.

 

유먼의 경우는 6 9일 경기에서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한 후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물려줬는데, 9회에 등판한 마무리 김사율이 블론 세이브를 범하는 바람에 승리가 날아갔었다. 유먼보다 짧게 던진 김광현은 불펜의 도움을 많이 받았을 뿐이고, 장원삼 역시 마찬가지다.

 

발표일이 3일이었다는 점도 조금 걸리는 부분이다. 4월과 5월의 월간 MVP는 곧바로 다음달 1일에 발표가 되었다. 그만큼 투표가 일찍 이뤄졌다는 뜻이다. 하지만 유독 이번 달만 늦었다. 6월 내내 좋은 피칭을 펼쳤던 유먼은 7 1일 경기에서 5이닝 동안 6실점하며 패전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7월의 경기, 6월의 MVP를 뽑는 투표에는 어떠한 영향도 끼쳐선 안 된다. 만약 그 경기의 잔상이 남아 투표에 반영되었다면, 투표인단의 자질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다.

 

류현진이나 윤석민 정도로 이름값 있는 국내 선수가 유먼과 동일한 성적을 기록했다면 과연 그 결과가 어땠을까? 참고로 경기당 평균 7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월간 최다승인 4승을 거둔 니퍼트는 아예 후보에 오르지도 못했다. 니퍼트는 6월 한 달 동안 740점의 카스포인트를 획득, 유먼을 3포인트 차로 따돌리고 투수 부문 1(전체 2)에 올랐다.

 

니퍼트(740) - 6경기 43이닝 34피안타 13사사구 27삼진 4 1패 평균자책 2.51

 

4월의 월간 MVP를 뽑는 과정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당시 임태훈은 6표를 얻어 간발의 차로 정성훈(7)에 밀려 MVP를 수상하지 못했다. 임태훈은 당시 4명의 후보 가운데 유일한 투수였다. 그러나 정작 4월에 최고의 피칭을 보여준 투수는 임태훈이 아니었다.

 

임태훈(520) - 3경기 17이닝 7피안타 9사사구 11삼진 3승 무패 평균자책 0.53

유먼(778) - 4경기 29이닝 18피안타 4사사구 26삼진 3승 무패 평균자책 1.53

 

임태훈이 유먼보다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긴 했지만, 투구내용에서 둘은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시에도 유먼은 4경기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고, 특히 4월의 마지막 등판에서는 LG를 상대로 9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7탈삼진 완봉승이라는 놀라운 피칭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유먼의 이름은 후보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당시 유먼이 획득한 카스포인트는 투-타를 통틀어 전체 1위였고, 임태훈과는 그 격차가 매우 컸다. 국내 선수가 동일한 성적을 거둬 후보에 올랐다면, 월간 MVP의 주인공이 바뀌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지난 2009년 한국시리즈 당시, 로페즈가 아닌 나지완에게 시리즈 MVP를 준 것을 비롯해 그 동안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각종 타이틀이나 시상에서 외국인 선수 차별이 비일비재하게 있어왔다. 한때 골든글러브 시상식 때마다 그와 관련된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그러한 경향은 최근에도 딱히 나아지지 않았다.

 

당장 올 시즌만 봐도 올스타 투표 후보에 오른 8명의 투수 가운데 외국인 투수는 넥센의 나이트 한 명뿐이다. 다승 선두인 주키치(LG)를 비롯해 유먼, 니퍼트 등은 충분한 자격이 있음에도 팀 내 한국인 투수에게 밀려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굳이 후보를 선정한다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그 과정에서 외국인 선수들이 손해를 본다는 점은 더 큰 문제다.

 

우리는 국내 선수들이 해외에서 활약할 때마다 인종차별이나 민족차별을 당한다며 그에 대한 불합리성을 토로해왔다. 그런데 정작 프로야구가 발전된 3개의 나라 가운데 인종차별 문제가 가장 심각하고, 외국인 선수에 대해 가장 노골적으로 불이익을 주는 나라는 다름 아닌 대한민국이다. 현재 한국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 선수들 역시 엄연히 한국 프로야구 선수. 그만 좀 차별하자!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iSport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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