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김응용 감독은 뭐가 그리도 조급했나?

by 카이져 김홍석 2014. 4. 16.

앤드류 앨버스가 뿔났다. 한화의 외국인 투수 앨버스는 지난 15일 경기에 선발등판해 6회 말 선두타자 나지완에게 2루타를 맞은 후 교체됐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앨버스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화난 감정을 숨기지 않고 계속해서 투덜거렸다.

 

당시 앨버스는 5회까지 2점만 내줬고, 투구수도 63개밖에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응용 감독의 선택은 교체였다. 5회까지 이미 7개의 안타를 맞았고, 나지완에게 맞은 2루타는 8개째였다. 당시 한화가 1-2로 지고 있던 터라 추가 점수를 내주면 그대로 패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어쨌든 앨버스는 교체됐다. 그리고 그를 구원한 최영환은 볼넷 하나를 내주긴 했지만, 병살과 땅볼로 불을 끄고 6회를 무실점으로 마쳤다. 여기까지는 한화의 의도대로 된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한화는 이어진 7회 초 2점을 얻어 3-2 역전에 성공했고, 8회 초에는 김회성의 홈런까지 터지면서 2점 차로 앞서갔다.

 

그대로 끝났다면 김응용 감독의 빠른 투수교체가 승리를 불러왔다는 찬사를 불러올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진짜 드라마는 그때부터였다. 8회 말 나지완이 송창식으로부터 동점 투런 홈런을 터뜨렸고, 9회 말 만루 상황에서 김선빈이 김혁민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내면서 경기는 KIA 5-4 승리로 끝났다.

 

경기가 끝난 후 이 일련의 과정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김응용 감독의 투수교체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한화의 불펜이 약한 만큼 선발이 좀 더 길게 던지도록 내버려뒀어야 했다는 의견이 훨씬 더 많다.

 

이는 어디까지나 결과론일 수 있다. 만약 경기가 한화의 승리로 끝났다면 앞서 언급했듯 앨버스의 빠른 교체를 바라보는 시선이 정반대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프로의 세계는 어디까지나 결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물론, 과정도 중요하다. 하지만 승부수라는 명목 하에 남들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과정을 거쳤다면, 그때는 반드시 결과로 보여줘야만 한다. 그것이 프로다.

 

김응용 감독은 63구를 던진 선발투수를 일찍 끌어내렸다. 게다가 타자들은 기대에 부응해서 역전에 성공했다. 그렇다면 그 경기는 어떻게든 승리라는 결과로 매듭을 지었어야 했다. 그렇게 결과로 보여줘야만 감독의 선수단 지배력이 유지되고, 팬들로부터 그 능력을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결과로 보여주지 못했다. 누군가는 또 결과론이라 말하겠지만, 이미 선발을 일찍 내린 시점에서 그와 같은 결과는 어느 정도 예정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한화의 불펜 사정은 9개 구단 중에서도 제일 나쁜 축에 속한다. 선발이 5회까지만 던지고 내려가면 남은 4이닝을 안정적으로 막아낼 여력이 없는 것이 한화의 서글픈 현실이다. 이는 해설위원과 기자를 비롯한 야구 관계자는 물론 일반 팬들조차도 알고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1점 차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더 점수를 줄 수 없다는 이유로 7~8회를 던질 수 있는 선발을 교체했다. 일단 이것이 통하긴 했지만, 그것을 두고 승부수라고 해야 할지 미봉책이라고 해야 할지는 결과가 말해주는 것이다. 결국 그 교체는 당면과제만 간신히 해결한 미봉책에 불과했다.

 

, 앨버스의 태도에 대해서는 집고 넘어가야 한다. 평소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이라는 점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그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하는 것은 문제가 될 소지가 충분하다.

 

메이저리그와 한국 프로야구는 다르다. 같은 야구를 하지만, 서로 다른 문화 속에 오랫동안 독자적인 길을 걸어왔다. 전체적인 틀은 비슷하다 하더라도, 그것을 운용하는 방식 등의 세부적인 면에서는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것이 투수교체에 관한 부분이다.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경우 투수교체는 어디까지나 감독의 권한이고, 선수는 그것에 대해 수긍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것이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는 논외로 두고, 일단 한국 프로야구는 그렇게 성장해왔고, 지금에 와선 그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이다.

 

앨버스는 외국인 선수. 속된 말로 용병이다. 그는 우리나라에 돈을 벌기 위해 왔고,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의 야구 문화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느냐다. 앨버스가 그토록 불같이 화를 낸 것은 한국 야구가 가진 특성에 대해 알지 못했거나, 알았어도 그것을 납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한국 야구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도 된다.

