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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여전한 빌리 빈의 마술, ‘하렌의 유산’ 이블랜드 완투승

by 카이져 김홍석 2008. 5. 22.
 

지난겨울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빌리 빈 단장은 팀의 에이스인 댄 하렌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로 보내는 대가로 6명의 유망주를 받아온 바 있다.


당시 현지의 언론은 하나같이 물음표를 그리며 “빌리 빈답지 않은 트레이드였다”라는 의문을 자아냈다. 6명의 유망주들은 하나같이 문제점을 안고 있거나 즉시 전력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트레이드는 애리조나의 승리”라는 결론을 내렸다.


예상대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하렌은 에이스 브랜든 웹과 더불어 든든한 원투펀치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젊은 타자들의 포텐셜이 폭발하면서 현재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강한 전력을 보유한 팀으로 분류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당초 지구 최하위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었던 오클랜드도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2위에 올라 있다. 최근 12경기에서 3승 9패로 부진한 탓에 승률을 많이 까먹었을 뿐, 그 전에는 리그 최고 승률 팀의 자리에 올랐던 적도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하렌의 대가로 데려온 유망주 가운데 두 명의 투수가 분발해준 덕분이기도 하다. 빌리 빈의 마술이 전문가들의 혹평을 넘어서 또다시 펼쳐지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시간으로 22일 템파베이 레이스와의 경기에서 오클랜드의 좌완 선발투수 다나 이블랜드는 생애 첫 완투승을 기록했다. 9이닝 3피안타 2사사구 5탈삼진 1실점의 아주 빼어난 투구를 선보였으며, 투구수도 95개에 불과했다. 8회 자니 곰스에게 허용한 솔로 홈런만 아니었다면 완봉승도 가능했던 상황.


이에 따라 이블랜드의 올 시즌 성적은 4승 3패 방어율 2.90이 되었다. 하렌의 트레이드에 끼어서 오클랜드로 오게 된 그는 부상 경력과 컨트롤 문제 때문에 높게 평가받지 못했던 선수였다. 하지만 빌리 빈은 그의 재능을 꿰뚫어 보았고, 시범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선발진에 합류한 것이다.


또 다른 좌완 그렉 스미스도 이와 같은 경우다. 전날 경기에서 7이닝 2실점의 좋은 투구를 하고도 패전의 멍에를 쓴 스미스의 시즌 방어율은 3.18로 매우 준수하다. 6번의 퀄리티 스타드 경기 중에 2승 밖에 얻지 못하는 불운 때문에 2승 4패의 성적에 그치고 있지만, 투구 내용만 따진다면 이블랜드 못지않다.


이들 개개인이 댄 하렌(5승 2패 3.13)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이들은 빈의 트레이드를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그는 한 명의 우완투수 하렌을 더 젊고 저렴한 두 명의 좌완 투수로 변신시켰다.


24살 동갑내기인 이블랜드와 스미스는 유망주라 불릴 수 있는 마지막해인 올해 그 재능을 뽐내며 빅리그에 자리를 잡았다. 그들 개인으로서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애리조나를 떠나 오클랜드로 오게 된 것이 다행이었던 것.


더욱 흥미로운 것은 스미스의 경우는 함께 트레이드되어 온 6명의 선수들 가운데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던 선수라는 점이다. 이미 신인 자격을 상실한 이블랜드 외의 4명의 선수는 모두 <베이스볼 아메리카(BA)> 선정 애리조나 팀 내 유망주 랭킹 1,3,7,8위에 오른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10위권에도 들지 못했던 선수가 이처럼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의 결과가 더욱 기대 된다. 나머지 4명의 선수들은 아직 어리고, 현재 마이너리그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이들까지 메이저리그에 올라올 시기가 된다면 과연 어떠한 모습을 보여주게 될까. 지금 당장은 애리조나가 손해 본 것 없는 트레이드로 보일지 몰라도, 3~4년 후의 평가는 완전히 달라질 지도 모른다.


이것이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천재 단장 ‘머니볼’ 빌리 빈의 마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