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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또 다른 메이저리그, 스토브리그란?

by 카이져 김홍석 2007. 11. 2.

3월부터 10월까지의 정규시즌과 포스트 시즌은 선수들과 감독이 만들어 가는 것이라면, 월드시리즈가 끝남과 동시에 시작되는 스토브 리그는 단장을 비롯한 팀 프런트의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무대다.


박찬호로 인해 이미 한국에서도 메이저리그의 FA 제도에 대해 널리 알려졌고,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다소 생소한 ‘옵션계약’이라는 것도 관심이 있는 팬들이라면 어느 정도 알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아직 모르는 팬들을 위해 약간의 설명과 함께, 이번 스토브리그의 최대 관심사에 대해 한 번 알아보자.


▷ 스토브리그란?

‘스토브(stove)'란 단어의 의미하는 그대로 ’난로‘를 뜻한다. 실제 경기가 모두 끝난 뒤, 추운 겨울 따듯한 난로 옆에서 단장들은 트레이드와 FA 선수들의 계약을 논의 하고, 팬들 역시도 난로 주위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자신들이 응원하는 팀의 선수 보강을 평가하고 앞으로의 행보를 예측한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메이저리그는 선수의 리그 서비스 기간이 6년이 되면(1년의 기준은 70이닝과 300타석) FA 자격을 얻는다. 이들은 월드시리즈가 끝난 다음날부터 15일 동안 FA를 신청할 수 있다. 또한 옵션이 걸려 있는 선수들은 월드시리즈가 끝난 뒤 열흘 안에 팀 또는 선수가 이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만약 이행하지 않는다면 이들 역시도 FA 신분을 취득하게 된다. 바로 이들이 겨울 스토브리그 시장에 나온 ‘상품’인 것이다.


다음 시즌 각 팀들의 성적은 바로 이 스토브 리그에서 50%이상 결정된다고 봐도 된다. 한 시즌을 치르면서 드러난 팀의 약점을 보강하고, 주전급 선수가 FA 권리를 획득해 타 팀으로 떠났다면 그 빈자리도 매워야 한다. 중심 선수 한명만 트레이드 되도 일종의 ‘사건’ 취급을 받는 한국과는 달리, 팀의 핵심 전력 선수가 여럿 포함된 대형 트레이드도 종종 볼 수 있다.


팀의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를 아끼면서 다른 팀의 주축 선수를 미리 빼내오는 것, 그리고 너무 과도한 액수를 지불하지 않고 유능한 선수들을 FA 계약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유능한 단장의 평가 기준이다. 필요 이상으로 큰돈을 내어주면 앞으로 몇 년 동안 골칫거리가 되고, 너무 짜면 선수의 관심을 얻을 수 없다.


이번 스토브리그 기간 동안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면 지금은 팀의 사장이 된 애틀란타의 존 슈어홀츠, 지난해 세인트루이스의 우승을 이끌었던 월터 자케티, 스몰 마켓의 팀인 미네소타를 중부지구의 강자로 변모시킨 테리 라이언까지, 그동안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수완을 자랑했던 3명의 단장이 모두 일선에서 물러났다는 것이다. 이들을 대신해서 이번 오프시즌 기간 동안 두각을 나타낼 단장은 누가될 것인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 옵션 계약이란?

한국에서는 ‘옵션’이라고 하면 ‘성과별 보너스’와 거의 동일하게 사용되는 편이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옵션과 보너스는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다. 물론 보너스도 옵션의 일부이긴 하지만, 대부분 ‘옵션 계약’이라 하면 장기계약의 마지막 해에 팀 또는 선수의 조건부 선택 사항으로 덧붙여진 조항을 의미한다.


그냥 단순하게 ‘3년간 총액 3000만 달러’ 같이 단순명료하게 계약을 맺는 경우도 있지만, 알고 보면 그 이면에 옵션 계약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제법 많다. 그 외에도 사이닝 보너스 등 각종 복잡한 항목들이 나열되어 있어서 언뜻 보면 이해하기 어렵다. 간단하게 예를 들어 설명해 보자면,

계약 조건 : 3년간 총액 3000만 달러(2007~2009), 2010년 팀 옵션 1200만 달러(바이아웃 200만 달러), 사이닝 보너스(signing bonus) 200만 달러, 

위는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 멋진 활약을 보여준 자쉬 베켓이 지난해에 보스턴과 맺은 계약의 내용이다. 여기서 사이닝 보너스 200만 달러는 그의 에이전트의 몫이다. 그리고 이는 연봉 총액에 포함이 된다. 즉 베켓이 실제로 받는 금액은 3년간 2800만 달러라는 것. 하지만 그것이 또 전부는 아니다.


베켓은 2010년에 연봉 1200만, 바이아웃 200만 달러의 팀 옵션이 걸려있다. 즉, 팀은 1200만 달러를 주고 2010년에도 그를 묶어둘 것인지, 아니면 200만 달러만을 내어주고 그를 FA로 풀어줄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 바이아웃 금액도 계약 총액 3000만 달러에 포함이 되어 있다. 즉, 팀이 옵션을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에 베켓이 받게 되는 돈은 사이닝 보너스를 포함해서 3년간 3000만 달러, 반대로 옵션을 행사한다면 4년간 4000만 달러(3000-200+1200)가 되는 것이다.


