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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무능한 다저스 콜레티 단장과 그 희생양 박찬호

by 카이져 김홍석 2008. 5. 25.


예전에도 칼럼(바로가기 : 감독의 야구와 GM의 야구)을 통해 설명한 적이 있지만, 메이저리그는 ‘감독의 야구’가 아니라 ‘GM(단장)의 야구’다. 선수단 운영에 관한 전반적인 지휘권을 단장이 쥐고 있다. 감독은 단장이 만들어주는 환경에서, 단장이 데려다 준 선수를 가지고 현장에서 지휘를 할 뿐이다.


감독이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라면 단장은 그 재료와 도구를 공급해주는 역할이라 할 수 있다. 아무리 실력 있는 요리사라도 재료가 형편없으면 음식의 맛은 떨어지게 되어 있으며, 그 반대로 최상급 재료를 가져다 줘도 요리사의 손맛이 발휘되지 않으면 볼품없는 요리가 만들어지기 마련이다. 이것이 한국 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의 가장 큰 차이다.


그런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운이 좋은 단장을 한 명 꼽으라면, LA 다저스의 네드 콜레티 단장을 가장 먼저 떠올릴 수밖에 없다. 아무런 능력도 없으면서 유능했던 두 명의 전 단장의 유산을 물려받아 다저스라는 돈 많고 나름대로 경쟁력 있는 팀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박찬호는 그런 콜레티 단장의 어리석음 때문에 억울하게 희생을 강요당해야 하는 서글픈 처지에 놓여 있다.


▶ 클레이튼 커쇼의 메이저리그 선발 등판?

현재 미국 현지에서는 다저스의 마이너리그 최고 유망주 투수인 클레이튼 커쇼가 메이저리그 승격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직 공식적인 통보는 없었지만, 다저스의 출입 기자들이 이번 일요일(한국시간 26일) 경기에서 커쇼의 선발 등판이 결정되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러한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한 <뉴욕 데일리 뉴스>의 경우 지난 번 박찬호의 선발 등판 때, LA 타임스와는 달리 궈홍즈가 아니라 박찬호의 손을 들어주었던 신문이다.


커쇼의 메이저리그 선발 등판은 박찬호의 기회가 사라졌음을 뜻한다. 원래 박찬호는 28일 컵스 전에 등판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커쇼가 26일 경기에서 등판하게 된다면 박찬호는 등판할 필요가 없어진다. 자연스럽게 5선발은 커쇼가 차지하게 되며, 제이슨 슈미트가 복귀하기 전까지의 3~4번의 등판 기회는 모두 커쇼의 메이저리그 시험무대가 될 것이다.


18일에 이어 28일 경기에서도 좋은 피칭을 선보여 선발 로테이션 진입의 계기로 삼으려고 했던 박찬호로서는 최악의 상황이나 다름없다.


현재 다저스에는 두 명의 롱릴리프가 있다. 하지만 같은 보직이라도 그 역할은 완전히 다르다. 이기고 있는 경기에서는 대부분 좌완 궈홍즈가 등판한다. 박찬호는 대부분 지고 있는 경기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실정이다. 궈홍즈 역시도 박찬호 못지않은 투구를 보여주고 있는데다가, 현재 다저스의 선발 투수가 죄다 우완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좌완 투수인 클레이튼 커쇼의 메이저리그 콜업은 나름대로의 명분과 실리가 있다.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단연 최고인(전혀 과장이 아니다) 좌완 선발 유망주 커쇼를 선발진에 합류시킨 후, 궈홍즈와 박찬호를 좌우 롱맨으로 쓰겠다는 계산이다. 이러한 계획이 성공한다면 팀의 입장에서는 금상첨화겠지만, 선발투수로서의 재기를 노리는 박찬호 본인과 그를 지켜보는 국내의 팬들은 그야말로 한숨이 나오는 상황이다.


▶ 도대체 왜 클레이튼 커쇼인가?

스프링 캠프에서부터 박찬호가 살아남기 위해 넘어야 할 선수 가운데는 꼭 커쇼의 이름이 에스테반 로아이자나 궈홍즈 등과 함께 거론되었다. 모처럼 선발 등판 기회가 찾아왔을 때도 현지의 언론과 팬들은 커쇼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커쇼가 어떤 선수이기에 미국 현지에서 그토록 기대를 거는 것일까?


