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야구 정규시즌의 1~3위는 이미 결정이 났다. 1위 삼성은 현재 2위 넥센에 6게임 차로 앞서 있다. 시즌 승률이 무려 6할8푼1리다. 2위 넥센도 6할1푼의 승률을 기록하며 3위 NC를 5게임 차로 따돌리고 있다. 3위 NC와 4위권 팀들의 승차는 무려 10게임이다. 현실적으로 1~3위는 거의 굳어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문제는 4위다. 현재 롯데와 두산이 승차 없이 4,5위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LG가 반 게임 차 뒤진 6위에 올라 있다. 7위 KIA와 8위 SK도 4위 롯데와의 승차가 각각 1.5게임과 2게임밖에 되지 않는다. 어떤 팀이 가을잔치의 마지막 진출권을 획득할 수 있을지 오리무중이다.
산술적으로는 롯데에 6게임 차 뒤진 최하위 한화에게도 기회가 있다. 하지만 위의 5개 팀 중 어느 한 팀이라도 남은 기간 동안 5할의 승률을 기록한다면, 한화는 7할 이상의 성적을 거둬야만 역전이 가능하다. 지금의 삼성보다도 잘해야 한다는 뜻이다. 산술적으론 가능할지 몰라도, 현실적으로는 무리다.
프로야구 역사상 남은 한 자리를 두고 이처럼 많은 팀들이 각축전을 벌인 적은 없었다. 작년에도 4위 다툼이 치열하게 펼쳐졌지만, 올해는 달려드는 팀의 숫자 자체가 너무 많다. 차이가 있다면 지난해의 경우 ‘수준 높은 4위 싸움’이 펼쳐졌다면, 올 시즌의 경우는 ‘너무나 수준이 낮아 보고 있기 민망할 정도의 저질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6월을 마친 시점에서 4위는 롯데였다. 당시 롯데는 35승 30패 1무의 성적으로 5할3푼8리의 승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5할을 기준으로 승리와 패배의 차가 +5였다. 9개 구단의 레이스 중 4위를 마크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성적이었다. 당시 3위 넥센과의 승차는 2.5게임, 5위 두산과는 3.5게임 차가 났다. 6월 한 달 동안 13승 6패라는 월간 최고 승률을 기록했었기에 롯데의 향후 목표는 ‘4위 지키기’가 아닌 ‘3위 탈환’이 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롯데는 7월 한 달 동안 8승 14패의 나쁜 성적을 기록하며 하강 곡선을 그리기 시작하더니 8월 들어서는 2승 9패의 심각한 부진에 빠져 있다. 7월 이후 성적이 10승 23패, 승률이 3할3리에 불과하다. 말할 것도 없이 9개 구단 중 가장 나쁜 성적이다.
신기한 건 롯데의 순위다. +5였던 승-패 마진이 -8이 되는 그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롯데는 단 한 번도 4위 자리를 놓친 적이 없다. 위태로운 상황이긴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롯데는 4위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과 넥센이 높은 승률을 기록하며 치고 나가고, 최하위 한화가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4~8위의 5개 팀이 모두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4위를 노리는 팀들의 7월 이후의 성적을 보면 LG만이 18승 13패를 기록하며 5할 이상의 승률을 보여주고 있다. SK(13승 15패)가 그 다음이고, 두산(10승 16패)과 KIA(11승 18패)는 롯데와 마찬가지로 3할대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결국 LG가 4위로 올라설 것이라 예측하는 이유다.
하지만 LG 역시 8월 들어서는 5승 6패로 주춤하다. 치고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몇 번이나 있었지만, 그때마다 롯데와 나란히 연패를 기록하며 마지막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LG의 상승세가 두드러지긴 했으나 최후 고비까지 단숨에 돌파할 만큼 대단하진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 점은 나머지 팀들도 마찬가지다.
남은 일정 역시 앞으로의 순위 다툼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1~3위 팀들과의 대진이 많이 남은 팀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KIA는 1위 삼성과의 경기가 무려 7번이나 남아 있다. 넥센, NC와도 각각 3경기와 2경기가 남아 있다. 경쟁팀들 중에 제일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그나마 한화전을 5번 남겨두고 있다는 건 다행스런 일.
LG는 삼성 4번, 넥센 5번, NC를 1번씩 더 만난다. 반면 한화전은 2번 밖에 남아 있지 않다. 어떤 면에선 KIA 이상으로 불리한 일정이다. 두산은 삼성 5번, NC전 7번을 남겨두고 있다. 넥센과의 일정은 모두 끝마친 가운데 한화전이 4번 남아 있다.
롯데는 삼성 3번, 넥센 4번, NC 3번으로 1~3위 팀과 10경기를 더 치러야 하지만, 대신 한화와의 경기가 6번이나 남아 있다. 상대적으로 남은 일정은 가장 편하다. SK는 삼성 2번, 넥센 4번, NC 4번, 그리고 한화와도 5번의 경기를 더 치러야 한다. 일정 자체는 롯데 만큼이나 좋은 편이지만, 일단 스타트 시점 자체가 가장 뒤에 있다는 점이 불리하다.
또 한가지 흥미로운 건 한화의 성적이다. 최하위 한화는 7월 10일 이후의 26경기에서 15승 11패라는 매우 좋은 성적을 기록 중이다. 이 기간만 놓고 보면 삼성과 넥센 다음으로 승률이 높다. 한화가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중하위권 팀들을 괴롭힌다면, 4위 다툼은 더욱 혼전 양상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
현재 4위를 노리는 팀들은 저마다 강점 이상으로 약점이 뚜렷하게 드러나 있다. 계속되는 혼전 양상 속에서 아무도 치고 올라가지 못하는 이유다. 사실 9개 구단이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처럼 4할대 중반의 승률에서 4강 싸움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한 일이다.
지난해 4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두산의 시즌 승률은 5할6푼8리였고, 승-패 마진은 +17이었다. 1위와 4위 간의 승차가 3.5게임에 불과했다. 4위였던 두산이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로프를 모두 통과하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것이 납득될 만큼 상위권 팀들의 전력 차가 적었다.
5위였던 롯데의 승률도 5할을 훨씬 상회했고(.532), 승-패 마진은 +8이었다. 그럼 면에서 올해의 4강 다툼은 그 수준이 너무 낮다. 저들 중에 누가 4위가 되든 올해의 준플레이오프는 싱거운 시리즈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금부터라도 4위라는 위치에 어울리는 경기력을 보여주는 팀이 나타나 팬들의 실망감을 덜어주길 바랄 뿐이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iSportsKorea, 제공된 사진은 스포츠코리아와 정식계약을 통해 사용 중이며, 무단 전재시 법적인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