이 외에도 요즘은 스타급 선수라면 너도나도 포함시키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고 있는 ‘트레이드 거부 조항’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각종 수상 여부와 기록에 따라 계약 기간 내의 연봉이 조금씩 바뀌는 ‘단계별 연봉 계약’ 형식도 종종 눈에 띈다. 하지만 계약의 대부분은 위의 베켓과 같은 형태의 모습을 하고 있다.


▷ 최대의 화두 - 알렉스 로드리게스

2005년 7월 샌안토니오 스퍼스와 디트로이트 피스톤즈 간의 NBA 파이널이 한창이던 중, 잠시 NBA를 떠나 있던 필 잭슨이 LA 레이커스로의 화려한 컴백을 알렸다. 언론은 다소 흥미가 떨어지는 파이널을 뒤로한 채 ‘잭슨의 귀환’을 집중 조명했고, 한 순간 NBA 파이널이 들러리로 전락해 버린 듯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보스턴의 일방적인 공세로 콜로라도가 침몰 직전이던 이번 월드시리즈 4차전 경기 중,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FA 선언 소식이 <스포팅 뉴스>를 통해 전 세계로 타전되었다. 월드시리즈를 시청 하던 사람들은 물론, 두 팀의 경기에 관심이 없던 이들까지도 에이로드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인터넷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에이로드라는 초특급 스타플레이어가 가진 상품성과 가치가 여지없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올 시즌 FA 시장에 나온 선수들의 면면은 지난해에 비해서 그 수준이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느 때보다도 관심도가 높은 것은 바로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존재 때문이다.


3년 연속으로 포스트 시즌에서 다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2007년을 자신의 해로 만든 에이로드가 없었더라면 양키스는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당장 가을 잔치에 초대받고 싶은 팀이라면 에이로드를 원하지 않을 리가 없다. 일단 정규 시즌을 승리해야 포스트 시즌 성적을 논할 것이 아닌가.


뉴욕 양키스도 여전히 그를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고, 이 외에도 뉴욕 메츠, 보스턴 레드삭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LA의 다저스와 에인절스, 시카고의 컵스와 화이트삭스도 그를 영입할만한 자금력이 뒷받침 되는 팀들이다. 현재까지는 단장까지도 강한 영입의사를 밝히고 있는 에인절스로 에이로드의 발길이 이어질 가능성이 가장 커 보이지만, 7년 전에 그러했듯이(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텍사스가 에이로드를 데려갈 것이라 예상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어떤 의외의 결과가 나올지 알 수가 없다.


이번에 그를 장기계약으로 잡게 될 팀은 지구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4~6년 후 에이로드의 통산 홈런 신기록 달성까지도 함께 하며 흥행 돌풍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2007 스토브리그는 그야말로 ‘에이로드를 위한, 에이로드에 의한, 에이로드의’ 스토브리그가 될 전망이다.


▷ 그 외의 선수들

30살의 나이에 368홈런을 기록하고 있는 앤드류 존스를 ‘그 외의 선수들’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것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좋은 성적으로 FA 대박을 노렸어야 할 그는 올 한해를 최악의 성적(26홈런 타율 .222)으로 마감했고, FA 시장에서의 가치 폭락은 어쩔 수 없는 수순이다. 단기 계약 후 다시 한 번 도전해 보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그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 언제나 그렇듯, 그가 노리는 것은 거액의 장기 계약이고, 그는 충분히 그럴만한 능력이 있다.


존스 외에도 홈런왕 배리 본즈와 공수에서 최고의 플레이를 선보이는 미네소타의 중견수 토리 헌터가 이번 FA 시장의 최대어로 손꼽힌다. 본즈의 행보는 에이로드 만큼이나 큰 관심을 받고 있고, 헌터는 공수 양면에서 팀의 전력을 상승시킬 수 있는 최고의 카드라는 점에서 연평균 1500만 달러 수준의 대형 장기계약이 예상된다.


양키스 안방마님 호르헤 포사다, 레전드급 포수 마이크 피아자, 월드시리즈 MVP 마이크 로웰, 올시즌 좋은 활약을 펼친 필라델피아의 아론 로원드 등이 주목할 만한 타자로 꼽히고 있다. 지난 시즌 일본 프로야구 센트럴 리그 MVP인 후쿠도메 코스케 역시도 메이저리그 팀들의 관심의 대상이다.


선발 투수 중에는 월드시리즈 우승의 주역인 커트 쉴링이 최대어로 꼽히고 있고, 15승급 투수인 프레디 가르시아도 나쁘지 않은 대우를 받을 것을 보인다. 팀 옵션이 걸려 있는 탐 글래빈과 앤디 페티트의 이후 행보도 많은 팀들이 주목하고 있다. 2005년 아메리칸 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인 바톨로 콜론도 올해 FA를 맞이했지만 부상과 부진의 여파로 크게 환영받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코리안 메이저리거인 김병현의 거취도 관심의 대상이다.


양키스의 수호신 마리아노 리베라와 이번 시즌에 44세이브를 거둔 프란시스코 코데로가 구원 투수들 중 최대어로 꼽히고 있다. 한 때 특급 마무리로 활약했던 에릭 가니에와 아서 로즈, 에디 과다도 등도 이번에 FA 시장에 도전하지만 그다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한 때 빅리그 팬들의 엄청난 기대를 모았던 케리 우드도 FA 자격을 얻게 되어, 어떤 팀에 둥지를 틀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