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경기에서는 두 명의 리그 정상급 에이스가 선발등판했다. 하지만 둘 다 승수 사냥에는 실패했다. 평균자책점 1위를 달리고 있는 넥센의 나이트는 8이닝 4피안타 2실점의 호투에도 불구하고 타선의 도움을 얻지 못해 승패 없이 물러났으며, 한화의 류현진은 팀 동료들의 적극적인 방해 덕에 시즌 8패(5승)째를 기록하며 ‘불운의 아이콘’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승리’와 ‘패배’라는 기록에 대해서는 전문가는 물론 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운이 좋으면 5점을 내주고도 승리투수가 될 수 있지만, 운이 나쁘면 9이닝을 1실점으로 막아도 패전투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다수의 야구 팬들은 승-패 기록을 ‘운’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메이저리그에서 선발투수의 능력을 평가하는 새로운 척도로 각광받고 있는 게임스코어(Game Score)라는 기록에는 아예 승-패와 관련된 항목이 전혀 포함되지 않는다. 게임스코어는 선발등판한 투수의 각 항목별 기록에 대해 배점을 매겨 그 총점으로 투구내용을 평가하는 지표다. 다양한 요소를 하나의 통일된 숫자로 표현한다는 점에선 카스포인트(Cass Point)와 유사하지만, 승-패 기록을 무시한다는 점에선 차이가 있다.
위의 표는 현재 선발투수로 뛰고 있는 투수들을 카스포인트 랭킹 20위까지 나타낸 것이다. 롯데의 유먼이 가장 높은 점수를 얻어 전체 1위, 나이트가 2위, 그리고 다승 선두인 장원삼이 3위를 달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이 올 시즌 최고의 선발투수들일까? 그리고 만약 승-패 기록을 무시한다면 결과는 얼마나 달라질까?
그렇다면 지금부터 승-패 기록을 배제한 채 투구내용만 놓고 판단하여 누가 최고의 선발투수인지를 한번 알아보자. 이것을 위해서는 기존의 카스포인트 배점 방식에 약간의 손질을 가할 필요가 있다. 크게 세 가지 기준에 의해 새로운 평가 기준을 한 번 만들어 보기로 한다. 그 기준은 아래와 같다.
1. 승-패 기록에 의한 득-실점을 모두 뺀다. 카스포인트는 승리투수가 되면 100점이 주어지고, 그것이 선발승일 때는 25점의 가산점까지 있다. 패전을 기록하면 25점이 감점된다. 이렇게 승-패 기록으로 주어지는 점수를 모두 제외한다.
2. 대신 ‘퀄리티스타트 횟수’를 새로운 항목으로 추가해 점수를 준다. 퀄리티스타트를 성공하며 100점, 실패하면 50점으로 계산하여 승-패 기록을 대신해 기존 점수에 더한다.
3. 탈삼진의 배점을 기존의 10점에서 5점으로 줄인다. 카스포인트는 1이닝당 10점, 즉 아웃카운트당 약 3.3점이 주어지는데, 그 아웃을 삼진으로 잡으면 무려 13.3점이 된다. 수비수의 도움 없이 아웃을 시켰다는 점에서 삼진은 가치 있는 기록이지만, 형평성 측면에서 너무 과대평가 된 부분이 있다고 판단하여 배점을 절반으로 줄인다.
이 세가지 기준을 적용해 새롭게 도출된 포인트를 토대로 순위를 매기면 아래와 같다.
올 시즌 87.5%라는 높은 확률로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하고 있는 나이트가 압도적인 기록으로 1위, 그 뒤로 유먼과 류현진이 4위와 비교적 큰 차이로 2~3위에 올라 있다. 11~12승 정도는 충분히 거뒀어야 마땅한 투구내용으로도 5승에 그치고 있는 류현진의 억울함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4위 니퍼트와 5위권 이하의 선수들도 비교적 격차가 큰 편이다.
또 한가지 눈에 띄는 점은 다승 1~2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의 원투펀치들이다. 다승 1위 장원삼은 카스포인트에서는 3위에 랭크되어 있었지만, 투구내용만 놓고 평가하자 17위로 수직낙하 했다. 다승 2위-카스포인트 8위인 탈보트 역시 마찬가지. 카스포인트 19위였던 김혁민이 이 순위에서 10위권에 오른 것과 비교해, 1위 삼성과 꼴찌 한화의 전력 차이가 얼마나 엄청난지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iSport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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