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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미겔 카브레라가 에이로드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by 카이져 김홍석 2007. 11. 11.

플로리다 말린스가 팀의 간판타자인 3루수 미겔 카브레라를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음으로써 스토브리그가 한층 달아올랐다.

1983년 4월생인 카브레라는 24살에 불과하지만 지난 4년 동안 126홈런 461타점을 생산해 낸 차세대 메이저리그 최고의 스타다. 내년 시즌에 당장 50홈런을 쏘아 올린다고 해도 놀랍지 않을 정도의 선수임에 틀림없다.

때문에 에이로드를 영입하려던 팀들도 대부분은 카브레라의 영입에 한 번쯤은 눈을 돌려보게 마련이다. 더 젊고 에이로드만큼의 발전 가능성을 충분히 내포하고 있는 동일 포지션의 카브레라가 3000만 달러 이상을 쥐어줘야만 할 것 같은 에이로드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3000만 달러를 주고 에이로드를 영입하느니 플로리다에서 카브레라를 트레이드 해오는 편이 낫다” 는 의견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꼼꼼히 따져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지금 각 팀의 단장들이 군침만 흘릴 뿐 적극적인 구애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다 이유가 있어서다.


▷ 스타성(상품 가치)

머나먼 한국의 팬들이야 그다지 차이를 느끼지 못할지 몰라도 미국 현지에서 에이로드와 카브레라의 지명도 및 인기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다.

에이로드는 그 존재만으로도 소속 팀을 전국구 인기 팀으로 만들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선수지만 카브레라는 그렇지 못하다. 물론 그것이 카브레라의 실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소속팀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인기 없는 구단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지금 당장은 그를 통한 마케팅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그다지 많지 않다.

보라스의 몸값 불리기 전략에 대응하기 위해 단장들도 언론 플레이를 이용해 에이로드의 상품성에 흠집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의 가치는 이미 충분히 증명 되고도 남았다. 에이로드를 보유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올시즌 뉴욕 양키스가 각 메이저리그 관련 사이트의 메인 화면을 차지한 회수는 셀 수조차 없다. 시즌 내내 주목받지 못하던 카브레라는 ‘에이로드의 대항마’로 떠오른 지금에 와서야 비로소 메인 화면에 오를 수 있었다.

게다가 에이로드가 핀스트라이프(양키스 유니폼)를 입게 된 이후 양키스는 4년 연속 관중 동원 신기록을 세웠다. 특히 2005년부터 올해까지는 사상 최초로 3년 연속 5만 관중을 돌파하는 신기원을 이룩했다. 이를 에이로드 효과 외에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양키스타디움의 입장료는 모든 팀을 통틀어서 가장 비싸다. 외야의 가장 깊숙한 곳의 입장료도 12달러나 되고, 벡네트 뒤쪽의 로얄석 같은 경우는 무려 400달러나 되는 돈을 줘야만 한다. 전체의 60% 이상이 42달러에서 88달러 사이에 가격이 책정되어 있다. 모든 돈이 순수익으로 남는 것은 아니지만, 에이로드를 보기 위해 5천 명 가량이 경기장에 더 입장한다고 가정하면 입장료를 50달러라고 했을 때, 홈에서 펼쳐지는 81경기를 통해 얻어지는 입장권 판매 수익은 2000만 달러가 넘는다.

현재 LA의 두 구단이 에이로드 영입의 선두 주자로 나서고 있다. 현지의 인기도와 지명도 면에서는 다저스가 조금 더 앞서있다. 하지만 에이로드가 에인절스로 가게 된다면 그 상황은 바로 역전될 가능성이 높다.(사실 거의 확정적이다) 상황이 이러니 다저스도 에이로드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는 것이다.


▷ 트레이드 과정에서의 엄청난 출혈

에이로드에게 거액을 배팅해서 영입하게 되면 잃는 것은 다음 드래프트에서의 1라운드 지명권 한 장 뿐이다.(전 소속팀에게 주어진다) 물론 투자하는 돈 자체가 부담이 되긴 하지만, 어차피 그의 연봉이 부담스러워서 현재 보유하고 있는 고액 연봉 선수를 처분해야 할 정도로 자금력이 뒷받침 되지 못하는 팀은 그를 영입할 수 없다. 따라서 일단 겉으로 드러나는 전력상에서의 출혈은 거의 없는 셈이다.