 

미국이나 일본, 그리고 한국. 세 나라의 야구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틀림의 문제가 아닌 다름의 문제일 뿐이다. 감독이 Manager의 역할에 충실한 미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감독은 그보다 훨씬 큰 역할을 수행하고 그에 따른 권한을 행사한다. 그것을 이해할 수 없다면 적응에 실패한 용병이 될 뿐이다. 적어도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왔다면, 그런 문제 때문에 그토록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해선 안 된다. 이건 그 투수교체 타이밍의 적절성을 논하기에 앞서, 외국인 선수들의 한국 야구에 대한 존경에 관한 문제다.

 

, 다시 김응용 감독의 교체 타이밍에 관한 이야기로 돌아가자. 김응용 감독이 작년부터 보여주고 있는 투수기용 및 교체 타이밍은 최근의 프로야구 트렌드와는 맞지 않은 부분이 있다. 투수교체가 감독의 권한이라지만, 최근의 프로야구 감독들은 그런 상황에서 섣불리 선발을 빼지 않는다.

 

사실 우리나라 프로야구는 미국보다는 일본 쪽의 영향을 훨씬 크게 받았다. 그래서 투수운영 자체도 일본식에 가까웠다. 그러나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한국 야구는 크게 변모했고, 그에 따라 투수를 기용하고 교체하는 방식에서도 미국 쪽의 장점을 많이 받아들였다.

 

같은 날 사직구장에서는 NC와 롯데가 맞붙었다. 6회까지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하던 NC 선발 테드 웨버(카스포인트 396점, 투수 랭킹 7위)가 7회 말 갑자기 흔들리며 만루 위기를 맞았다. 상황은 NC 2-0으로 이기고 있었고, 이 상황은 승리를 위해 투수를 교체하더라도 누가 뭐랄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아니, 오히려 감독들 중 상당수는 아마도 교체라는 방법을 택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교체하지 않았다. 이것이 김경문 감독의 승부수였다. 그 승부수는 실패로 돌아가는 듯했다. 웨버는 전준우에게 싹쓸이 2루타를 맞고 역전을 허용했다. 그런데도 김경문 감독은 웨버를 내리지 않았다. 결국 웨버는 7회를 자신의 손으로 마무리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김경문 감독의 선택은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결국 결과로 보여줬다. NC9회 초 테임즈의 홈런으로 동점을 만들었고, 연장 승부 끝에 5-3으로 이겼다. 결과로 모두를 납득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프로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김경문 감독이 웨버의 신뢰를 얻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교체할 수 있었던 상황에서 김경문 감독은 웨버의 의사를 물었고, 웨버는 자신이 던지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웨버가 자신의 손으로 이닝을 마무리한 것도 중요하다. 만약 NC가 이어진 8회 초에 역전을 시켰다면 웨버는 승리투수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 웨버로서는 자신을 믿어주고 승리투수의 가능성까지 남겨준 감독이 고마울 수밖에 없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김경문 감독은 승리와 웨버의 신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같은 날 김응용 감독은 패했고, 앨버스의 신뢰를 잃어버렸다. 투구수를 감안했을 때 앨버스는 짧아도 7, 길면 8회까지도 책임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만약 6회 말에 나지완의 득점을 허용했다 하더라도, 남은 이닝 동안 한화 타선이 역전한다면 승리투수가 될 가능성도 남겨두고 있었다. 그러나 김응용 감독은 그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고 승부수를 띄웠고, 끝내 모든 걸 잃었다.

 

메이저리그에서 선발을 최대한 길게 끌고 가는 것은 그 한 경기의 승부보다 162경기라는 대장정 전체를 바라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128경기라는 적지 않은 여정을 거쳐야 한다. 게다가 지금은 시즌 초반이다. 작년에도 한화 불펜은 초반부터 과부하가 걸려 시즌 막판까지 부진을 거듭했는데, 올해도 같은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김응용 감독은 대체 뭐가 그리도 조급한 것일까? 지금의 한화는 매 경기 승부수를 띄워 눈 앞의 승리에 욕심내기 보다는 좀 더 길게 보고 젊은 선수들을 하나씩 키우고 만들어가야 하는 팀이다. 감독의 조급함이 어린 선수들을 더욱 가혹한 환경에 내모는 것 같아 바라보는 이의 심정이 씁쓸하기만 하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iSportsKorea, 제공된 사진은 스포츠코리아와 정식계약을 통해 사용 중이며, 무단 전재시 법적인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