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한화와의 주중 2연전에서 1승 1패를 기록했다. 목요일 경기에선 9-4의 대승을 거뒀지만, 금요일에는 6-8의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선발투수였던 유먼과 옥스프링의 투구내용에서 차이가 나긴 했지만, 그에 앞서 두 경기의 승패를 결정지은 것은 롯데의 수비였다.
14일 경기에서 보여준 롯데의 수비는 ‘투수를 살리는 것’이었다. 유먼은 결과적으로 6이닝 2실점의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지만, 수비수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경기 초반에 무너질 수도 있었다. 초반에 다소 흔들렸던 유먼이 안정을 되찾고 좋은 피칭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수비수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3회 말 하준호가 보여준 수비는 한화 팬들의 탄식과 롯데 팬들의 감탄을 동시에 자아내는 최고의 수비였다. 선두타자 정근우는 좌중간 펜스를 향해 날아가는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펜스를 직격할 것 같은 3루타성 타구였다. 그런데 선발 좌익수로 출장한 하준호가 30미터가 넘게 달려오더니 팔을 쭉 뻗어 백핸드로 타구를 잡아냈다. 정근우는 3루타를 하나 도둑 맞은 셈이 됐고, 유먼은 글러브를 들어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하준호의 이 수비는 당일 경기의 <ADT캡스플레이>로 선정됐을 정도로 보기 드문 좋은 플레이였다.
하준호 ADT캡스플레이 : 바로 보기
4회 말에는 전준우가 센터 펜스를 향해 날아가는 커다란 타구를 침착하게 잡아냈다. 판단이 늦었거나 타이밍이 어긋났다면 머리 위를 넘어갈 수도 있는 타구였다. 이번에도 희생자는 정근우였다. 주자가 1루에 있었기 때문에 타구가 빠졌다면 실점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외야에서 연거푸 좋은 수비가 나오면서 실점 위기를 막아줬고, 결과적으로 그것이 유먼의 호투로 이어졌다.
전준우 호수비 영상 : 바로 보기
이처럼 공격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인 롯데 야수들이 투수들의 호투까지 이끌어내며 5연패를 끊어내는 귀중한 승리를 챙겼다. 반면 한화는 중계 플레이 미스 등으로 주자 않아도 될 점수를 내줬고, 안타 2개를 잃어버린 정근우는 아웃카운트를 착각해 홈에서 아웃 될뻔하는 등 아쉬운 플레이가 속출했다.
하지만 15일 경기는 반대였다. 롯데는 무려 4개의 실책을 남발하며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놓쳤다. 특히 0-1로 지고 있던 2회 말 1사 1루 상황에서 오승택이 저지른 실책은 경기 초반의 흐름을 한화 쪽으로 넘겨주는 치명적인 실수였다.
조인성의 병살타성 타구를 잡은 오승택의 2루 송구가 크게 벗어나면서 아무도 없는 곳으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이닝이 교대되었어야 할 상황에서 1루 주자는 홈까지 내달렸고, 조인성도 2루에 안착했다. 이후 옥스프링의 견제 실책까지 겹치면서 2회에만 3실점, 점수 차가 4점으로 벌어지고 말았다.
오승택 실책 영상 : 바로 보기
롯데는 3회 이후 타자들의 활약으로 한때 역전에도 성공했다. 그 와중에 황재균의 순발력 넘치는 호수비가 나오는 등 타격과 수비에서 모두 좋은 리듬을 보였다. 황재균의 플레이는 이날의 <ADT캡스플레이>로 선정되어 두 경기 연속 롯데 선수들의 플레이가 최고의 수비로 선정되기도 했다.
황재균 ADT캡스플레이 : 바로 보기
하지만 6-6으로 팽팽하게 맞서던 8회 말, 롯데는 또 한번 수비 리듬이 흐트러지며 자멸하고 말았다. 전날 <ADT캡스플레이>의 주인공이었던 하준호가 잡을 수 있었던 플라이성 타구를 글러브에 맞힌 후 놓치고 말았다. 실책으로 기록되진 않았지만 하준호의 수비력을 감안하면 잡아줬어야 할 타구였다.
6-7로 역전을 허용한 후 2사 만루 상황에서 나온 수비도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투수 배장호가 땅볼 타구를 잡아 1루로 던졌는데 1루수 박종윤이 잡아내지 못하면서 1점 더 내주고 말았다. 송구가 원바운드로 들어가는 바람에 배장호의 실책으로 기록됐지만, 이 또한 ‘수비형 1루수’인 박종윤이라면 처리해줬어야 했다.
하준호 기록되지 않은 실책 : 바로 보기
배장호-박종윤 실책 : 바로 보기
롯데는 이날 경기에서 총 8점을 내줬는데, 그 중 투수들의 자책점은 4점에 불과했다. 나머지 4점은 실책으로 인한 실점이란 뜻이다. 수비에서 좀 더 탄탄한 모습을 보였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였다.
롯데는 이제 5위 LG에 한 게임 차로 쫓기고 있다. 뿐만 아니라 6~7위 KIA, 두산과도 2경기 차, 8위 SK와도 3경기 차로 좁혀진 상태다. 투수들이 부진하다 해도 야수들이 안정된 수비를 보여주면 ‘지키는 야구’를 할 수 있다. 지난 이틀 동안의 교훈을 롯데 선수들이 실전에서 보여주지 못한다면, 올해도 가을야구는 멀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iSportsKorea, 제공된 사진은 스포츠코리아와 정식계약을 통해 사용 중이며, 무단 전재시 법적인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