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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포인트 이야기

‘야신’에게 혼난 류현진, 펠릭스 에르난데스를 본받아라!

by 카이져 김홍석 2012. 8. 29.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이 프로야구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프로야구의 수준이 많이 떨어졌다고, 관중이 많이 찾아오고 너도 나도 응원해주니 다들 자기가 스타 플레이어인줄 안다고, 프로의식도 없고 실력도 낮아져서 도저히 배울 것 없는 리그가 되고 말았다며 쓴소리를 했다.

 

가장 크게 혼난 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두 에이스, 류현진과 윤석민이었다. 김성근 감독은 류현진과 윤석민은 투수도 아니라며, 불운을 논하기 전에 그들이 자신의 피칭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선수가 맞냐며 강한 어조로 질책했다.

 

아무리 한국 프로야구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한 말이라고 해도 다소 과한 느낌이 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누가 뭐래도 그는 한국 프로야구의 수준을 한 차원 올려 놓은 장본인이고, 현재 프로야구의 트렌드를 창시한 인물이니까. 어쩌면 지금의 프로야구 수준이 떨어진 건, 각 팀들이 기본기 없이 김성근식 야구를 무작정 따라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더욱이 류현진(카스포인트 1,747투수 9)에 대한 언급에 대해선 일정 부분 공감하게 된다. 류현진이 올 시즌 역대급 불운에 시달리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의 피칭 내용 자체가 그의 커리어를 돌이켜 봤을 때 비교적 부진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244라는 피안타율은 류현진이란 이름 석자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불운한 류현진, 그러나

 

올해는 최근 15년 동안 2006년에 이어 2번째로 투고타저성향이 강한 시즌이다. 그만큼 투수들의 전반적인 기록이 좋다는 뜻이다. 그런데 류현진의 평균자책점은 3.20으로 그의 커리어 평균(2.87)보다 다소 높다. 적어도 류현진이 흔들리지 않고 본연의 피칭을 했다면, 지금보단 훨씬 나은 평균자책점과 피안타율을 기록하고 있었어야 했다.

 

물론,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는 것도 안다. 아무리 잘 던져도 승리를 거두지 못하다 보니 류현진도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동료들의 어처구니 없는 플레이나 기가 막힌 실책을 보고 있노라면 있던 의욕도 사라질 수밖에. 타자는 투수를 돕고, 투수는 타자를 돕는 것이 야구라는 스포츠의 특징이라고 했을 때, 마운드 위의 류현진은 외롭고 쓸쓸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류현진에게 바라는 건 그런 일반적인 수준의 에이스가 아니다. 한국 프로야구에 길이 남는 전설적인 에이스의 위상을 바라고 있으며, 이미 류현진은 팬들로부터 그런 대우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적어도 지금과 같은 피칭이 계속 이어져서는 곤란하다.

 

올 시즌의 류현진은 5점 이상을 허용한 경기가 4번이나 있었다. 반대로 상대의 득점을 0점으로 꽁꽁 묶은 경기도 4번이었지만, 아직 완봉승은 한 차례도 없다. 적어도 한 팀을 대표하는 에이스라면 대량실점 경기보단 무실점 경기가 많아야 한다. 게다가 류현진이 올 시즌 가장 나쁜 피칭을 보여줬던 7 18일 삼성전(2이닝 9피안타 8실점)은 류현진의 프로의식을 의심케 할만한 최악의 경기였다.

 

당시 경기는 비 예보가 있던 가운데 준비됐고, 대부분의 관계자와 팬들 역시 비로 인해 경기가 취소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경기 시작 시간이 되자 비는 오지 않았고, 경기는 정상적으로 진행이 됐다. 그리고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준비가 덜 된 티를 팍팍 내면서 두들겨 맞기 시작했다. 당시 경기의 해설자조차 류현진이 비를 기다리며 경기 준비를 소홀히 했다며 질책했을 정도.

 

김성근 감독은 철저한 프로의식을 중요하게 여기는 인물이다. 적어도 김성근 감독이 류현진을 지도하고 있었다면, 비 예보가 있다 하여 그토록 경기 준비를 소홀히 하게 놔두진 않았을 것이다. 류현진은 재능과 실력, 그리고 굳건한 마인드까지 갖춘 최고의 투수지만, 그에게 부족한 것을 2가지만 꼽는다면 승리를 향한 집착스스로의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철저함이 아닐까.

