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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프렌차이즈 스타들

by 카이져 김홍석 2008. 3. 19.

2007년을 끝으로 휴스턴 에스트로스의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20년간 뛰어온
크렉 비지오가 그라운드를 떠났다. 데뷔 후 줄곧 한 팀에서만 뛰다가 3,000안타 달성이라는 명예로운 타이틀을 가지고 떠난 비지오, 그가 홈에서 마지막 경기를 치르던 날 수많은 팬들이 박수로 그의 마지막을 축복했음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그를 지켜보던 메이저리그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앞으로는 비지오 같은 경우(한 팀에서 20년을 뛰며 위대한 기록을 달성하는)를 보기 힘들 것이다’라고 입을 모았다. 선수들의 자유로운 이동과 빅 마켓을 연고로 하는 부자 구단들의 물량 공세 앞에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에 비해 선수 생명이 짧고 FA제도가 시행되면서 예전보다는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데뷔한 팀에서 그대로 10년 이상 몸담고 있는 선수들을 흔히 찾아볼 수가 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그러한 선수들을 찾아보기가 참으로 힘들다. 현재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포함되어 있는 선수들 가운데, 자신이 데뷔한 팀에서 10년 이상 뛰고 있는 선수들은 15명이 채 되지 않는다. 풀타임 6년을 채우면 FA 자격을 획득하고, 팀 간 트레이드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메이저리그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 수도 있다.


물론 꼭 자신이 데뷔한 팀에서만 프랜차이즈 스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매니 라미레즈는 이미 보스턴을 대표하고 지역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선수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프랜차이즈 스타=데뷔한 팀에서 10년 이상 뛰고 있는 선수들’라고 가정하고 현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들을 알아본다.



▷ 애틀란타의 에이스와 캡틴

현역 선수 가운데 한 팀에서 20년 동안 활약한 선수가 비지오 한 명만은 아니었다. 애틀란타의 에이스 존 스몰츠 역시 비지오와 같은 1988년에 데뷔해 지금껏 계속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것이다. 2000년을 부상으로 통째로 결장하는 바람에 20년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으나, 올해 드디어 20년째를 채우게 된다.


비지오가 3,000안타에 도달한 것만큼이나 스몰츠도 애틀란타 유니폼을 입고 수많은 업적을 쌓았다. 한 번의 사이영상과 월드시리즈 우승, 그리고 브레이브스의 14년 연속 지구 우승에도 스몰츠는 그 일각을 담당했다. 게다가 사상 최초로 200승과 150세이브를 동시에 달성하기까지, 스몰츠는 애틀란타 브레이브스를 대표하는 얼굴로서 전혀 손색이 없다.


애틀란타의 캡틴 치퍼 존스도 1993년 데뷔 후 15년, 올해까지 포함하면 16년째 브레이브스를 대표하는 스타로 활약하고 있다. 1990년 아마추어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뽑혔던 선수가 그 팀의 최고 스타로 자리 잡고 10년이 훨씬 넘게 팬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 팀의 축복이나 다름없다.


올 시즌 중으로 400홈런(현재 386개)을 돌파할 것으로 보이는 위대한 스위치 타자 치퍼 존스. 비록 행크 아론이라는 위대한 레전드가 존재했기에 ‘팀 역사상 가장 위대한 타자’라는 평가를 들을 수는 없겠지만, 아론 다음의 자리는 치퍼의 차지가 틀림없다.


▷ 양키스의 프랜차이즈 3인방

‘돈으로 야구를 한다’는 소리를 듣곤 하는 양키스가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유일하게 3명의 프렌차이즈 스타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다소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이것이 양키스의 방식이며, 그들이 전국구로도 큰 인기를 누릴 수 있는 비결 가운데 하나다.


양키스는 자신들이 키워낸 실력 있는 선수들을 결코 박대하지 않는다. 양키스의 캡틴 데릭 지터, 수호신 마리아노 리베라, 그리고 안방마님 호르헤 포사다까지,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1995년에 데뷔해 줄곳 핀스트라이프만을 고집하고 있다.


