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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박찬호의 선발 가능성은 과연 얼마나 될까?

by 카이져 김홍석 2008. 3. 10.

LA 다저스의 초청선수 자격으로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박찬호가 시범경기에서 연이어 좋은 투구를 보이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한국 언론에서는 5선발 후보로까지 격상된 박찬호를 향해 매우 호의적인 뉴스를 내보내고 있고, 그 기사들이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도 해외야구 섹션의 탑을 장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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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시범 경기의 절반가량을 소화한 현재까지를 돌이켜봤을 때 박찬호가 5선발로 다저스 로테이션에 합류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냉정하게 따져서 현 시점에서 박찬호가 다저스의 대체 5선발 요원이 될 가능성은 20%미만이다. 시즌 내내 붙박이 선발로 활약할 가능성은 그 보다 훨씬 작다.


하지만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시범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그가 선발 투수로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합류할 가능성은 1%도 되지 않았기 때문. 시범경기에서의 두 번의 호투와 현재 주변의 여러 가지 상황들이 당초보다는 박찬호에게 훨씬 유리해졌고, 지금은 충분한 희망을 가져도 될 만한 상황으로 만들었다.


원래 다저스의 5선발은 제이슨 슈미트다. 부상 때문에 5월 중순에야 합류할 것으로 보이지만, 일단 그가 돌아오면 다섯 번째 선발 투수의 자리는 무조건 그의 것이 된다. 1600만 달러에 가까운 연봉을 받는 선수를 기용하지 않을 수는 없다. 즉, 현재 다저스의 5선발 후보라는 의미는 슈미트가 돌아오기 전까지 그 빈자리를 채워줄 대체선발 요원 후보라는 뜻이다.


그 후보로 에스테반 로아이자와 박찬호, 그리고 또 한 명의 초청 선수인 제이슨 존슨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대만 출신의 궈홍즈도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이었으나, 부상에 대한 염려와 좌완 셋업맨의 부족으로 인해 불펜 행일 가능성이 커졌다.


일단 지금 당장 가장 앞서고 있는 선수는 로아이자다. 시범경기 첫 번째 등판에서는 2이닝 동안 3실점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 후의 두 번의 등판에서는 5이닝을 모두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등판한 3경기에서 모두 선발 투수로 나섰다는 점도 로아이자에게 유리한 요소다. 팀은 애당초 그를 대체 5선발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뜻.


무엇보다 로아이자의 연봉이 문제다. 올해 800만 달러의 연봉을 받게 되어 있는 로아이자는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거의 무조건적으로 합류할 가능성이 크며, 그렇다면 그의 보직은 선발진에 구멍이 났을 때 그 빈자리를 채우는 대체 선발 요원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800만 달러를 받는 구원 투수는 팬들이 용납하지 않는다.


비슷한 조건이라면 토레 감독의 선택은 무조건 로아이자다. 설령 박찬호가 시범경기 끝까지 좋은 투구를 선보이며 로아이자보다 좋은 투구 내용을 보였다고 해도 상관없다. 이미 로아이자의 시범경기 방어율은 3점대로 내려왔고, 방어율에 관계없이 마지막 두 경기 정도에서만 나쁘지 않은 투구를 보여주면 ‘0점대 방어율’의 박찬호로부터 선발 자리를 빼앗아 올 수 있다.


반대로 제이슨 존슨과 비교하면 박찬호의 승리가 예상된다. 로아이자-박찬호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비슷한 조건이라면 박찬호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다저스에서 이미 오래도록 선수생활을 해봤다는 점, LA 에 거주하는 한국 교민들에게 열렬한 환호와 지지를 받는다는 점 등 비슷한 조건이라면 박찬호를 기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결과적으로 현재 박찬호가 선발 투수가 되기 위해 신경 써야 하는 선수는 로아이자 한 명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그리고 그가 5선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뒤 따라야만 한다.


첫 번째는 로아이자의 부진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박찬호가 아무리 잘 던져도 로아이자의 컨디션이 괜찮다면 토레는 로아이자의 손을 들어주게 되어 있다. 그가 두세 번 정도 남아 있는 등판에서 모조리 난타를 당해 코칭 스탭과 팬들에게 신뢰를 줄 수 없는 상태가 되어야만 한다.


지난해에도 다저스는 브렛 톰코와 채드 빌링슬리가 5선발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었다. 빌링슬리는 시범경기에서 2점대 방어율로 호투했으나, 결국 5선발은 4점대 방어율을 기록한 톰코가 되고 말았다. 빌링슬리가 신인으로 최저연봉을 받는데 비해 톰코의 연봉은 500만 달러에 가까웠기 때문. 올해 로아이자-박찬호의 관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두 번째 조건은 박찬호 스스로가 좋은 투구 내용을 이어가는 것이다. 운 좋게 로아이자가 난조를 보인다 하더라도 박찬호 자신도 같이 무너져 버린다면 희망이 사라지고 만다. 지금까지 보여준 좋은 경기 내용을 이어가며 팀 관계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때 마침 기회가 왔다. 앞선 두 번의 경기는 모두 구원 등판이었지만 한국시간으로 11일에 새벽에 열리는 볼티모어와의 시범경기에서는 드디어 선발 투수로 등판하게 된다. 이는 팀이 진지하게 그의 선발 진입을 염두에 두기 시작했다는 뜻과 같다. 이 경기와 중국에서 펼쳐지는 샌디에이고와의 시범경기 결과가 무척이나 중요하다.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어야만 한다. 지금 박찬호에게는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앞으로도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되기 위해 박찬호가 거쳐야할 관문은 수두룩하다. 로아이자를 제치고 5선발 자리를 차지했다고 하더라도 그 보직 역시 시한부다. 거액을 받는 선수가 부상에서 돌아오면 그 데체 요원이 아무리 좋은 피칭을 선보였어도 그 자리를 지키기가 힘들다.


작년에 LA 에인절스에서는 연봉 1400만 달러의 바톨로 콜론이 부상자 명단에서 개막을 맞이했고, 그 덕분에 조 선더스가 5선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선더스는 콜론이 돌아오기 전까지 3번의 선발 등판에서 1.96의 방어율로 2승을 따냈으나 콜론의 복귀와 동시에 마이너리그로 강등되고 말았었다. 로아이자가 되든 박찬호가 되던 다저스의 5선발은 그와 같은 운명이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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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상 박찬호가 풀타임 선발이 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운이 따라야만 한다. 주전 선수들의 부상이나 예기치 못한 부진이 이어진다면 그러한 기회를 잡는 수밖에 없다. 이미 다저스의 불펜요원도 거의 그 자리가 확정된 상황이라 5선발이 되지 못하면 로스터에 오를 가능성도 매우 희박하다.


7년 전과 같은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오르고 있는 박찬호. 예전만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노력하고 도전하는 모습에서 많은 팬들이 용기와 희망을 얻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남은 경기에서 박찬호의 호투와 선전을 기대해 본다.


[사진출처 : 홍순국의 순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