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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믿었던 커쇼의 시범경기 부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by 카이져 김홍석 2014. 3. 17.

클레이튼 커쇼가 불안하다. LA 다저스의 에이스일 뿐 아니라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슈퍼 스타인 커쇼가 시범경기에서 연일 난타당하며 팬들의 걱정을 사고 있다.

 

커쇼는 한국시간으로 16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시범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6 2사까지 2피홈런 5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4번의 시범경기 등판에서 커쇼는 0 2패 평균자책점 9.20의 매무 부진한 성적을 남겼다. 22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리는 개막전 선발로 내정되어 있는 만큼 팬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커쇼는 지난해 16 9패 평균자책점 1.83의 뛰어난 성적으로 개인 통산 2번째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5년 연속 2점대 이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인 커쇼는 현역 최고의 좌완 에이스로 인정받고 있으며, 지난 겨울에는 연평균 3,000만 달러가 넘는 역대 최고 수준의 7년 계약을 체결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커쇼는 류현진이 속한 다저스의 에이스인 만큼 국내 팬들의 지지도 두텁다. 류현진이 우승반지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커쇼가 올해도 확실한 1선발 역할을 해줘야만 한다. 커쇼의 부진이 국내 팬들에게도 주목받는 이유다.

 

그렇다면 시범경기에서 부진한 커쇼의 올 시즌 전망이 마냥 어둡기만 한 것일까? 결과부터 말하자면 꼭 그렇진 않다.

 

메이저리그에서 시범경기 성적은 선수들마다 각기 다른 잣대를 두고 평가해야 한다. 특히 그 실력에 대한 검증이 이미 끝난 선수들은 시범경기에 임하는 마음가짐 자체가 다르다.

 

지난 2009년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팬들은 시즌 개막 직전까지 한 선수에 대한 걱정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투수가 시범경기에서 매우 심각한 부진을 겪고 있었기 때문. 그 투수는 당시 시범경기 8번의 등판에서 28.1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6개의 홈런이 포함된 47안타를 허용하며 30실점(29자책), 평균자책점이 9.21이나 되었다.

 

그런데 막상 정규 시즌이 개막하자 전혀 다른 상황이 연출되었다. 첫 등판에서 6이닝 무실점 승리를 따낸 그 투수는 첫 6번의 등판에서 45이닝 동안 단 3(2자책)만 내주는 완벽에 가까운 피칭으로 6연승을 내달렸다. 거기엔 두 자릿수 탈삼진을 동반한 3번의 완투승이 포함되어 있었고, 그 중 2번은 완봉승이었다.

 

그 투수의 이름은 바로 커쇼-류현진과 더불어 현재 다저스의 막강 선발진을 형성하고 있는 잭 그레인키. 최고의 페이스로 시즌을 시작한 그레인키는 16 8패 평균자책점 2.16이라는 뛰어난 성적으로 2009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정규시즌에서 그레인키가 보여준 피칭은 시범경기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메이저리그의 경우는 시범경기에 대한 중요성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떨어진다. 시범경기는 정규 시즌에 앞서 단순히 몸을 푸는 과정으로 여길 뿐이다. 승패에 자존심을 걸지도 않으며, 가끔은 유명 연예인이 구단에 등록해 시합에 출장하기도 한다. 특급 에이스 반열에 오른 투수가 2회까지 7실점하고 마운드를 내려오면서 "오늘은 직구의 위력을 시험해보기 위해 변화구는 하나도 던지지 않았다"고 웃으며 말할 정도다.

 

물론 시범경기부터 두각을 나타내며 돌풍을 예고하는 투수들도 더러 존재한다. 지난해 21승을 거두며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했던 맥스 슈어져의 경우 시범경기부터 0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주목을 받았었다.

 

하지만 지난해 슈어져 못지 않게 좋은 피칭을 선보였던 아니발 산체스(정규시즌 ERA 2.57)의 시범경기 기록은 7.31이었다. 바톨로 콜론(6.30->2.65)이나 크리스 메들렌(7.23->3.11) 등도 시범경기와 정규시즌 피칭이 전혀 달랐던 경우다. 반대로 브랜든 모러(1.50-6.30)처럼 시범경기에서 펄펄 날다 정규시즌 개막과 동시에 추락한 케이스도 있다.

 

커쇼의 시범경기 부진이 위험신호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커쇼의 올 시즌을 전망한다는 것은 섣부른 일이다. 커쇼 정도의 투수는 실전에서의 피칭을 보고 난 후에 평가해도 늦지 않다. 커쇼의 2014시즌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ML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