하지만 카브레라를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트레이드로 얻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잃어야만 한다. 그를 팀으로 데려오기 위해서는 팀 내 유망주들을 모두 짐을 싸게 해서 플로리다로 보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

2년 전 보스턴은 플로리다로부터 자쉬 베켓을 얻어오기 위해 핸리 라미레즈와 아니발 산체스 등 5명의 유망주를 넘겨줘야만 했다. 마이크 로웰도 트레이드에 포함되어 있었지만 당시 그는 150경기에 나서서 .236의 극심한 타격 부진과 8홈런을 기록한 선수였다. 플로리다는 그의 연봉이 부담스러워서 베켓에 끼워 팔기를 했을 뿐 트레이드 시장에서의 가치는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2년 후면 FA가 되는 베켓을 영입하기 위해 팀 내 최고 유망주들을 보내야만 했던 것. 라미레즈는 2년 만에 메이저리그 최고의 유격수로 성장했고, 어니발 산체스도 지난해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전에서 ‘노히트 노런’ 경기를 펼치는 등 18경기에 등판해 10승 2.83의 방어율의 빼어난 성적을 남겼다.

그나마 베켓을 비교적 싼 가격(3년간 3000만 달러)에 묶어두는 데 성공했고, 재기에 성공한 로웰과 베켓의 활약으로 이번 월드시리즈를 재패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못했다면 보스턴의 테오 엡스타인 단장은 팬들과 전문가들의 엄청난 비난에 시달려야 했을 것이다.

보스턴이 모험을 해야 했던 반면, 플로리다가 입은 손해는 전혀 없었다. 지금 FA가 된 로웰은 무려 연평균 15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원하고 있지만, 플로리다는 라미레즈와 산체스를 앞으로 4년 더 저렴한 가격에 팀에 묶어둘 수 있다.

미겔 카브레라의 최근 4년간 성적
04시즌 101득점 33홈런 112타점 .294/.366/.512
05시즌 106득점 33홈런 116타점 .323/.385/.561
06시즌 112득점 26홈런 114타점 .339/.430/.568
07시즌  91득점 34홈런 119타점 .320/.401/.565

지금 카브레라의 시장 가치는 2년 전의 베켓과 로웰을 합친 것과 거의 맞먹는 수준 또는 그 이상이다. 양키스는 이미 자신들의 젊은 투수 3인방(필립 휴즈, 조바 챔벌린, 이안 케네디)는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에인절스 입장에서도 팀 내 최고 유망주 하위 켄드릭(올시즌 타율 .322)을 요구하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켄드릭 한명으로 그치면 모르겠지만, 카브레라는 그렇게 1:1로 얻어올 수 있는 선수가 아니다.

1년 후면 FA자격을 획득하는 카브레라를 위해 팀의 미래가 될 최고 유망주들을 잃게 된다면 당장의 전력 보강은 될지 몰라도 앞으로를 장담할 수가 없다. 특히나 카브레라를 장기계약으로 묶는데 실패해서 1년 후 그가 팀을 떠나게 된다면 모든 것이 도루묵이 되고 만다. 당장 내년에 카브레라 효과로 우승이라도 차지하지 않는 한 단장에게 쏟아지는 것은 비난뿐이다.

물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인 &트레이드’ 형식을 취할 수도 있다. 카브레라가 원하는 팀으로 보내줄 것을 약속한 뒤, 플로리다에서 미리 장기계약을 맺고 난 후에 트레이드를 실행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지금 현재 상황에서 카브레라를 장기계약으로 묶어 두기 위해선 에이로드만큼은 아니지만 어마어마한 금액이 예상된다.

마이크 로웰이 1500만 달러를 요구하는 세상이고, 지난해 버논 웰스와 카를로스 리는 각각 1800만과 1700만 달러에 사인했다. 현재 상황으로 봐서는 카브레라와의 장기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최소한 연평균 2000만 달러 이상이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게다가 단 1년을 활용하기 위해서든, 1000만 달러 아끼자고 에이로드 대신 카브레라를 사인 &트레이드로 얻어오든 최고 유망주의 이탈은 피할 수 없다. 앞으로 팀의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의 FA가 되기 전까지의 5~6년과 연평균 1000만 달러의 돈. 이 두 가지 중의 어떤 것이 더 가치 있을까.

또한 미겔 카브레라의 실력은 아직까지 에이로드에 미치지 못한다. 그 만큼 성장할 가능성도 분명 있지만, 에이로드가 윌리 메이스 이후로 30년 만에 나타난 ‘레전드급’ 선수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일단 본즈는 제외)

3000만 달러를 들여서 에이로드를 영입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 되는 일이며, 그것만으로 팀 성적 향상과 흥행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3000만 달러를 줄 바에야 카브레라를 데려오면 되지”라는 말 또한 쉽게 내뱉을 수 있는 말은 아닌 것이다.

이번 스토브리그 최대의 화두인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몸값과 그 행보, 그리고 그에 대한 유일한 대항마인 미겔 카브레라의 등장. 여러모로 이번 오프 시즌은 흥미로운 요소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