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가 넥센 히어로즈와의 1~2위 간 맞대결에서 연거푸 승리를 따내며 1위 자리를 탈환했다. 특히 7일 경기에서는 6이닝만에 24점을 뽑는 가공할만한 공격력을 선보이며 넥센 마운드를 초토화시켰다. 넥센 입장에서는 강우콜드로 끝난 것이 천만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굴욕적인 패배였다.
롯데도 이틀 연속 타선이 폭발, 두산을 상대로 연승을 기록하며 선두와의 격차를 1.5게임으로 좁히는데 성공했다. 6일 경기에서는 ‘3이닝 연속 타자일순’이라는 전대미문의 황당한 기록을 세우며 두산 마운드를 무너뜨렸다. 경기당 평균 6.5점을 기록, 9개 구단 최강의 득점력을 자랑한다.
NC와 롯데는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투-타 밸런스를 보여주는 팀이다. NC가 31경기에서 187득점-142실점, 롯데는 29경기에서 189득점-146실점을 기록 중이다. 2위 넥센은 30경기에서 172득점-172실점, 3위 삼성은 26경기서 130득점-119실점이다. NC와 롯데의 기록이 돋보일 수밖에 없다.
경기당 평균으로 따지면 NC는 득점 2위, 실점 2위, 롯데는 득점 1위, 실점 3위다. 이들 두 팀은 앞으로도 상위권에서 치열한 순위다툼을 할 것으로 예상되며,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도 굉장히 높아 보인다. 이미 이들의 목표는 포스트시즌 진출이 아닌 ‘우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 두 팀에게도 약점이 있다. 바로 ‘확실한 필승조의 부재’가 그것이다. 넥센에는 지난해 구원왕 손승락이 있고, 그 앞을 책임져줄 한현희라는 걸출한 셋업맨이 있다. 조상우와 마정길도 빼먹으면 곤란하다. 삼성에는 돌아온 임창용(2승 6세이브 0.00)이 완벽에 가까운 피칭을 연일 보여주고 있다. 6회까지만 이기고 있으면 역전을 허용하지 않는 팀이다.
하지만 NC와 롯데는 다르다. NC는 작년부터 뒷문 단속이 고민이었던 팀이고, 롯데는 올 시즌 들어 갑자기 불펜이 붕괴조짐을 보이고 있다. 두 팀이 우승에 도전하려면 남은 시즌 동안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만 한다.
두 팀 모두 타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NC는 나성범과 이호준의 신구 거포가 좌우 타석에서 맹타를 휘두르고 있고, 롯데는 히메네스의 존재감이 가히 역대급이다. 경기를 치르다 보면 슬럼프가 찾아올 수는 있겠지만, 시즌 전체로 보면 타격 때문에 고민할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 같다.
선발진 역시 마찬가지. 이재학과 3명이 외국인 투수가 주축이 되는 NC의 선발 로테이션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최근에는 5선발 이민호까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어 한층 무서워질 조짐이 보인다. 롯데도 유먼-옥스프링-장원준의 삼각 편대가 순항 중이다. 송승준도 5월 들어 첫 승을 따내며 슬로스타터의 진면목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
강력한 타선과 3명 이상의 안정된 선발투수, 이만하면 일단 가을잔치 무대에 오를 수 있는 준비는 충분히 갖춘 셈이다. 하지만 우승이 목표라면 ‘안정된 불펜’이라는 마지막 퍼즐을 반드시 맞춰야만 한다. 남은 시즌 동안 그 조각만 맞춘다면, 창단 2년만에 우승을 노리는 NC의 야망이나, 92년 이후 22년만의 우승을 노리는 롯데의 꿈도 얼마든지 이뤄질 수 있다.
이미 NC는 조금씩 그 퍼즐을 맞춰가고 있다. 손정욱과 홍성용, 원종현 등이 팀의 허리를 지탱할 셋업맨으로 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손민한의 존재감도 무시할 수 없다. 고민은 마무리 김진성이다. 시즌 초반부터 팀의 마무리로 잘해주고 있지만, 4점대의 평균자책점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김진성이 남은 시즌 동안 신뢰할 수 있는 마무리로 자리매김 하느냐에 따라 NC의 최종성적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김경문 감독은 길게 내다봤다. 당장 올 시즌의 우승을 노린다면 외국인 투수 중 한 명을 마무리로 돌리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하지만 언제 떠날지 알 수 없는 외국인 투수를 마무리로 기용하면, 당장은 괜찮을 지 몰라도 그 선수가 떠난 후에는 또 다시 마무리 문제 때문에 고민을 해야 한다. 김경문 감독이 작년부터 계속해서 토종 선수들을 마무리로 키우려고 한 이유다. 김경문 감독의 뚝심 있는 선택이 성공할 것인지도 관심 있게 지켜볼 만하다.
롯데는 지난 2년 동안 연속해서 30세이브 마무리 투수를 배출했다. 하지만 2012시즌의 주인공 김사율은 올해 선발로 전향했고, 2013시즌의 주인공 김성배는 올 들어 셋업맨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김성배의 시즌 평균자책점은 여전히 1.80으로 아주 좋지만, 경기 내용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3할이 넘는 피안타율은 마무리로 어울리지 않는다.
이후 롯데의 마무리 자리는 정대현과 이명우를 거쳐 김승회에게 맡겨졌다. 다행히 김승회는 3번의 세이브 기회를 모두 성공시켰다. 내용면에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지만, 일단 실패가 없다는 점이 중요하다. 지금 기록 중인 2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면서 세이브를 쌓아간다면, 올해 롯데 불펜의 주인공은 김승회가 될 수도 있다.
롯데는 NC와 달리 8회를 지키는 셋업맨도 필요하다. 한 동안 불펜이 난조를 보이면서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던 이명우와 강영식이 모두 어려움을 겪었다. 정대현도 마찬가지. 김성배를 포함한 이들 4명 가운데 8회를 지켜줄 수 있는 안정된 셋업맨이 둘 이상은 나와줘야 장기 레이스에서 승리할 수 있다.
지금 당장 승리하고 있다고 그 이면에 감춰진 약점을 마냥 내버려두는 팀은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없다. 두 팀 모두 선발진과 타력에는 자신이 있다. 리그 최소실책 팀인 롯데는 <ADT캡스플레이>에 선정될만한 뛰어난 수비를 계속해서 보여주며 투수들을 도와주고 있기도 하다. ‘믿을 수 있는 안정적인 필승조’ 구축에만 성공한다면, 올해 한국시리즈가 NC와 롯데 간의 ‘낙동강 더비’로 치러지는 것도 불가능한 꿈이 아닐 것이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iSportsKorea, 제공된 사진은 스포츠코리아와 정식계약을 통해 사용 중이며, 무단 전재시 법적인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