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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에이로드에 의한 에이로드의 승리!

by 카이져 김홍석 2007. 11. 16.

결국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핀스트라이프(뉴욕 양키스 유니폼)를 계속해서 입게 되었다.


조건은 10년간 2억 7500만 달러(또는 그 이상, 미확정), 7년 전 자신이 세웠던 북미 스포츠 단일 계약 액수 최고치를 다시 한 번 경신한 천문학적인 액수다.


스토브리그를 뜨겁게 달궜던 현역 최고의 스타플레이어와 팬과 선수들의 선망의 대상인 뉴욕 양키스 간의 자존심 대결이 드디어 종지부를 찍은 셈이다.


중간 과정에서 이런 저런 말들이 참으로 많았지만 최종 결과만 놓고 본다면 결국 에이로드가 양키스의 자존심을 꺾었다고 할 수 있다. 양키스 보다는 에이로드가 얻은 것이 더욱 많기 때문.


당초 양키스는 3년간 8100만 달러의 계약이 남아있는 에이로드가 선택적 계약 이탈(선수 옵션)로 FA를 획득하지 않는다면 5년간 1억 5000만 달러의 연장계약을 추가로 제시할 계획이었다. 즉, 합하면 8년간 2억 3100만 달러(연평균 2888만)의 계약이 된다.


양키스는 텍사스로부터 에이로드를 넘겨받을 때 약속받은 연봉지원이 남은 3년간 2100만 달러나 남아 있었다. 때문에 옵션을 체결하지 않았더라면 양키스 입장에서는 5년의 연장계약을 제시한다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8년간 2억 1000만 달러(연평균 2625만)만 지급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FA를 선언하지 않았을 때의 조건이다. 에이로드가 FA를 선언하게 되면 그 즉시 텍사스로부터 받게 되어 있는 3년간의 보조금 2100만 달러는 허공으로 사라지게 된다.


때문에 양키스 단장 브라이언 캐시맨은 “만약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FA를 선언하면 양키스는 그를 잡지 않을 것이다” 라고 공언하며 그의 FA 선언을 막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에이로드와 보라스는 월드시리즈 4차전 경기가 열리는 동안 FA를 선언해 버렸고, 양키스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지고 말았다. 이미 언론을 통해 공언했고 구단주인 스타인브레너 부자(父子)도 거기에 동의한 상황이라 그를 잡을 마땅한 명분이 없었던 것이다.


보라스가 ‘10년간 3억 5천만 달러 설’ 을 언론에 흘리는 등 여러 가지 연막작전을 펴기도 했으나, 그러한 조건을 받아들일 구단주는 메이저리그에 없다. 5~6년이면 모르겠으나 내년이면 33살이 되는 에이로드에게 연간 3000만 달러 이상의 계약을 10년이나 보장할 만큼 배포(?)있는 구단주나 단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보라스의 언론플레이는 어차피 최대한 몸값을 올리기 위한 작전에 불과했다.


하지만 여론은 에이로드의 편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는 그동안 너무나도 많은 적을 만들어 왔다. 군침을 흘리는 구단은 많았지만 모두가 서로의 눈치를 볼 뿐, 직접 나서서 손을 내미는 곳은 없었던 것이다.


보라스와 구단 간의 언론 플레이를 통한 파워게임이 이루어지는 동안, 에이로드를 향한 곱지 않은 시선은 갈수록 늘어만 갔다. 계약의 진척 상황도 눈에 보이는 것이 없고, 자신을 향한 여론이 점점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자 에이로드는 마침내 결단을 내린다. 보라스를 배제한 채 스스로가 스타인브레너 구단주를 만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결국 이 만남을 통해 양키스와 에이로드는 연평균 2750만 달러의 10년 계약을 약속받았다. 연 평균 금액은 당초 8년 계약보다 다소 줄어들었지만, 계약 연수는 먼저보다 2년이 늘었다. 8년 후 40살이 되는 에이로드가 FA 시장에서 받게 될 금액을 생각한다면 결코 손해 본 조항이 아니다. 아무리 에이로드라 하더라도 40살의 나이에 2년 동안 4400만 달러를 받는 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번 계약으로 인해 양키스는 당소 계획보다 무려 6500만 달러나 되는 돈을 더 투자해야만 했다. 게다가 지금까지 에이로드의 계약 조건에는 연간 300만 달러에 달하는 성적별 옵션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번에도 비슷한 수준의 성과급 옵션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 분명하며, 배리 본즈의 통산 홈런 신기록을 깨면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보너스가 보장되어 있다. 이러한 것들을 다 합치면 결과적으로 에이로드가 수령하는 총액은 3억 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양키스 구단에서 정식으로 발표한 조건이 아니라 확신할 수는 없지만, 지금 보도되고 있는 금액 이하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결국 에이로드를 놓고 벌였던 보라스와 양키스의 자존심 대결은 에이로드의 승리로 끝이 난 셈이다.


스스로 굽히는 형식을 취함으로 양키스에 남을 명분을 얻었고, 어마어마한 액수를 보장받으면서 충분한 실리도 챙겼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보라스에게 줘야하는 4~5%의 수수로도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이래저래 에이로드가 얻은 것이 너무나도 많다.


이로써 향후 알렉스 로드리게스라는 선수가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때 입게 될 유니폼은 결정 났다. 10년 후의 에이로드는 역사상 최고의 3루수라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며, 조 디마지오를 넘어서 역대 양키스 최고의 우타자라는 칭송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는 베이브 루스-루 게릭-미키 맨틀의 계보를 잇는 ‘양키스의 레전드급 거포’의 명맥을 잇는 선수가 되었다.


양키스도 금전적으로는 당초 계획보다 손해를 봤지만, 나름대로 얻은 것이 많다. 행크 아론과 배리 본즈 그리고 마크 맥과이어 등이 통산과 단일 시즌 홈런 신기록을 세울 때 손가락 빨고 구경만 해야 했던 양키스는 앞으로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통산 홈런 신기록 경신’ 이라는 최고의 흥행 카드를 손에 넣었다. 다른 구단도 아니고 메이저리그 최고 인기 팀에서 벌어질 역사적 순간이다. 올해 배리 본즈의 경우와는 차원이 다른 행사와 주목을 받게 될 것이 틀림없다.


이제 에이로드는 양키스의 역사 속으로 완벽하게 편입되었다. 그의 홈런포는 양키스의 성적과 직결될 것이며, 그의 방망이가 불을 뿜느냐에 따라 월드시리즈의 우승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실리는 충분히 챙겼고, 양키스 역시 섭섭지 않게 대접했다. 이제 남은 것은 월드시리즈 우승 뿐. 과연 양키스와 에이로드가 이어갈 10년의 역사 가운데 그들이 우승 트로피를 높이 들 며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당장 내년 시즌의 결과가 너무나도 궁금하다.