 

불운의 아이콘펠릭스 에르난데스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에는 펠릭스 에르난데스라는 투수가 있다. 그리고 그는 류현진 정도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불운한 시간을 보내온 비운의 주인공이다. 에르난데스의 불운은 1~2년의 일이 아니다. 사실 에르난데스의 사정을 알고 나면 류현진은 감히 그 앞에서 불운자도 꺼내지 못할 것이다. 에르난데스가 데뷔한 2005년 이후 시애틀 타선은 늘 리그 최악의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2005년과 2006년의 시애틀은 아메리칸리그(AL) 14개 팀 중 득점 13위에 머물렀다. 그러다가 2007년에는 어쩌다가 기적적으로 리그 7위의 공격력을 선보였다. 그러나 2008년에 다시 13위로 떨어졌고, 2009년부터 올해까지는 4년 연속 득점 순위 꼴찌를 달리고 있다. 어쩌면 에르난데스는 월터 존슨 이후로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불운한 투수인지도 모른다.

 

(참고 : 월터 존슨은 20세기 초반에 활약한 투수로 메이저리그 역사상 2번째로 많은 417승을 거둔 레전드이며, 더불어 역대 최고 투수라 평가 받는 투수다. 그는 선수 생활의 대부분을 약팀에서 보냈는데, 그가 당한 279패 가운데 타선이 1점도 내지 못한 경기가 무려 65, 그 중 27번은 0-1 패배였다. 통산 110번의 완봉승으로 이 부문 1위를 기록 중이며, 그 중 38번은 1-0 승리였다.)

 

에르난데스는 2010년 당시 34경기에 등판해 249이닝을 소화하며 2.27이란 뛰어난 평균자책점(MLB 전체 1)을 기록했는데, 당시 그가 거둔 승리는 13승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사이영상 투표에서 28장의 1위 표 가운데 21장을 얻어 그 해의 수상자가 됐고, 이것은 사이영상에서 다승이 더 이상 중요한 지표가 되지 않는다는 하나의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남게 됐다. 경기의 승패나 동료들의 도움에 연연해하지 않고 마운드에서 묵묵히 자신의 피칭을 한 결과였다.

 

그의 불운은 올해도 계속됐다. 에르난데스는 올 시즌 첫 14경기에서 3.5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명성에 비하면 다소 아쉬운 수준이지만, 그렇다고 나쁘다고 할 수도 없는 피칭이었다. 하지만 그의 성적은 4 5패로 승리보다 패배가 더 많았다. 8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를 챙기지 못한 경기도 있었고, 8이닝 1실점 ND(No-Decision) 경기도 2번이나 있었다.

 

올해도 타선의 도움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던 걸까. 불운에 시달리던 에르난데스는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갑자기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6 23일 경기에서 7이닝 1실점 호투로 모처럼 승리를 거둔 에르난데스는 그 경기를 시작으로 13경기에서 102이닝 동안 18실점(17자책), 1.50의 평균자책점으로 9승 무패를 기록 중이다. 말 그대로 경기를 지배하기 시작한 것이다.

 

에르난데스의 저 9승 중에 5번은 완봉승이었고, 그 중 4경기의 스코어는 1-0이었다. 게다가 8 15일 탬파베이전에서는 1-0의 긴박한 경기 상황 속에서도 역대 23번째 퍼펙트게임을 달성하는 놀라운 업적을 달성했다. 득점지원이 얼마나 되든, 팀의 성적이나 경기력이 어떻든 간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기 때문에 얻은 결과다.

 

미국시간으로 8 27일 오후, 한국시간으로 28일 정오 무렵, 미네소타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한 에르난데스는 9이닝 5피안타 무실점을 기록, 올 시즌 자신의 4번째 1-0 완봉승을 거뒀다. 아마 김성근 감독이 에르난데스의 피칭을 지켜봤다면, 저 선수야 말로 진정한 프로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지 않았을까?

 

▲ 다름 아닌 류현진이기에

 

2010년의 류현진은 팀 성적과 관계 없이 마운드 위에서 자신의 피칭을 했다. 당시 류현진의 승수가 16(4)에 그쳤음에도 역대급 시즌으로 평가 받는 이유다. 그러나 작년부터의 류현진은 자신의 명성에 걸 맞는 피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가 올 시즌 기록 중인 탈삼진 개수를 보면 딱히 구위가 떨어졌다고 할 수도 없기에 아쉬움이 더욱 크다.

 

다른 투수 같았으면 단순히 불운하다라는 평가에서 그쳤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말하고 있는 투수의 이름은 류현진이다. 김성근 감독은 기차가 비행기만큼 빨리 달리길 바라는 멍청이가 아니다. 그 어른이 류현진의 이름을 가장 먼저 언급하며 호되게 질책한 건 그가 최고이기 때문이다. 기대치가 높은 만큼, 요구되는 수준도 높을 수밖에 없다. 그것이 최고라는 찬사를 받는 선수의 숙명이자 책임이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iSport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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