데릭 지터는 크렉 비지오의 뒤를 이어 ‘한 팀에서 20년 선수생활+3,000안타’를 동시에 이룩한 선수로 이름을 남길 가능성이 크다. 통산 2,356안타를 기록하고 있는 지터는 앞으로 4시즌째인 2011년이면 무난히 고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2010년에 끝나는 10년 계약의 연장 여부가 유일한 변수로 남아있지만, 양키스 구단이 바보가 아닌 이상 지터를 놓아줄 리가 없다.


현재 마무리와 셋업맨을 모두 포함해 구원 투수로서 한 팀에 10년 이상 머물고 있는 선수는 마리아노 리베라가 유일하다. 그만큼 구원투수들이 비교적 푸대접을 받고 있는 시기라, 이처럼 오랫동안 팀과 팬들의 신뢰를 얻고 있는 리베라의 존재는 더욱 돋보인다.


앞으로도 3년 동안 양키스의 수호신으로 군림할 예정인 리베라, 핀스트라이프를 입고 500세이브(현재 443세이브)를 돌파할 날이 머지않았다.(참고로 트레버 호프만의 경우는 플로리다에서 데뷔해 그곳에서 3세이브를 거둔 후 샌디에이고로 트레이드되었다)


포사다는 수비가 좋은 선수가 아니다. 타격은 강한편이지만 그의 어깨와 블로킹 능력 등은 항상 도마 위에 오르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선수는 2번의 재계약을 모두 보장 받으며 양키스맨으로 남게 되었다. 최고는 아니지만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포사다인지라, 이제 다른 유니폼을 입은 그의 모습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 또 다른 프렌차이즈 스타들

저 높은 산동네의 주전 1루수 자리를 10년째 지켜온 토드 헬튼은 콜로라도 로키스를 대표한다. 1997년 데뷔해 이듬해부터 주전 자리를 꿰찬 헬튼은 10년 연속 3할 타율을 이어오고 있는 현역 최고의 타자 가운데 한명. 이미 래리 워커로부터 ‘로키스 역사상 가장 위대한 타자’라는 타이틀을 빼앗아왔다. 이제 남은 것은 지난해에 아쉽게 실패한 월드시리즈 우승에 재도전 하는 것뿐이다.


양키스에 포사다가 있다면 보스턴 레드삭스에는 제이슨 베리텍이 있다. 신인 시절과 부상 등으로 인해 풀타임으로 10년을 채웠다고 할 수는 없지만, 1997년 데뷔(고작 한 타석뿐이었지만)한 후 펜웨이파크의 사랑을 듬뿍 받는 안방마님으로 자리하고 있다. 올해로 레드삭스와의 계약이 끝나는 터라, 올 시즌의 성적이 잔류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지금은 예전의 기량을 많이 잃어버렸지만, 개럿 앤더슨은 LA 에인절스의 역사를 논할 때 결코 빠뜨릴 수 없는 선수다. 팀 이름이 캘리포니아-애너하임-LA로 바뀌는 동안에도 앤더슨은 15년째 에인절스의 중심선수로 활약하고 있었다. 최다 경기 출장(1868), 최다 타수(7432), 최다 안타(2205), 토털 베이스(3502), 2루타(462), 최다 타점(1208) 등의 부문에서 프랜차이즈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앤더슨이야말로 진정한 ‘미스터 엔젤’이다.


이들 외에도 올해 팀의 클로저로서의 활약을 예고하고 있는 케리 우드, 빌리 빈의 손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오클랜드의 프렌차이즈 스타 에릭 차베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투타의 핵인 로이 할라데이버논 웰스도 회수로 10년째를 채웠다. 올해까지 포함한다면 휴스턴의 랜스 버크만도 이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프랜차이즈 스타. 그 이름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단순히 기간과 성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속에는 그 긴 시간 동안 같이 호흡한 팬들의 기쁨과 눈물, 그리고 사랑이 함께 담겨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