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때보다도 순위 싸움이 치열하다고 알려졌던 올 시즌 프로야구도 서서히 4강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한화를 제외한 7개 팀이 치열하게 다투던 형국에서 LG가 일찌감치 나가 떨어졌고, 최근 들어 KIA와 넥센도 점점 힘에 부치는 모양새다. 4위 두산과 5~6위 간의 승차는 4.5게임, 아직 포기할만한 차이는 결코 아니지만, 그렇다고 쉽게 볼 간격도 아니다.
언제나 그래왔듯 프로야구의 순위 싸움은 여름을 보내면서 대부분 결정되기 마련이다. 올해도 마찬가지. 더위와 장마가 시작되는 7월 이후에 좋은 성적을 낸 팀들이 결국 4강 진출의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럴 때 탄력을 받아 좋은 성적으로 치고 올라오는 선수가 있다면, 팀 성적에 더욱 보탬이 되기 마련이다.
이번 여름에도 유독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들이 있다. 특히, 그들 중 몇 명은 4~6월까지만 하더라도 그 활약이 두드러지지 않다가 본격적인 여름이 되고 나서 실력을 드러내기 시작한 선수들이다. 시즌 초반에는 그들의 부진이 더 없이 아쉬웠지만,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그들이 힘을 비축해둔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 여겨지는 경우도 있다.
7월 이후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타자들을 살펴보면 그 중에서도 유독 4명이 눈에 띈다. 삼성의 최형우, 한화의 김태균, 그리고 SK의 이호준과 박정권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7월 이후만 놓고 보면 다른 선수들보다 한 차원 높은 활약을 선보이며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고 있다. 아래는 7월 이후를 기준으로 한 카스포인트(Cass Point) 타자부문 순위다.
1위. 최형우 975점
2위. 김태균 930점
3위. 이호준 925점
4위. 박정권 880점
(5위. 박석민 745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역시 김태균이다. 4~6월에 .388의 높은 타율을 기록했던 김태균은 7월 이후로도 .387의 고타율을 그대로 유지하며 타격 4개 부문(타율, 최다안타, 출루율, 장타율) 1위를 지키고 있다. 특히 첫 3개월 동안 61경기에서 8개에 그쳤던 홈런이 7월 이후로는 33경기에서는 7개를 기록하며 그 비중이 훨씬 늘어났다. 홈런을 때릴 수 있는 스윙으로 4할에 가까운 고타율을 유지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지만, 김태균은 현재 그걸 해내고 있다.
그러나 김태균은 시즌 초반부터 그 활약상이 이미 두드러졌던 선수다. 그에 비해 최형우의 약진은 놀랍기만 하다. 4~6월까지 60경기에서 .225의 빈약한 타율과 3홈런 34타점에 그쳤던 최형우는 7월 이후 34경기에서 10홈런 20타점 타율 .317의 놀라운 활약을 펼치며 지난해의 위용을 재현하고 있다. 6월까지 425점에 불과했던 카스포인트는 7월 이후 975점을 획득, 총점 1,400점으로 어느덧 전체 타자들 중에서도 12위로 수직 상승했다. 이승엽의 페이스가 시즌 초반에 비해 많이 떨어졌음에도 삼성이 여전히 든든한 전력을 선보일 수 있는 건 또 다른 좌타거포 최형우가 부활했기 때문이다.
SK를 지탱하고 있는 두 타자의 활약도 놀랍다. SK는 한때 선발진이 붕괴되고 타자들마저 부진에 빠지면서 1위에서 6위로 추락, 포스트시즌 진출조차 불투명하다는 평가를 받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부상자들이 돌아오고 이호준과 박정권이 타선에 힘을 실어주기 시작하면서 다시 3위까지 올라섰다. 투수진의 안정화도 이유 중 하나지만, 최정-이호준-박정권으로 구성된 클린업 트리오가 리그 최고수준의 활약을 펼친 덕분이기도 하다.
박정권은 최형우와 더불어 시즌 초-중반까지의 활약이 가장 실망스러운 선수 중 하나였다. 그러나 역시 이름값 높은 선수답게 6월(23경기 5홈런 10타점 .274)부터 서서히 감을 잡기 시작하더니, 7월 이후로는 35경기에서 .331의 고타율과 더불어 5홈런 25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중심타자다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더 놀라운 건 이호준이다. 올해 37세인 이호준은 6월까지 62경기에서 9홈런 33타점 .282의 타율을 기록한 것만도 충분히 ‘좋은 활약’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데 7월 이후로는 훨씬 무서운 타자가 됐다. 35경기에서 7홈런 26타점 타율 .339의 놀라운 타격감을 자랑하며 SK의 4번 자리를 지켜주고 있다. 이대로라면 2005년 이후 7년만의 20홈런 돌파도 노려볼만하다. 카스포인트 랭킹에서도 1,790점으로 타자 부문 8위에 랭크, 올 시즌 종료 후 FA가 된다는 점에서 동기부여도 확실히 되고 있다.
이들과 정반대로 7월 이후 더위라도 먹은 듯 그 존재감이 희미해진 타자도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넥센의 강정호다. 6월까지 19홈런 51타점 타율 .336의 맹활약으로 카스포인트 랭킹에서도 당당히 전체 선수들 중 1위에 올랐던 강정호는 7월 이후 단 하나의 홈런도 때려내지 못하고 있다. 유격수 30홈런-홈런왕 동시 달성 등의 희망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고, 7월 이후 235점을 추가하는데 그친 카스포인트 랭킹에서도 10위(타자 5위)로 밀려났다. 박병호가 여전히 좋은 활약을 해주고 있음에도 넥센이 4강권에서 멀어지고 있는 이유도 강정호의 부진과 무관하지 않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iSport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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