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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WBC 대표팀, 대만전에서 마지막 ‘투혼’을 불살라라!

by 카이져 김홍석 2013. 3. 5.

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한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이 중요한 기로에 섰다. 호주와의 경기에서 6-0 완승을 거두며 기사회생의 발판은 마련했지만, 여전히 우리가 2라운드에 진출하기 위한 경우의 수는 복잡하고 희박하다.

 

네덜란드가 호주에 승리한다고 가정했을 때, 우리는 대만을 6점 차 이상으로 이겨야만 2라운드 진출을 확정지을 수 있다. 5점 차로 이기면 좀 더 복잡한 계산을 해야 하고, 이기더라도 4점 차 이하일 땐 탈락하고 만다. 이래저래 큰 부담감을 안고 1라운드 최종전에 나서는 대표팀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프로 최정예 대표팀이 출전한 대회를 기준으로 최근 3번의 대만전에서 모두 5점 차 이상의 승리를 거뒀었다. 2009년 제2 WBC에서는 9-0으로 이겼고,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의 경우 예선에서는 6-1, 결승에서는 9-3으로 승리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극적으로 2라운드 진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자칫하면 2 1패를 기록하고도 2라운드 진출에 실패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모든 발단은 첫 경기에서 네덜란드에게 0-5로 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팬들이 분노한 것은 경기의 결과도 문제였지만, 패하는 과정이 너무 나빴기 때문이다. 한 수 아래라던 네덜란드를 상대로 무려 4개의 실책을 저지르며 자멸하는 장면은 팬들의 공분을 살만했다.

 

야구 대표팀은 5일 오후 8 30분에 예정되어 있는 대만과의 경기에서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 한다. 가장 큰 목표는 6점 차 이상의 승리다. 하지만 결과와 관계없이 팬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만한 경기를 보여주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대로 떠나간 팬들의 마음을 되돌리지 못한다면, 프로야구 시즌이 시작된 후에도 그 후유증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우리나라는 조별 예선 2번째 경기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네덜란드에 0-5로 패했다. 이미 첫 경기에서 멕시코에 1-3으로 역전패 당한 터라 16강 진출 가능성은 사라진 상황. 설상가상 차범근 감독까지 해임되면서 축구 대표팀을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은 매우 냉랭했다.

 

하지만 여기에서 예기치 못한 반전이 일어났다. 벨기에와의 최종전에서 선수들이 보여준 투혼이 팬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이미 탈락이 확정된 상황이었지만, 우리나라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최다해 그라운드를 누볐다. 수비수 이임생이 보여준 붕대투혼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명장면이다.

 

그 결과 한국에 프로축구 전성시대가 찾아왔다. 월드컵에서 또 한 번의 실패를 맛봤지만, 마지막 한 경기에서 보여준 선수들의 포기하지 않는 근성은 팬들의 발걸음을 축구장으로 이끌었다. 그렇게 불어 닥친 축구 열기가 4년 후 4강 신화로 이어졌음은 물론이다.

 

대만과의 경기는 어쩌면 이번 WBC에서 우리 대표팀의 마지막 경기가 될 지도 모른다. 말 그대로 총력전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고, 선수들 역시 몸을 사리지 말고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해야 한다. 98년 월드컵에서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최종전에 임하면서 가졌던 그 마음가짐을 지금의 야구 대표팀 선수들도 동일하게 가질 필요가 있다.

 

팬들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나서는 순간부터 그들의 행동과 눈빛에서부터 많은 것을 느끼고 또 판단한다. 안타를 치지 못했는데도 아쉬워하지 않는 선수를 팬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반대로 작은 성과에도 파이팅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동료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는 선수는 팬들의 박수를 받는다. 특히, 이번 대만전은 선수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야구 대표팀의 박정태 코치는 현역 시절 악바리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다. 단지 큰 부상에서 돌아와 정상급 선수로 올라섰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늘 승리에 목말라 했고, 팬들은 박정태의 눈에서 그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현역 시절부터 그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보냈던 부산의 야구팬들이 지금까지도 박정태란 이름 석자를 잊지 못하는 이유다.

 

‘6점 차 이상 승리라는 과제가 걸려 있는 한, 이미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은 큰 부담을 안고 뛸 수밖에 없다. 하지만 팬들은 그 부담감에 짓눌려 자신의 플레이를 하지 못하는 나약한 대표팀이 아니라, 상대를 기백에서 압도하는 강인한 모습을 바라고 있다.

 

경기 결과나 1라운드 최종 순위를 떠나, 우리 대표팀이 네덜란드전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승리를 향한 의지를 이번 대만전에서는 반드시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그렇게만 된다면 대표팀과 팬이 한 마음으로 바라는 기적이 그 앞에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iSportsKorea, 제공된 사진은 스포츠코리아와 정식계약을 통해 사용 중이며, 무단 전재시 법적인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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