메이저리그의 스카우터들은 “좌완 파이어볼러는 지옥에 가서라도 데려와야 한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미 국내의 많은 팬들도 95마일(153km) 이상의 강속구를 구사하는 좌완 파워피처가 얼마나 위력적인가를 충분히 지켜보았을 것이다. 랜디 존슨과 요한 산타나, 그리고 지난해 아메리칸 리그 탈삼진 1위에 올랐던 스캇 캐즈미어까지. 좌완 파워피처는 드물뿐더러, 성공했을 시에 팀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클레이튼 커쇼가 바로 그 좌완 파이어볼러다. 2006년 드래프트에서 고졸 출신으로는 가장 먼저 이름이 불리며 1라운드 7순위로 뽑힌 고졸 좌완 커쇼는 190cm의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지막지한 강속구와 위력적인 커브를 지니고 있다. 마이너리그뿐만이 아니라 메이저리그에서도 커쇼보다 뛰어난 구위를 지닌 좌완은 한손에 꼽힐 정도라는 평가다.


게다가 1988년 3월생인 그는 이제 겨우 만 20세가 되었다. 그런 특급 유망주가 메이저리그에 올라올 준비를 거의 마쳤다는 소식은 LA 지역 팬들을 들끓게 만들기에 충분한 이유가 된다.


지난 1년 반 동안 마이너리그에서 202.1이닝을 던진 커쇼는 2.62의 방어율로 264개의 탈삼진을 잡아냈다. 피안타는 149개 밖에 되지 않으며 그 가운데 홈런은 9개에 불과하다. 지난 시범경기에서도 14이닝 8피안타 1실점(방어율 0.64) 19탈삼진을 기록하며 그 재능을 여지없이 뽐냈다. 출중한 그의 능력은 이미 의심할 여지도 없다.


▶ 좌완 선발 투수에 대한 다저스 팬들의 환상

다저스의 팬들은 좌완 투수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다저스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선봉장 샌디 쿠펙스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그들은 새로운 좌완 선발 투수가 등장하면 자연스레 쿠펙스의 기억을 떠올린다.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커쇼는 또 하나의 추억을 자극한다. 1981년 다저스의 신인 투수로서 리그 신인왕과 사이영상을 모두 석권한 선수가 있었다. 당시 만 20세였던 그 좌완 투수의 이름은 페르난도 발렌주엘라다.


쿠펙스와 발렌주엘라는 둘 다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견인했다. 커쇼는 그러한 두 선배의 후계자로서, 앞으로 다저스를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 좌완 특급 에이스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커쇼의 이름이 언급되면서 현지 팬들의 기억 속에서 박찬호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그들은 발렌주엘라가 그랬던 것처럼, 혹여나 커쇼가 어린 나이에 빅리그에 올라와서 혹사를 당하지 않을까를 걱정할 뿐, 과거 그들의 에이스였던 박찬호의 재기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커쇼의 일요일 등판과 관련된 기사에서는 박찬호의 이름이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점이 박찬호에게는 치명적이다. 그리고 어쩌면 이 모든 것은 현 다저스 단장인 네드 콜레티의 생각에서 나온 것일 수도 있다. 그는 커쇼를 이용해서 자신에게 쏟아지고 있는 비난의 화살을 돌리려는 계산을 하고 있다.


▶ 최악의 단장 네드 콜레티의 음모

콜레티 전의 단장이었던 폴 디포데스타(2004~2005)와 댄 에반스(2002~2003)는 둘 다 유망주를 보는 눈이 탁월했다. 그들이 드래프트나 트레이드를 통해 얻어온 선수들이 현 다저스를 이끌고 있는 주축 선수들이다. 브래드 페니(트레이드), 데릭 로우(FA 영입), 채드 빌링슬리, 제임스 로니, 러셀 마틴, 맷 캠프, 블레이크 드윗, 조나단 블랙스턴(이상 드래프트) 등은 모두 이들 두 전임 단장의 작품이었다.


콜레티는 에반스와 디포데스타가 이루어놓은 업적 위에서 2006년부터 단장으로 취임했다. 그야말로 모든 조건이 최상으로 갖추어진 상황에서의 시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이루어 놓은 것들은 볼품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형편이 없었다. 콜레티가 쓸데없는 짓을 하지 않고 전임 단장들의 유산을 잘 활용하기만 했다면, 다저스는 진즉에 보스턴 레드삭스에 견줄 수 있을만한 팀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바로 이 인간이 콜레티다)

그는 단장이 되자마자 FA 시장에 나왔던 라파엘 퍼칼에게 3년간 3900만 달러를 안겨주었다. 1년이 지난 후 콜레티는 후안 피에르에게 5년간 4400만 달러, 제프 켄트 2년간 2000만, 노마 가르시아파라 2년 1850만, 제이슨 슈미트에게 3년간 4700만 달러의 계약을 체결했다. 결정적으로 2007시즌 중반에는 오클랜드에서 버린 에스테반 로아이자를 덜컥 데려와 버렸으며, 지난겨울에는 2년간 3620만 달러를 주기로 하고 앤드류 존스를 데려옴으로써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하나같이 손가락질 받는 최악의 계약들이었다.


