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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tra Sports

한 농구코치가 만들어낸 야구전술...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4. 10.


토니 라룻사는 불펜의 분업, 선발투수의 이닝, 5인 선발 로테이션등 많은 현대야구의 운용법을 만든 창시자로 유명하다. 특히나 변호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며, 야구를 제외하고도, 농구, 골프, 축구 등의 다양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그는 야구계에서도 위대한 선생님 중에 하나로 불린다.


하지만, 현대야구에서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는 개념 중 하나는 야구인이 아닌 농구인에게 배운 것이라고 밝혀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espn과의 인터뷰에서 전설적인 농구코치인 밥 나이트와 자리를 함께한 토니 라룻사는 그가 나이트에게 배운 야구전술과 그 비화에 대해서 털어놓았다.


1988년 그러니까 오클랜드에서 감독생활을 하고 있을 무렵, 토니 라룻사는 팀의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유명한 사람들이 남긴 말을 한 마디씩 골라서 선수들에게 말해주는 버릇이 있었다.(지금도 있다고 한다.) 그중에 하나가 밥 나이트가 했던 "승리는 결국 기본에서 나온다." 라는 말이었는데, 평소에 야구에 관심이 많던 밥 나이트가 토니 라룻사에게 그 날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난 내가 한 말을 잘못 인용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는데, 당신이 내 말을 제대로 인용하고 있는지 봐야겠군요."


물론 그것은 야구를 좋아하는 밥 나이트가 댈만한 하나의 핑계였고, 그는 그것을 계기로 토니 라룻사와 친해져서, 팀의 스프링캠프장을 매년 따라다니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1988년 스프링캠프 때 사건이 터졌다. 밥 나이트가 토니 라룻사의 앞에서 야구가 정말 쉬운 운동이며, 나도 감독을 할 수 있겠다고 하자, 라룻사는 화를 내면서 라인업카드를 던져주고선 나이트의 마음대로 라인업을 짜보라고 했다. 물론 그는 장난으로 해본 말이었지만, 밥 나이트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렇게 대답했다.


"펜이 어딨지? 내게 펜을 주면 내가 오늘 경기를 이길 라인업을 만들어주지."


라룻사는 놀랐고, 그 논쟁을 재미있게 보던 코치들은 너나할 것 없이 나이트에게 펜을 선뜻 건내 주었다. 라룻사는 나이트에게 자신이 출전시키고 싶은 선수는 8명이며, 그 8명을 마음대로 라인업에 집어넣으라고 말했다.


이 경기에서 나이트는 현대야구에서 중요하게 생각되고 있는 전술을 한 가지 사용하게 된다.


"내가 경기를 보니, 맥과이어를 보호해주는 선수가 없더군요. 농구도 스타선수에게는 많은 보호를 해주면서 자신의 플레이를 하도록 도와주는 편인데, 야구는 잘 보호하지 못하더군요."


나이트가 사용했던 라인업에는 평소에 2번 타자로 나오던 데이브 헨더슨이 팀의 스타인 3번 타자 맥과이어의 뒤인 4번 타자로 기용되었고, 그것은 자신을 받쳐줄 사람이 없어서 매번 어려운 승부를 하던 맥과이어와 데이브 헨더슨에게 동반상승을 가져와서 경기를 쉽게 이끌 수 있게 해주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팀의 중심타자를 보호해주는 4번 타자와 5번 타자, 이 전략은 야구코치도 아닌 농구코치의 머리에서 나오게 된 것이다.


물론 밥 나이트는 겸손하게 말을 돌렸다.


"그날 데이브 스튜어트가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어차피 제가 아무렇게나 라인업을 짜도 경기는 이길테니, 전 부담이 없었죠. 어차피 데이브 스튜어트의 공을 칠 선수는 없었으니까요."


수많은 현대야구의 전략과 전술을 만들어냈던 토니 라룻사이지만, 20년 전에 본 한 친구의 라인업 덕에 푸홀스의 뒤에 롤렌을 세우는 법을 알았고, 또 지금은 트로이 글로스로 그 짐을 대신하고 있다.


친구 덕에 월드시리즈 우승도 할 수 있었다고 나이트를 치켜세우는 라룻사. 물론 그것이 다는 아니겠지만, 한 농구코치가 만들어낸 라인업은 20년이 지난 지금, 분명히 야구의 한 틀을 만들어냈다.


                                                                      (posted by Todd Hel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