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사직구장 현장메모] ‘물병 투척’ vs ‘하지마~!’

by 카이져 김홍석 2008. 7. 12.

롯데 자이언츠는 7월 11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주말 3연전 첫 번째 경기에서 3:8로 패했다.


하지만 경기의 승패보다 이날 더욱 떠들썩하게 매스컴을 장식한 것은 심판의 판정에 승복하지 못한 ‘뿔난’ 로이스터 감독과 ‘분노한’ 사직 구장 관중들의 물병 투척 사건이었다.


사건은 롯데가 2:3으로 한 점 뒤지던 4회 말 2사 만루 상황에 타석에 들어선 이승화가 두산 선발투수 랜들의 투구에 발을 맞으면서부터 시작된다. 최수원 구심은 즉시 몸에 맞는 볼을 선언했다. 밀어내기로 득점에 성공하며 3:3 동점. 이미 전광판의 스코어보드도 바뀌었고, 타자와 주자들도 베이스를 돌았다.


하지만 두산 벤치에서 김경문 감독이 뛰어나오며 항의를 했고, 끝내 4심 합의로 판정은 번복되고 만다. 이번에는 롯데 로이스터 감독이 흥분해서 그라운드로 뛰쳐나왔다. 경기는 10여 분 간 중단됐고, 한 동안은 롯데 선수들 모두가 벤치로 철수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었다.


다행히 경기는 재개되었으나 이승화가 3루 땅볼로 물러나는 바람에 만루 기회가 무산되고 말았다. 사직구장에서 경기를 관람하던 관중들이 흥분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 때였다.


롯데 선수들이 수비를 위해 경기장에 나오려고 할 찰나 1루 쪽 관중석에서 물병과 맥주 패트병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일부 흥분한 관중들이 심판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물병 투척을 시작한 것.


비록 가장 야구 열기가 뜨거운 부산 사직구장이라지만, 이러한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당일 구장에 있던 관중들이 그러한 모습만을 보였던 것은 아니다.


이 경기가 벌어진 당일, 기자는 경기를 관람하는 팬의 입장으로 사직 구장을 찾았었다. 그리고 일반 관객들과 함께 1루 측 관중석에서 경기를 관람하고 있었다. 바로 물병 투척이 시작된 그 장소다.


처음 물병이 던져지기 시작하자 대다수의 관중들은 어리둥절해 했다. 그리고 일부 팬들은 거기에 동조하며 함께 물병을 던지는 추태도 보였다. 하지만 관중석의 분위기는 곧바로 바뀌기 시작했다. 대다수의 관중들은 그러한 모습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기 때문.


일부 관중이 물병을 던지는 모습을 보자 그와 동시에 바로 옆에서는 ‘그만해!’라는 고함소리도 터져 나왔다. 그리고 곧바로 이날 경기를 단체 관람한 기장의 모 고등학교 학생들이 함께 입을 모아 외치기 시작했다.


‘하지마! 하지마! 하지마!’


고등학교 학생들의 이 외침은 금방 대부분의 관중들과 동화되어 곧 전체의 목소리가 되었다.


그라운드 안으로 물병이 날아들긴 했지만, 그 개수가 100여개를 넘지는 않았고 물병이나 패트병을 제외한 기타 오물이 거의 없었던 것은 사직 구장의 대다수의 관중들이 곧바로 이러한 자정운동을 벌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관중들은 물병 투척 후 오히려 그것을 제지하는 진행요원에게 덤벼드는 일부 관중들을 하나된 목소리로 꼼짝달싹 못하게 만들어 버리기도 했다.


물병 투척의 추태로 경기 그렇잖아도 나빴던 경기 분위기를 한층 다운시킨 것도 롯데 관중이지만, 그것을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게 막아선 것도 롯데 관중이었다. 인터넷을 통해 돌아다니고 있는 현장 동영상을 봐도 ‘하지마!’라는 고함소리를 들을 수 있다.


분명 11일 경기에서 보여준 부산 사직구장 롯데 팬들의 모습은 아쉬운 면이 있다. 하지만 그러한 모습이 최악의 사태로 치닫지 않고 스스로의 자정 노력에 의해 진정되었다는 점은 무척 다행이다. 사직 구장의 관중들이 아직은 미숙한 관람문화를 드러냈지만,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 또한 충분히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동영상 출처 : 피오나님의 Daum 블로그(blog.daum.net/pgs10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