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넌트레이스의 10% 가량이 진행된 현재, 롯데 자이언츠의 타선은 너무나도 무섭다.
13경기에서 롯데의 총득점은 무려 78점, 경기당 평균 6득점이다. 이는 2위 우리 히어로즈(4.85점)와 비교해도 꽤나 큰 차이를 보인다. 현재까지 롯데가 단독 1위를 유지하며 가장 먼저 10승 고지를 밟을 수 있었던 원인으로 안정된 투수력이 3할이라면 막강한 타선의 역할이 7할이라 할 수 있다.
8개 구단 최고의 테이블 세터인 정수근(11득점 .321)과 김주찬(8도루-1위), 홈런포로 무장한 이대호(3홈런 16타점)와 가르시아(4홈런 11타점), 하위 타선에서 영양가 만점의 타격을 보여주고 있는 타율 1,2위의 강민호(.378)와 조성환(.372)까지. 현재의 롯데 타선에는 쉬어갈 틈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들 틈에서 다소 빈약해 보이는 성적으로 중심타선인 3번 타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선수가 있다. 바로 프로 14년차의 베테랑 1루수 박현승이다.
자신이 출장한 12경기에서 모두 3번 타자로 출장한 박현승의 성적은 46타수 11안타(.239)로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다. 얼핏 보면 롯데의 붙박이 주전 타자들 가운데서는 가장 나쁘게 보이기도 한다. 중심타자에 어울리지 않게 장타라고는 2루타 하나가 전부, 그 덕에 장타율마저도 2할 대(.261)에 그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이스터 감독은 박현승을 계속해서 부동의 3번으로 기용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 이유는 박현승이 지난해 3할 2푼 5리의 높은 타율을 기록하며 이대호와 함께 팀 타선을 이끈 선수라는 것도 있겠지만, 그가 롯데 타자들 가운데 가장 참을성이 뛰어난 타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박현승은 지난 12경기에서 9개나 되는 볼넷을 얻어냈고, 이는 롯데 타자들 가운데 가장 많은 수치다. 또한 그는 매 타석마다 평균적으로 4.27개나 되는 상대투수로 하여금 던지게 만든다. 이는 삼성의 박한이(4.44)에 이어 전체 2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그가 얼마나 상대 투수를 귀찮게 하는 선수인지를 잘 나타내 준다.
겉으로 드러나는 타율은 나쁠지 몰라도 박현승의 활약은 결코 무시할 것이 못된다. 그는 정수근과 김주찬이 출루한 틈을 타 상대 투수를 가장 잘 괴롭히고 있고, 결국 출루까지 성공해 이대호나 가르시아의 장타가 터지면 홈까지 파고든다. 어쩌면 롯데의 4~6번 타자들이 장타를 맘껏 뽐낼 수 있는 것은 박현승이 사전작업을 훌륭하게 수행해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실상 롯데의 테이블 세터진은 1,2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3번 박현승까지 이어지는 것이나 다름없으며, 4~6번 타자가 실질적인 클린업 트리오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롯데 타선이 보여주고 있는 효율성을 생각해 본다면, 지금의 이 타순이 가진 강점을 충부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까지 박현승은 타율에 비해 무려 1할 이상이 높은 3할 6푼 4리의 출루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타율에 비해 상당히 많은 타점(9개)과 득점(8개)을 올리고 있다. 타율만 보고 그의 가치를 평가절하 할 수 없는 이유다.
물론 타율을 좀 더 끌어올려야 할 필요는 있다. 굳이 장타를 때려낼 필요는 없겠지만, 명색이 3번 타자인데 계속 2할 대 중반 이하의 타율을 기록한다면 언젠가는 문제가 될 확률이 높기 때문. 만약 박현승이 지난해의 모습을 회복해 3할 가까운 타율을 선보인다면, 롯데 타선을 상대해야 하는 투수들은 절망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언뜻 보면 많은 안타와 홈런 그리고 도루 등으로 인해 완성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화려한 롯데 자이언츠의 타선. 하지만 그 타선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박현승의 끈질김과 근성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어쩌면 박현승이야 말로 롯데 자이언츠의 타선을 더욱 강하게 완성시켜주는 진정한 키 플레이어가 아닐까.
*기록참조(inning.co.kr), 사진출쳐=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