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제 2의 피아자를 꿈꾸는 지오반니 소토

by 카이져 김홍석 2008. 5. 6.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무서운 방망이를 자랑했던 포수는 단연 마이크 피아자다.


올 시즌은 아직까지 그를 원하는 팀이 없어서 화려한 커리어가 잠시 중단되어 있지만 통산 427홈런 1335타점을 기록 중인 피아자의 타격 성적은 따라올 선수가 없다.


피아자는 지금까지 6번의 3할-30홈런-100타점의 시즌을 보냈다. 그리고 그것은 그를 제외한 메이저리그 역사상의 모든 포수가 동일한 기록을 달성한 회수와 같다. 낮은 도루 저지율 때문에 평가절하 당하기도 하지만 피아자의 타격은 수비에서의 모든 약점을 덮고도 남을 만한 수준인 것이다.


피아자가 메이저리그에서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은 25세 때이던 1993년, 35홈런 112타점이라는 신인 포수로서는 믿을 수 없는 어마어마한 성적을 기록하며 만장일치 신인왕을 차지하면서 부터였다. 그리고 그것은 1년 전인 1992년 더블A와 트리플A를 오가며 치른 125경기에서 0.350의 높은 타율로 23홈런 90타점을 기록하면서부터 예견되었던 일이기도 하다.


198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62라운드에 뽑혔을 정도로 그다지 기대 받지 못했던 한 무명 포수의 성공신화는 그 때부터 시작되었다.


올해 메이저리그에는 마치 그 당시의 피아자를 연상시키는 신인 포수가 나타나 주목을 끌고 있다. 그 주인공은 시카고 컵스의 주전 신인 포수인 지오반니 소토. 1983년 1월 푸에르토리코에서 태어난 소토는 올해 25살이다.


2001년 신인 드레프트에서 11라운드에 뽑혔던 소토도 피아자처럼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유망주다. 마이너리그에서 오랜 경험을 쌓으면서 수비는 점점 나아졌지만 타격면에서의 성장은 무척 더뎠다. 소토의 타격 모습에서는 정교함도 파워도 찾아볼 수 없었다. 2006년까지의 5년이 넘는 마이너리그 생활 동안 그가 보여준 것이라고는 2할 중반의 타율과 한 자리수의 홈런이 전부였다.


하지만 소토는 지난해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마이너리그를 초토화시키면서 팀 관계자와 팬들을 기쁘게 만들었다.


트리플A 아이오와 컵스에서 110경기를 뛰는 동안 .353/.424/.652라는 화려한 배팅라인과 더불어 26홈런 109타점을 기록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아이오와에서 뛰었던 2006년 소토의 성적은 타율 0.272에 6홈런 38타점(108경기)이었다. 지켜보는 이들의 입이 떡하고 벌어지는 놀라울만한 대변신이었다.


게다가 그것이 다가 아니다. 9월이 되어 메이저리그 로스터가 확장되자 빅리그로 올라온 소토는 18경기에서 54타수 21안타(0.389)의 고감도 타격감을 자랑하며 시즌 막판 상승세를 탔던 컵스 타선의 일익을 담당했다. 마이너와 메이저를 합친 최종 성적은 128경기 29홈런 117타점 타율 0.358이었으며 OPS는 1.080에 달했다.


소토는 이와 같은 자신의 활약이 팀 선배인 케리 우드의 도움 덕분이라고 말했다. 우드가 짜준 식단 덕분에 100kg이 훌쩍 넘어갔던 몸무게가 95kg정도로 줄어들었고, 그것이 타격의 밸런스를 찾아주었다는 것이다. 이유야 어쨌건 ‘유망주’라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이었던 소토가 한 순간에 신데렐라가 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소토는 지난해의 그와 같은 활약에 힘입어 루 피넬라 감독으로부터 올 시즌 주전 포수 자리를 낙점 받았고, 일부 전문가들은 제이 브루스(신시네티 레즈)가 아닌 소토를 강력한 내셔널리그 신인왕 후보로 꼽았다. 그리고 현재 소토는 그 기대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29경기에 출장한 소토의 타율은 0.352(리그 5위), 0.448과 0.667을 기록하고 있는 출루율과 장타율은 각각 리그 4위에 올라 있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13개의 2루타를 때려냈고, 6홈런과 24타점은 메이저리그 신인 타자 가운데 1위에 올라 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소토(1.115)보다 높은 OPS를 보여주고 있는 선수는 13홈런으로 전체 1위에 올라 있는 체이스 어틀리(1.210)와 4할이 넘는 타율로 메이저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치퍼 존스(1.189)뿐이다.


현재까지 소토의 성적을 풀시즌으로 환산하면 33홈런 132타점이 된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현재의 소토와 동갑일 때 마이크 피아자가 기록했던 성적과 매우 흡사하다. 게다가 소토는 피아자가 그랬던 것처럼 파워와 더불어 정교함과 선구안도 겸비하고 있기에 더더욱 그렇다.


게다가 수비면에서는 피아자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까지 그를 상대로 도루를 시도한 22명의 타자 중 9명을 횡사시키며 40.9%라는 높은 도루 저지율(ML 3위)을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가 포수 마스크를 썼을 때 컵스 투수들은 3.70의 좋은 방어율을 기록하고 있는 중. 역사상 최고의 수비형 포수라고 부를 수 있는 이반 로드리게스에 비견될 정도는 아니지만 신인답지 않은 수준급 실력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올해 시카고 컵스(18승 14패)는 100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향해 힘차게 달려가고 있다. 최근 10경기에서 3승 7패로 부진하며 지구 1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21승 12패)에게 2.5경기 뒤진 2위에 머물고 있지만 보유하고 있는 전력은 결코 만만치 않다.


특히 지난해 팀을 이끌었던 3명의 타자 가운데 하나인 알폰소 소리아노가 극심한 부진(타율 0.177) 끝에 부상까지 당하며 14경기를 결장하고 있음에도, 경기당 평균 6득점으로 빅리그 전체에서 가장 많은 득점력을 과시하고 있는 중이다. 데릭 리(8홈런 24타점)와 아마미스 라미레즈(6홈런 22타점), 후쿠도메(출루율 0.424)등이 이끄는 상위타선 바로 아래에서 소토가 알토란같은 타점을 올려주고 있기 때문.


지난해 트리플A 퍼시픽 코스트리그 MVP를 수상했던 소토는 올해 신인왕을 노리고 있다. 그리고 현재까지는 그 가능성이 매우 높다. 피아자의 등장 이후 제법 많은 '제 2의 피아자'가 나타났었지만, 그 중에서도 소토는 조금 특별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