아무리 퍼칼이 수준급 유격수라곤 하지만 계약 당시부터 오버페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고, 실제 결과도 그렇게 드러나고 말았다. 외야 유망주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그것도 퍼칼이라는 1번 타자감이 있는 상황에서 피에르를 붙잡은 것은 크나큰 실수였다. 결국 피에르는 팀의 애물단지 신세가 되어버렸다.


제임스 로니가 착실하게 성장하고 있음에도 부상의 위험이 가득한 가르시아파라에게 연장계약을 선물한 것은 결국 지난해 다저스 팀내의 노장과 신예들의 갈등을 낳았고, 올해 가르시아파라는 피에르와 더불어 900만 달러짜리 백업 선수가 되었다.


슈미트의 계약도 마찬가지다. 이미 계약하기 전부터 슈미트의 몸 상태는 많은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었기에, 선뜻 손을 내미는 팀도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거액의 계약 조건을 제시한 것은 ‘선물’이나 마찬가지다. 거기에 로아이자는 700만 달러짜리 패전처리용 투수가 될 위기에 처했고, 앤드류 존스의 영입은 올 시즌 최악의 FA 영입 1순위다.


지난 2년 반의 시간 동안 콜레티 단장이 한 일 중 그나마 잘한 것이라곤 사이토 다카시를 마이너계약으로 잡았던 것뿐이다. 하지만 사이토의 성공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콜레티가 잘해서라기보다는 단지 운이 좋았던 결과라 보는 것이 더욱 타당할 것이다.


결국 콜레티 단장이 한 일이라곤, 전임 두 단장이 만들어놓은 훌륭한 재료에다가 이상한 양념을 첨가해서 이도저도 아니게 만들어버린 것에 불과하다. 때문에 지역 팬들의 그를 향한 비난과 조롱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콜레티가 많은 연봉을 받는 로아이자를 데려오는 바보짓만 하지 않았어도 박찬호는 시즌 개막부터 5선발 자리를 차지했을 것이다.


그런 콜레티가 지금 머리를 굴리고 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현재 다저스의 주축 선수들은 모두 디포데스타와 에반스 전임 단장의 작품. 그가 한 일의 결과는 모두 결말이 안 좋다. 가만있어도 강해지는 팀을 더욱 약하게 만들고 말았다. 만약 그 돈으로 정말 필요한 선수를 잡았더라면 지난해와 올해의 다저스는 강력한 월드시리즈 우승후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올해도 포스트 시즌 진출 전망이 불투명하며, 그에 대한 모든 책임은 콜레티가 져야하는 판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단 한 가지, 메이저리그에서 단장의 업적 가운데 최고로 치는 ‘특급 유망주의 발굴’과 그로 인한 포스트 시즌 진출을 이루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2006년 드래프트에서 자신이 직접 뽑았던 커쇼만이 그 계획을 현실화시켜 줄 수 있다.


지금 커쇼의 메이저리그 승격을 주도하면서 여론을 몰아가고 있는 것은 조 토레 감독이 아니라 콜레티 단장이다. 그것만이 자신의 체면을 살려줄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양키스 시절부터 좌완 앤디 페티트를 아꼈고, 지난해 조바 쳄벌린으로 인해 재미를 톡톡히 본 조 토레 감독 입장에서도 커쇼의 가세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커쇼가 맹활약해서 다저스를 포스트 시즌으로 이끌게 된다면 여론도 지금보다는 훨씬 호의적으로 변할 것이 분명하다. 콜레티는 바로 이 점을 노리는 것이다.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코자 했던 박찬호로서는 가장 안 좋은 시나리오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이대로 단장의 무능력함의 희생양이 되고 마는 것일까? 가족이 있는 LA에 남아서 다저스의 선발 투수로 부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무난한 최상의 결과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제는 다른 팀으로의 이적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이 글을 완성시키는 동안 커쇼의 메이저리그 승격이 확정되었다. 결국 우려하던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고 만 것이다. 26일 경기에서 박찬호가 커쇼의 뒤를 이어 구원 투수로 등판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