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는 개막 2연전에서 신생팀 kt 위즈를 상대로 연승을 거뒀다. 하지만 롯데의 달라진 전력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31일부터 시작되는 LG와의 원정 3연전을 지켜봐야 한다. 어쩌면 31일 경기야 말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시즌 개막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중요한 경기의 선발투수로 롯데는 새 외국인 투수 조쉬 린드블럼을 예고했다. 린드블럼은 처음부터 팀의 에이스 역할을 맡기기 위해 90만 달러를 투자해서 영입한 선수로 팀 동료인 브룩스 레일리(50만$)보다 훨씬 높은 몸값을 자랑한다. 심지어 지난해 20승 투수인 넥센의 밴헤켄(옵션 포함 80만$)보다 높다.
린드블럼은 불과 3년 전인 2012년에 LA 다저스 등에서 풀타임 구원투수로 활약하며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던 투수다. 그리고 지난 시범경기에서도 ‘메이저리그급 구위’를 뽐냈다.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와 다양한 변화구를 동시에 구사하며 무더기 삼진을 잡아내는 파워피처의 모습을 보였던 것.
개막전 선발은 좀 더 컨디션이 좋았던 레일리에게 양보했지만, 거기에는 이종운 감독의 숨은 뜻도 포함되어 있다. 덕분에 린드블럼이 이번 주 화요일과 일요일에 두 차례 선발 등판해 LG와 두산이라는 강팀을 상대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린드블럼과 롯데가 이날 경기에서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이유가 또 하나 있다. 운명의 여신이 장난을 친 것인지, 롯데를 떠나야 했던 두 명의 외국인 투수 역시 같은 날 나란히 선발로 예고되었기 때문이다.
대전구장에서는 쉐인 유먼이 한화의 홈 개막전 선발로 등판한다. 수원에서는 신생팀 kt의 역사적인 첫 홈 개막전 선발로 크리스 옥스프링이 낙점됐다. 이들은 지난 몇 년 동안 롯데의 원투펀치로 활약한 외국인 투수들이다.
롯데는 지난 겨울 이들과의 재계약을 포기한 대신 린드블럼과 레일리를 영입했다. 이후 유먼은 한화 김성근 감독의 부름을 받았고, 옥스프링은 조범현 감독이 붙잡았다. 자연히 이들을 포기하고 린드블럼을 선택한 이종운 감독까지 포함해 투수들과 감독이 나란히 비교 선상에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롯데는 시즌 개막전에서 레일리가 무너지는 바람에 하마터면 신생팀의 첫 승 제물이 될 뻔 했다. 그런데 만약 린드블럼까지 부진한 모습을 보인다면 어떻게 될까. 유먼과 옥스프링은 이겼는데 린드블럼이 패한다면? 롯데 입장에선 상상도 하기 싫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롯데 팬들은 이미 지난 29일 잠실구장 경기를 지켜보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오묘한 감정을 느껴야만 했다. 두산과 NC가 맞붙은 그 시합에서 선발 맞대결을 펼친 투수들이 다름 아닌 장원준과 손민한이었기 때문이다. 한때 롯데 마운드를 책임졌던 두 에이스급 투수가 나란히 다른 유니폼을 입고 호투하는 모습을 보며 팬들은 씁쓸한 마음을 감추기 어려웠다.
유먼과 옥스프링의 투구 모습 역시 롯데 팬들에게 또 다른 향수를 안겨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승리한다면 팬들은 진심으로 축하의 박수를 보낼 것이다. 그 향수가 롯데를 향한 날 선 비판으로 이어지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롯데는 31일 경기를 반드시 이겨야만 한다.
우선은 유먼과 옥스프링을 포기하고 린드블럼을 붙잡은 이종운 감독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해야 하고, 다음으로는 신생팀에게 거둔 2연승이 ‘대진 운’이 아니라 ‘실력’이었다는 것도 보여줘야 한다. 이번 LG전이 롯데의 ‘진짜 시즌 개막전’인 이유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iSportsKorea, 제공된 사진은 스포츠코리아와 정식계약을 통해 사용 중이며, 무단 전재시 법적인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