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선발투수들이 호투했다. 25일에는 장원준이 3회까지 1실점으로 틀어막고 있었고, 26일에는 송승준이 7이닝 2피안타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27일과 28일에는 유먼과 옥스프링이 각각 7이닝 3실점과 6.2이닝 2실점의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다.
그런데 25일 경기는 갑자기 내린 비 때문에 9-1로 이기고 있던 상황에서 ‘노 게임’이 선언됐고, 26일에는 8회 초까지 2-0으로 있던 경기가 구원투수들의 불쇼로 2-6 패배로 바뀌었다. 27일 경기에서는 황재균의 연장 결승 홈런 덕에 승리하며 5연패를 끊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28일에도 3-0으로 이기고 있던 상황에서 구원투수들이 아웃카운트 하나를 끝내 잡지 못하고 5실점하며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특히 28일 경기는 25일 취소된 시합의 재경기라는 점에서 더욱 가슴 아프다.
롯데의 7월 위기는 선발투수들의 부진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그 선발투수들이 4경기 연속 좋은 피칭을 보였거나, 또는 보여주려 하고 있었다. 그런데 결과는 1승 2패의 루징 시리즈. 하늘은 롯데를 외면했고, 롯데 불펜진은 팬들의 바람을 외면했다.
손아섭과 히메네스가 나란히 결장하자 쓸만한 좌타자라곤 박종윤밖에 남지 않는 얇은 선수층이 그대로 약점으로 나타났다. 강민호가 복귀했지만, 손아섭의 공백은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는 점에서 뼈아픈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수비에서도 불안한 모습이 이어졌다. LG와의 주말 3연전에서 롯데는 3개의 실책을 범했는데, 그 중 26일 경기에서 나온 에러 2개는 팀 패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반면 LG는 단 하나의 실책도 범하지 않았다. 오히려 박경수는 이번 시리즈에서 선정된 2번의 <ADT캡스플레이>를 홀로 독식하며 투수들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7/26 박경수 ADT캡스플레이 : 바로 보기
7/28 박경수 ADT캡스플레이 : 바로 보기
올 시즌 초반만 해도 롯데는 수비 면에서 비약적인 성장이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4월 중순까지 계속해서 안정적인 수비를 펼치며 첫 12경기에서 기록한 실책이 4개밖에 되지 않았다. 9개 구단 중 가장 적은 숫자였다. 하지만 이후 점점 실수하는 빈도가 늘어나면서 지금은 85경기에서 58개의 실책을 기록 중이다. 9개 구단 중 4번째로 적은 숫자지만, 시즌 초반의 페이스에 비하면 많이 늘어난 셈이다.
롯데는 현재 41승 43패 1무의 성적으로 승률 .488을 기록하고 있다. 3위 NC와는 무려 7게임 차로 벌어졌고, 5위 두산과는 1.5게임, 6~7위 KIA, LG와도 2.5경기 차밖에 나지 않는다. 지금까지 치른 85경기에서 롯데는 482득점-457실점을 기록 중이다. 총 실점보다 총 득점이 25점이나 많다.
굳이 ‘피타고리안 승률’이라는 복잡한 계산법을 적용하지 않더라도 실점보다 득점이 많으면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롯데의 승률은 5할 미만이다. 똑같이 +25의 득-실점 마진을 기록 중인 넥센(535득점-510실점)은 6할에 육박하는 승률로 2위를 달리고 있다.
큰 점수차로 이기는 경우가 종종 있어 전체적인 득-실점 기록이 좋을 뿐, 접전 상황에서는 패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타력을 기준으로 보면 경기 후반에 추격해 들어가는 힘이 약하다는 뜻이고, 투수력 중심으로 보면 불펜이 부실하다는 말과 같다. 지난 LG전에서의 2패도 팀 내에서 가장 많은 홀드를 기록 중인 세 불펜투수(강영식, 김성배, 이명우)가 무너진 결과였다.
올 시즌의 롯데는 많은 기대를 받았다. 지난해 전력을 고스란히 보전한 상황에서 15승 투수 장원준이 돌아오고 최준석이 FA로 합류했기 때문. 하지만 운 좋게 4위를 유지하고 있을 뿐, 현재까지의 승률은 지난해(66승 58패 4무 .532)만도 못하다. 불펜이 강했던 작년과 올해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
김승회가 마무리로 안착하면서 롯데 불펜은 한동안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최근 몇 경기에서는 김승회를 기용할 틈도 없이 중간 투수들의 부진이 경기의 승패를 결정짓고 말았다. 불펜이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설령 가을잔치에 복귀한다 하더라도 더 이상의 희망은 없다. 올 시즌 팬들이 롯데에 바랐던 건 ‘22년만의 우승’이었지 ‘운 좋은 4강 진출’이 아니었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iSportsKorea, 제공된 사진은 스포츠코리아와 정식계약을 통해 사용 중이며, 무단 전재시 법적인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