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킹’ 이승엽(36)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22일 경기에서 1안타 1득점을 추가한 이승엽은 최다안타(145개)와 득점(82개) 부문에서 각각 김태균(한화), 이용규(KIA)와 더불어 공동 선두에 올라섰다. 삼성이 한화-KIA보다 1~2경기 더 많은 경기를 남겨두고 있는 만큼, 잘만하면 국내 복귀 첫해에 곧바로 2관왕에 오르게 될 지도 모른다.
올 시즌의 이승엽은 ‘꾸준함’이라는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있다. 독보적인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시즌 내내 기복 없이 삼성 타선을 지탱하고 있다. 가장 부진했던 시기가 .265의 타율을 기록했던 7월일 정도로 올 시즌의 이승엽은 항상 제 몫을 해주는 선수였다. 후반기 들어 전반기보다 홈런 페이스가 많이 떨어진 상황이지만, 그의 방망이는 여전히 많은 안타를 생산해내며 팀 타선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타격 순위를 살펴봐도 이승엽은 끼지 않는 곳이 없다. 득점-최다안타 1위를 비롯해 타율(.313)-타점(84개) 3위, 홈런(21개) 4위, 출루율(.385) 9위, 장타율(.515) 6위 등 도루를 포함한 타격 8개 부문 가운데 7개 부문에서 탑-10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심지어 도루도 6번 시도해 모두 성공하는 등, 주루 플레이에 있어서도 녹슬지 않은 감각을 과시하고 있다.
50개가 넘는 홈런을 뻥뻥 터뜨리던 전성기 시절과 비교하면 올 시즌 이승엽의 기록은 다소 초라해 보일지도 모른다. 내심 8년 연속을 기대했던 연속 30홈런 기록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여전히 이승엽은 리그에서 가장 가치 있는 타자 중 한 명이다.
이승엽의 가치는 결승타 순위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올 시즌 이승엽은 12번의 결승타를 기록, 팀 동료인 박석민과 더불어 이 부문 공동 1위를 기록 중이다. MVP 후보로 꼽히는 박병호(넥센)의 결승타가 8번, 김태균이 5번에 불과하다는 것과 비교했을 때 이승엽이 얼마나 팀이 필요할 때 한 방을 날려줬는지가 잘 드러난다.
각 기록의 가치를 통일된 수치로 환산해 선수의 가치를 나타내는 카스포인트(Cass Point) 랭킹에서도 이승엽은 2,745점을 획득, 박병호(3,240점)와 박석민(2,840점)에 이어 타자 부문 3위에 당당히 랭크되어 있다.
1976년생인 이승엽은 올해 만 36세. 하지만 나이가 들어도 과거 ‘국민타자’라 불리던 선수의 가치와 능력은 여전하다. 카스포인트 타자 랭킹 30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선수 중 이승엽보다 나이가 많은 선수는 4개월 먼저 태어난 SK의 이호준(2,155점-7위)밖에 없다. 이래서 ‘클래스는 영원하다’라는 말이 나온 것이 아닐까.
올 시즌의 이승엽을 보고 있으면 2년 전 은퇴한 ‘양신’ 양준혁의 모습이 떠오른다. 30대 중반의 이승엽은 파워가 많이 떨어졌고, 리그 MVP 레이스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나이의 양준혁이 그랬듯, 여전히 가치 있는 모습으로 팀 타선의 중심에 서서 팀의 좋은 성적에 보탬이 되고 있는 모습이 겹쳐 보이기 때문이다.
이승엽과 양준혁, 둘은 타격 스타일을 비롯해 좌타자라는 점을 빼면 닮은 점이 별로 없는 선수들이다. 하지만 삼성의 푸른 유니폼이 너무 잘 어울려서일까, 지금의 이승엽을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양준혁의 향기가 느껴진다.
이승엽의 활약은 30대 이상의 야구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면이 있다.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화려했던 타자가 지금도 여전히 빛을 발한다는 사실이 반갑기만 하다. 아무쪼록 국내에 돌아온 이승엽이 지금처럼 꾸준한 기량을 유지하며 양준혁이 보유한 각종 기록들을 다 깰 때까지 오래도록 활약해주길 기원한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iSportsKorea, 제공된 사진은 스포츠코리아와 정식계약을 통해 사용 중이며, 무단 전재시 법적인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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