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는 9월 10일까지 61승 5무 48패의 성적으로 여유 있는 2위를 달리고 있었다. 패전보다 승리가 13번이나 많았고, 한때 1위를 위협할 수 있다는 평가도 들었다. 그러나 이후의 17경기에서 3승 1무 13패에 그치며 4위로 추락, 이젠 간신히 5할 승률을 넘기고 있을 뿐이다.
그 17경기에서 롯데가 얻은 득점은 총 40점, 경기당 평균 2.35점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중 18점은 ‘롯데 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는 윤석민이 선발 등판한 KIA와의 2경기에서 얻은 점수였다. 나머지 15경기에서의 득점은 고작 22점, 어지간한 축구 팀의 득점보다 적다.
올 시즌 롯데의 경기당 평균 득점은 3.82점으로 8개 구단 가운데 꼴찌다. 최근의 부진으로 인해 갑자기 내려앉은 것이 아니다. 롯데의 득점력은 올 시즌 내내 6~8위 사이를 오갔다. 줄곧 1~2위권을 유지한 팀 타율과 지난 2년 간의 잔상으로 인해 아직도 롯데 타선을 두고 ‘강타선’이라고 표현하는 이들이 있지만, 실제로 올 시즌의 롯데 타선은 ‘리그 최약체’란 평가가 딱 어울린다.
아무리 팀 타율이 높아도 그것이 실질적인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현대 야구에서 확실한 1점을 얻을 수 있는 홈런의 가치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더욱이 롯데 타자들은 선구안이 나쁘고 참을성이 없다. 롯데 타자들은 리그에서 2번째로 적은 볼넷을 얻고 있으며, 3번째로 많은 삼진을 당했다. 8개 구단 가운데 유일하게 삼진/볼넷 비율(2.34)이 2.00이 넘어간다. 롯데의 득점력이 팀 타율에 비해 낮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롯데의 막판 부진은 전적으로 타선의 침체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펜도 좋을 때만큼의 안정감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그 또한 타자들이 필요한 점수를 얻어주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 1점차로 앞서고 있을 때를 두고 ‘터프 세이브 상황’이라 부르는 것은 그만큼 투수들이 리드를 지켜낼 확률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년 동안의 롯데 타선은 리그 최고를 넘어 프로야구 역대를 통틀어도 손에 꼽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건 2010년부터 ‘완전체’로 거듭난 이대호가 있을 때의 이야기다. 롯데는 이대호와 로이스터 감독이 있던 2009년에도 팀 득점 꼴찌를 기록한 바 있다. 막상 이대호가 빠지자, 그 한 명이 가져다 주는 시너지 효과가 얼마나 큰 지를 새삼 깨닫게 됐을 뿐이다.
공격이 잘 풀릴 때는 드러나지 않았던 ‘No Fear’ 타격의 부작용이 드러나면서 롯데 타선의 득점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양승호 감독이 그 대안으로 희생번트 등 각종 작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결국은 결정적인 순간에 후속타가 터지지 않아 잔루만 잔뜩 남길 뿐이다. 롯데의 희생플라이가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적다는 것만 봐도 얼마나 공격이 풀리지 않는지가 잘 나타난다.
롯데는 최근 4년 연속을 비롯해 1999년 한국시리즈 이후 6번의 포스트시즌 시리즈에서 단 한 번도 최종 승자가 되지 못했다. 불펜이 강해진 올해야말로 그 한을 풀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했지만, 최근의 타력 부진은 또 다시 준플레이오프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과연 롯데 구단과 선수들은 남은 정규시즌 2경기 동안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 공격력에서의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면, 이번에도 가을잔치에 숟가락만 올리고 남이 축배를 드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봐야만 할지도 모른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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