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의 외국인투수 찰리 쉬렉이 팬들에게 ‘노히트 노런’을 선물했다. 2000년 송진우 이후 무려 14년 만에 나온 대기록이었으며, 외국인 투수로는 처음이었다. 이로써 찰리는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뚜렷한 족적을 남기게 됐다.
찰리는 24일 LG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9회까지 28타자를 맞아 단 하나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으며 노히트 노런을 달성했다. 볼넷은 3개, 삼진은 7개를 잡았다. 볼넷으로 나간 3명의 주자 중 오지환은 도루 실패로 아웃됐고, 조쉬벨을 병살타고 잡아내면서 잔루는 단 하나밖에 남기지 않았다.
NC의 팀 동료들도 집중력 있는 수비로 찰리를 도왔다. 이날 야수들은 <ADT캡스플레이>로 선정된 2루수 박민우를 중심으로 단 하나의 실수도 범하지 않고 찰리의 대기록에 힘을 보탰다. 찰리와 호흡을 맞춘 포수 김태군 역시 ‘현역 유일의 노히트 파트너’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노히트 노런은 투수뿐 아니라 포수의 영예이기도 하며, 나아가 팀 전체가 만들어낸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찰리의 노히트 노런은 정규시즌 통산 11번째 대기록이다. 1996년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나온 정명원의 기록까지 포함하면 KBO 통산 12호가 된다. 참고로 1993년 롯데 박동희가 6회 강우 콜드 노히트 노런을 달성한 적도 있다.
1984년 해태 방수원이 삼미를 상대로 대기록의 포문을 연 것을 시작으로 김정행(롯데, 86년), 장호연(OB, 88년), 이동석(빙그레, 88년), 선동열(해태, 89년), 이태일(삼성, 90년), 김원형(쌍방울, 93년), 김태원(LG, 93년), 정민철(한화, 97년), 송진우(한화, 00년)까지 10명의 선수들이 정규시즌에서 9이닝 노히트 노런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2000년 송진우의 노히트는 역대 최고령(만 34세 3개월 2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고, 88년 이동석의 노히트는 1-0의 한 점 차 승리였기에 더욱 빛났다. 선동열은 팀이 10-0의 큰 점수 차로 이기는 가운데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고 대기록을 달성했다. 물론, 가장 높이 평가 받는 것은 정명원의 한국시리즈 노히트 노런이다.
현재 경찰청 야구단 감독으로 있는 유승안은 방수원과 이동석의 노히트 때 호흡을 맞췄고, 강인권도 정민철과 송진우의 숨은 공로자였다. NC 김경문 감독도 현역 시절 장호연의 개막전 노히트 노런을 이끌어낸 바 있으며, 신인으로 유일하게 대기록을 달성했던 이태일의 파트너는 이만수 현 SK 감독이었다.
프로야구 출범 후 첫 19년 동안 11번 나왔던 노히트 노런이 다시 나오기까지는 무려 14년의 시간이 걸렸다. 게다가 올 시즌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타고투저’ 경향이 심한 시즌이다. 송진우가 기록을 세웠던 2000시즌도 타자들의 방망이가 뜨거웠던 시기지만, 올해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다.
2000년 당시 8개 구단의 경기당 평균득점은 5.05점인 반면, 올해는 무려 5.74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그런 면에서 찰리의 노히트 노런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외국인 투수 가운데 첫 기록이라는 점 역시 역사에 남을 것이다.
LG는 MBC 청룡 시절을 포함해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노히트 노런의 제물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경기 막판까지 정면승부를 펼치며 찰리의 기록에 정면으로 맞서 싸웠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야구 팬들은 오랫동안 노히트 노런이나 퍼펙트 게임 같은 대기록의 탄생을 기다려왔다. 하지만 류현진, 김광현, 윤석민 등 그 누구도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진 못했다. 일단 14년 묶은 갈증을 찰리가 풀어주었다. 이제 남은 것은 33년 역사 가운데 단 한 번도 탄생하지 않은 환상의 기록 ‘퍼펙트 게임’뿐이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iSportsKorea, 제공된 사진은 스포츠코리아와 정식계약을 통해 사용 중이며, 무단 전재시 법적인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