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의 팬들은 24일 경기에서 기가 막힌 경험을 했다. 응원하는 팀의 믿고 있던 구원투수 세 명이 한 경기에서 나란히 블론 세이브를 범하는 신기한 일을 목격하게 된 것. 연장 12회 혈투 끝에 승리를 따내긴 했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상처뿐인 승리’라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충격을 안겨준 것은 역시 정대현이었다. 정대현은 롯데가 3-1로 이기고 있던 8회 말 무사 만루의 위기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팬들은 한 마음으로 정대현이 그 위기를 극복해주길 바랐지만, 그는 대타 정현석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고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정대현은 23일 경기에서도 비슷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었다. 롯데가 5-4로 간신히 리드하고 있는 7회 말 1사 만루의 위급 상황에서 김시진 감독은 정대현을 투입했고, 그는 두 타자를 연속 삼진처리하며 불을 끄고 팀의 승리를 지켜냈다.
그러나 그렇게 후반기 첫 단추를 잘 끼우며 전문가와 팬들의 찬사를 동시에 받았던 정대현은 하루 만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며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벌써 올 시즌 들어 5번째 블론 세이브, 시즌 피안타율이 무려 .319나 된다.
정대현은 올 시즌 34경기에 등판해 4승 2패 6홀드, 평균자책점 4.11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그의 이름값에 비하면 한참이나 부족한 성적. 세이브를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다는 점도 아쉽지만, 블론 세이브가 5번이나 된다는 건 더 큰 문제. 지난 6일 KIA전에서는 2연속 사구로 밀어내기로 2점을 허용하며 패전투수가 되는 등 7월 들어 부진의 정도가 더 두드러지고 있다.
정대현이 ‘여왕벌’이란 별명을 얻으며 승승장구했던 것은 김성근 감독이 지휘하던 시절의 SK에서였다. 당시 김성근 감독은 ‘정대현 활용법’에 대해 몇 차례 강조한 바 있다. 사이드암 투수의 피칭은 많이 볼수록 익숙해지는 만큼 연투를 최다한 줄여야 한다면서 철저한 관리 속에 정대현을 특급 투수로 키워냈다.
지난해 롯데 사령탑이었던 양승호 감독도 마찬가지. 정대현은 지난해 부상 때문에 8월이 되어서야 1군 무대에 복귀해다. 그리고 14일부터 16일까지의 SK와의 3연전에 모두 등판, 첫 2경기는 잘 던졌지만 마지막 경기에서는 1이닝 동안 2실점하며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고 말았다. 3일 연속 등판한 정대현의 구위는 정상이 아니었던 것.
그 이후 양승호 감독은 단 한 번도 정대현을 이틀 연속 등판시키지 않았다. 때로는 2이닝 이상을 소화하게 하는 ‘조커’로 활용하긴 했지만, 대신 충분한 휴식을 보장하며 정대현이란 필승카드를 효과적으로 써먹었던 것. 그 결과 정대현은 24경기에서 0.64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큰 공을 세웠다.
하지만 현재 롯데의 사령탑인 김시진 감독은 다르다. 김시진 감독은 원래부터 불펜 에이스를 마당쇠처럼 전천후로 기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대현 역시 여느 불펜 투수와 ‘똑같이’ 기용하고 있다. 정대현은 올 시즌 이틀 연속 등판이 벌써 7번, 3일 연속 등판도 1차례 있었다.
불펜 에이스가 급할 때마다 위기 상황에 등판해 팀을 구해주길 바라는 것은 모든 감독들의 동일한 바람이지만, 그에 앞서 해당 선수가 그 임무를 소화하기에 적합한지에 대한 판단이 선행되어야 한다. 다른 감독들이 관리하면서 최고의 불펜 선수로 써 먹었던 투수 정대현, 과연 김시진 감독은 정대현을 100% 활용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iSportsKorea, 제공된 사진은 스포츠코리아와 정식계약을 통해 사용 중이며, 무단 전재시 법적인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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